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242호 | 2012-04-16 | 조회수 2,368
Copy Link
인기
2,368
0
최근 옥외광고시장에서는 화두는 단연 인터랙티브 디지털사이니지다. 광고업체들은 물론 IT업체들까지 나서 인터랙티브 디지털사이니지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사이니지의 인터랙티브 기능이 소비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광고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의해서다. 흔히 말하듯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기대한 것이다. 이런 기대에 따라서 이미 여러 공간에서 날씨·지역정보·뉴스 등 쓸만한(?)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사이니지들이 기세등등하게 출격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소비자들은 초기 잠깐 이 새로운 매체에 관심을 가졌을 뿐, 금새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일례로 지하철역의 인터랙티브 디지털사이니지인 디지털뷰의 경우, 설치된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이 제품을 조작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뷰의 동영상 광고보다 되레 좌우의 라이트패널 광고판 매출이 높은 것은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코엑스의 코몰라이브, 강남역의 미디어폴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방향성의 문제다. 디지털사이니지에 대한 업계의 환상 중 한 가지는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저절로 광고판 앞에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단순히 디지털사이니지의 기능적 특성만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잡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한 착오다. 광고매체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장시간 잡아 놓는 것은 매체의 기능보다, 장소의 특성에서 오는 영향이 크다.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소비자가 광고매체를 받아들이는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CGV에서 운용되고 있는 광고플랫폼 ‘스티커스월’은 디지털사이니지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이것은 극장의 벽면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패널을 조작해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프로젝션 영상으로 이뤄진 벽면에 띄우거나, 촬영된 사진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매체의 기본적인 구성은 앞서 설치된 디지털뷰나, 미디어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매체와 달리 이 시스템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매체의 성격과 장소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극장의 경우,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쩔 수 없는 여유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 시간 동안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조금의 관심을 끌기만 해도, 발길을 옮기게 된다. 반면, 지하철역이나 대로변 등 유동의 흐름이 빠른 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해도, 바쁜 걸음을 재촉하거나 교통편을 기다리기 급급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 즉, 같은 시스템이라도 어떤 장소에서, 어떤 타이밍에 보여지느냐에 따라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쿠폰 발급이나 제품 구매·결제 기능 등 더욱 진화된 편의기능이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무리 첨단 기능이 적용된다고 해도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마트폰을 위시한 휴대용 스마트기기가 급격한 보급을 이뤘기 때문이다. 디지털사이니지가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편의 기능은 휴대용 스마트기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이제 와서 이를 능가하는 기능의 제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그렇다면 인터랙티브 디지털사이니지는 무조건 극장 같이 흐름이 정적인 공간에만 설치해야 효용성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물론 결론은 ‘아니다’다. 하지만 공간 특성의 차이가 있는 만큼 지향하는 방향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 유동의 흐름이 빠른 곳에서는 소비자의 ‘발길’을 잡기 보다는 ‘눈길’을 사로잡는 인터랙티브 기술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이 적용됐다고 해도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기는 어렵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기술을 통해 잠깐 동안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나의 예로 지하철의 광고매체가 승객들의 모습을 매체가 감지하고 ‘오늘 하루 힘들었지?’ 라고 말을 건넨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아무리 시간에 쫓기는 이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광고를 돌아보고,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천공한 게이트비전에 신규 탑재된 동작인식 인터랙티브 광고 시스템 ‘팔로우 미’는 유동 흐름이 빠른 공간에서 디지털사이니지가 취할 수 있는 새로운 모션을 보여줬다. 아직은 보완점이 많아 보이지만, 인터랙티브 기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한 대목이다. 다양한 정보와 편의 기능으로 중무장한 디지털사이니지가 필요한 공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사이니지의 첫번째 덕목은 광고판이다.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시선을 유혹할 수 있는 디지털사이니지들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