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44호 | 2012-05-22 | 조회수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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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시장 골목 간판이 ‘끝내줘요~’ 한컷 만화 연상케하는 재치 만점 간판 ‘눈길’ 나무 간판으로 친환경적인 요소도 가미
‘선일이네 감자탕은 국물이 끝내줘요~’라고 말하며 전골냄비를 들고 있는 식당 주방장 아주머니의 모습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감자탕을 먹고 가야 할 것만 같다. 경기도 양평의 양평시장 부근 음식골목에 있는 ‘선일이네 감자탕’ 간판의 모습이다. 가로로 널찍한 패널과 그 위에 부착된 문자 간판. 이 곳의 간판은 여느 간판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재미있게 표현된 보글보글 파마머리 아주머니의 모습과 국물이 끝내준다는 말풍선 문구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조금더 발길을 옮기면 ‘모든걸 날려버려! 움하하하~’라며 ‘스트레스’를 짓밝고 있는 소주병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기포차’의 익살스러운 간판이다. 이곳에서 고기와 소주 한잔 한다면 왠지 하루의 스트레스를 전부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마저 든다. 골목 한켠에서는 선글라스를 낀 육중한 두 마리의 돼지가 간판 위로 고개를 내밀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간판 이름인 ‘콧대높은 돼지’ 답게 콧대가 높은 당당한 돼지들의 모습이다. 양평군은 지난해 ‘전통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양평시장 음식골목의 간판을 재정비했다. 지금은 재치있는 간판들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지만,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곳은 전형적인 침체 상권의 우울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양평의 전통시장 가운데서도 가장 상권이 침체됐던 곳이라는 양평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곳에 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 곳 사업은 주민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먼저 양평시장 상인회가 침체된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양평군에 골목 정비를 요청했다. 양평 시장 가운데 가장 침체된 상권인 만큼, 군도 사업에 동의하고 지원을 결정했다. 이후 양평시장 상인회에서 골목정비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결성해 사업 추진을 맡았다. 군비 2억원과 5%의 주민 자부담으로 사업비가 마련됐다. 사업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으며, 11월에 정비가 마무리됐다. 골목 130m 구간의 44개 업소들은 그렇게 간판의 옷을 갈아입었다. 군과 주민은 어떤 컨셉의 간판을 설치하냐를 두고도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바(BAR)에 채널사인’이라는 기존 간판정비사업의 획일적인 모습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오래전 향수를 반영하는 ‘7080거리’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아날로그적 거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칫 더욱 낡고 어두워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재논의 끝에 친환경 간판을 설치하자는데 합의했다. 이 곳의 재치있는 간판들이 나무로 만들어진 이유다. 간판의 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무도 여러 가지 패턴의 타입으로 디자인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점포마다 대표적인 이미지를 재치있게 디자인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닭, 소주, 소 등 단순한 사물이나 동물을 재치있게 재해석한 디자인이 점포마다 차별화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곳의 디자인 및 제작을 맡은 업체는 경기도 고양시의 센스큐브. 고양시 등 다양한 간판정비사업의 경험을 가진 업체다. 업체 선정은 제안 협상을 통한 공모를 거쳐 실시됐다. 이번 사업을 담당한 양평군 지역경제과 김문희 주무관은 “상권 활성화 여부를 떠나 침체된 상권을 주민 스스로가 살리고자 노력했고,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의미를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민위원회에서 지역장 등 다양한 공동마케팅 방안을 마련, 이와 연계 추진해 상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배추, 무 등 부식 시장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다는 양평시장 골목이 재치있는 간판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금 그때의 명성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