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243호 | 2012-05-02 | 조회수 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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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 오케이네온 채형병 대표
“다시 한번 네온이 빛날 날을 기대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오케이네온은 현재 네온사인을 본업으로 하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다. 이 업체의 채형병 대표는 지난날 국내 최대 네온업체였던 예일애드라이팅의 제작실장으로 근무했던 진정한 네온의 고수다. 네온시장의 몰락에 따라 예일애드라이팅이 무너진 후 2004년경 오케이네온을 창립해 지금까지 네온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절 함께 울고 웃었던 네온업계 동료들 대부분이 네온에서 등을 돌린 지금까지도 꿋꿋이 외길을 걷고 있는 그는 기업들의 POP물량과 아트네온을 통해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예일에서 근무할 당시 알게 됐던 기업 판촉 담당자들이 아직도 꾸준히 일감을 주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겠는데, 네온 빛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어요. 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아련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직도 네온을 쓰는 곳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새는 네온을 안 좋은 간판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책적으로 좋은 간판은 아닐지 몰라도 네온은 가장 아름다운 간판 중 하나입니다.” 네온을 현업으로 삼고 아직도 네온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그이지만, 점점 사업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온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안고 끝까지 네온의 불을 이어 가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네온사인의 불이 완전히 꺼지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네온을 만들 계획입니다. 물론,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점점 버티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네요. 하지만 네온 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인내심과 끈기에요.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네온이 빛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인터뷰 2. 예빛애드 박희환 대표
새로운 기술과 상품으로 네온의 재기 이끌 것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예빛애드는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네온 자재상이다. 당초 한국유리에 근무하던 박희환 대표는 2004년경 무너진 예일애드라이팅을 인수한 후, 예빛애드를 설립, 본격적인 네온자재 유통업에 뛰어 들었다.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약 200~300여개의 거래처가 있었는데, 이제는 불과 30여 곳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남아 있는 거래처들도 사업을 접어야 할 시기를 생각하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박 대표는 네온산업이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 때를 위해서 저전력·고효율 네온 등 새로운 기술 및 관련 상품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네온도 많은 개량이 이뤄지면서 LED와 비교해도 전력 절감효과가 뒤지지 않는 CCFL 등의 제품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소외당하면서 제대로 평가를 받아 볼 기회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네온 기술들을 다시 한번 세상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최근 그는 네온의 장점을 극대화한 신개념의 아트네온 제품을 만들어내는 한편, 인테리어 조명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네온 실내등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네온은 구닥다리라는 세간의 인식 자체를 바꿔 보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를 통해 지금 갈 길을 잃어버린 네온장인들이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며 애쓰고 있다. “지난날 네온장인들 중 택배기사나, 택시운전,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훌륭한 기술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쓰지 못하는 네온장인들이 다시 한 번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3. 아시아채널 김용구 대표
네온은 장인의 간판…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올 초에 가지고 있던 네온 장비를 모두 고철상에 넘겼죠. 다 합치면 몇천만원을 호가했던 장비였는데, 고물값 11만원 주드라구. ‘이젠 네온과는 정말 이별이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헛헛해집디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아시아채널의 김용구 대표는 현재 채널 제작업으로 전향했지만, 작년까지도 네온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전혀 이윤이 없었지만 간간이 네온 보수작업을 부탁하는 거래처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게 이유다. 또한 이십여년간 먹고사는 방편이자 취미 생활이었던 네온을 정리하는 게 못내 미련이 남았다는 것도 그의 속내다. 하지만 결국 올 초에 모든 장비를 고철상에 팔았다. 자신의 뜻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제는 벌이도 되지 않는 네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김 대표를 보다 못한 부인의 거듭된 당부로 인해서였다. “네온을 하던 시절, 잘 팔릴 때는 잘 팔리는 대로, 안될 때는 안되는 대로 항상 힘들게 일하던 것을 옆에서 죽 지켜봐 왔으니까, 빨리 정리하길 바랬던 거죠. 결국 미련을 남기지 않기위해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싹 정리했어요. 이제는 채널 제작업에 집중해야죠.” 새로운 사업으로 전향한 그의 손에 이제 네온관은 들려 있지 않다. 하지만 네온에 대한 마음까지 접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언젠가는 사업이 아니라 작품으로서라도 네온을 다시 만지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정말 어렵게 배운 기술이었어요. 선배들 밑에서 기술을 배울 때, 작업시간 동안은 시키는 일 하기 바쁘니까 일과 전과 일 끝난 후에 혼자 남아 네온을 구웠어요. 2년 가까이 그렇게 생활한 후에야 내 손으로 간판을 만들어 볼 수 있었죠. 완성된 네온사인에 불이 켜져 빛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감흥이 아직도 가끔 떠올라요. 언젠가 삶에 여유가 생기면 꼭 다시 한 번 네온을 잡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