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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10:46

“획일화 더 이상 안돼”… 간판정비사업 변화의 물결

  • 이승희 기자 | 239호 | 2012-03-19 | 조회수 3,040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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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산·학·관 사이에서 ‘변화 필요해’ 자성론 분출

지난 2월 10일 서울시가 주최한 간판정비사업 개선회의에서 패널들이 그간 사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간판정비사업 개선위한 회의 개최 등 대안 모색나서
파주시·금천구 등 차별화된 사업추진으로 새로운 롤모델 제시


간판정비사업에 대한 문제 인식의 확산으로 사업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되는 신규 간판정비사업을 앞두고 업계, 학계는 물론 지자체 등 간판 관련 각 주체들 사이에서 더 이상 기존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되며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간판정비사업에 대한 변화의 요구는 비단 어제, 오늘 만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의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큰 변화없이 이어져왔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논의의 차원을 넘어서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간판정비사업 방식이 올해를 기점으로 변화의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간판정비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왔던 서울시는 지난 2월 10일 관련 산, 학, 관, 주민이 모인 가운데 ‘간판정비사업 개선을 위한 회의’를 개최, 기존 사업의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 패널로 참여한 이승영 협성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어느 지역에 가도 똑같은 간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간판을 규격화에 맞추는 가이드라인이 디자인의 자율성을 막는 요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마포구 용강동 주민대표로 나온 이진숙씨 역시 “사업에 참여하면서 표준화된 규격에 맞추는 과정에서 결국 디자인도 획일화되더라”며 “LED채널로 바꾸면서 거리도 어두워져 사업 이후에는 점주들이 호박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부작용도 속출됐다”고 현장에서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이강우 한국옥외광고협회 서울시지부 동작구지회장은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좋지만 너무 타이트한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점포주들이 원하는 포인트간판이나 썬팅의 제한적 허용을 요구했다.
이후일 서울 관악구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은 “명동은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화려할 필요가 있고 주거지는 수수할 필요가 있다”며 권역별 가이드라인의 적절한 수정, 보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최범 간판문화연구소 소장은 “관은 제도의 관리만 하고 사업의 수행은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며 “사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호성 한양여대 교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가 사업을 수행하고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고 어필했다. 
간판정비사업에 대한 변화의 촉구는 비단 서울시 뿐 아니라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 정진호 생활공감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2월 광고물 담당 워크숍을 통해 “간판정비사업의 결과가 어느 지역을 가도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지역마다 특색있는 설치모델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워크숍의 총평을 맡은 김현중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디자인과 제작을 특정업체에 맡기는 기존의 턴키 입찰방식으로부터 나온 부작용이 많다”며 “디자인에는 비전문적인 제작사들이 디자인과 제작을 모두 맡는 것도 문제가 있고, 이들 업체들이 단순 사업 수주에만 집중해 똑같은 디자인을 글씨만 바꿔 공모에 참여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그는 “디자인, 설계는 관련 전문가가 맡고 제작업체는 제작에 집중하도록 입찰 방식을 분리발주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사업을 추진단계부터 총괄할 수 있는 전문기획자의 투입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간판정비사업에 대한 관계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미 새로운 사업모델을 마련, 실천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들도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 금천구는 시흥대로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사업에서 사업자 선정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몇 개의 제작·설치 업체를 선정하면 개별 점포주들이 그 업체들 가운데 희망하는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방법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최종 업체 선정을 결정하는 기존의 방식에 비해 점포주들에 자율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는 셈이다.
파주시의 경우 아예 사업지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사업지역을 선정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간판사업을 희망하는 점포주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신청하는 공모를 통해 사업대상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천 중구 등 지자체 곳곳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업의 모델들을 제시하고 있어 올해를 기점으로 간판정비사업에 ‘조용한 개혁’이 시작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14, 15면>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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