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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1:09

2012년 네온의 불을 이어가는 사람들 2부

  • 신한중 기자 | 245호 | 2012-06-05 | 조회수 3,142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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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와 채널사인 능숙하게 도시를 포장하고 있는 지금처럼, 한때는 휘황한 빛으로 어두운 거리를 밝히던 네온사인에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네온사인에 대한 추억 한 자락쯤은 가지고 있을 만큼, 촌스러운 이미지로 가득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네온사인만큼은 꽃처럼 빛났다. 
그 광채에 취해서였을까? 어두운 밤 네온의 강물 속으로 걸어가는 청춘들의 모습은 까까머리 소년에게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카페와 주점의 입구마다 환하게 불 켜진 네온사인은 마치 어른이 되는 통과점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훌쩍 시간이 지나 술잔을 들어도 어색함이 없는 나이가 됐을 때, 네온사인은 이미 그 불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네온의 광채로 불야성을 이루던 명동거리의 간판들이 단단한 채널사인으로 바뀌더니, 언젠가부터는 동네 어귀 카페에서조차 네온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정책적으로 외면당하고,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진 네온이 결국 거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네온 속으로 노을이 지던 화려했던 풍경은 사라지고, 노을 속으로 사라져가는 네온의 모습만이 남았다.
결국 주류(主流)에서 밀려나 황혼기를 맞이한 네온이지만, 아직도 독특한 울림이 있는 네온의 감성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본지에서는 희미해진 네온의 불씨를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부터, 힘겨운 현실에 부딪혀 네온관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까지, 네온업계의 현주소를 2회에 거쳐 지면에 담아본다.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벼랑 끝으로 몰린 네온 업계
자재·인건비는 수배 뛰었는데, 네온값은 10년 전 그대로

네온 제작은 매우 폐쇄적인 업종이다. 네온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다, 제품이 만들어 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긴 까닭이다. 그래서 장인들은 일주일 내내 작업실에 갇혀 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외부와는 단절되다시피 한 채, 작업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네온 장인들의 삶이다.
그러다보니 세상의 흐름에 뒤쳐지는 것은 물론, 업계의 화합도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정책적인 규제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상품이 등장함에 따라, 네온이 퇴출되는 그 순간 까지도 목소리 한번 높여 보지도 못한 채, 무대 뒤편으로 물러나야 했던 게 그들의 모습이었다.
한 네온제작업자는 “최근 LED업체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것들을 보면 지난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며 “네온업계도 협력해서 시장과 업계의 이권을 지켜냈어야 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자조했다. 
이제 네온업체들은 전국적으로도 50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중에서도 네온을 전업으로 하는 업체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었음에도 시장의 경쟁은 예전보다 더욱 냉혹하게 전개되고 있다. 남아 있는 업체들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네온 물량이 나올 곳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격 전쟁은 전체 네온업계의 목을 바짝 죄고 있다.
지금 네온사인은 전성기였던 10년 전과 비교해도 같거나 오히려 더 낮아진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물가 인상에 따라 조금 판매가를 올렸다가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가격을 깎는 일들이 반복됨에 따라서다.  
반면 유리관이나, 전극, 형광체 등 네온 부자재의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수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로 높게 상승했다.
즉 네온 제품의 판매가는 10년 전 그대로인데, 생산원가만 무섭게 치솟은 것이다. 시장의 물량도 날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진까지 폭락함에 따라 네온 업체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네온업자는 “이제는 아트네온 하나를 제작해 벌 수 있는 돈이 몇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숙련된 기술자도 하루에 아트네온 3개를 만들기 쉽지 않은데, 갈수록 떨어지는 마진에 숨통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2부의 취재를 마치며...
네온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네온의 불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난항의 연속이었다고 할까? 어려운 상황 때문인지, 인터뷰의 취지에 대해서도 오해 를 받기도 했으며, 취재 요청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제품도 뉴스도 없는 이 시장을 무슨 이유로 조사하느냐는 것이냐고 되레 가시 돋힌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네온업체들은 지난한 상황 속에서도 네온의 불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직 열정이 남아 있었지만, 어려워진 현실을 버거워 했다.
이제 네온장인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보다 오히려 네온 기술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 국내 네온장인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도 40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네온업황이 어려워진 이후, 어떤 젊은이도 네온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의력 있는 젊은이들이 네온을 배워서 네온이 새롭게 조명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네온 의 아름다움을 언젠가는 세상이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취재 도중 만난 한 광고업자의 이 말처럼, 지금 네온업계가 걷고 있는 힘든 시기의 끝에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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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 미래아트네온 유상운 대표

출혈경쟁 이제 그만… 협력과 화합만이 살길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미래아트네온은 88년도 올림픽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이상 네온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지역 전통의 네온 제작업체다.
그동안 강남 내의 크고 작은 네온사업을 도맡아 해 온 그이지만, 현재는 줄어든 일감으로 인해 고민이 크다고 한다. 가끔씩은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향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 지금의 네온사업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고 재차 다짐하게 된다고 한다.
“이제까지 20년 이상 네온을 통해 먹고 살았죠. 네온일 자체가 너무 즐거울 때도 있었고, 눈물 젖은 빵을 씹어야 했을 만큼 힘든 날도 많았어요. 점점 더 어려워져 가고 있지만 불씨가 남아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환히 빛날 날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그는 업계 내부에서의 치열한 가격 경쟁과 알력 싸움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업체들이 똘똘 뭉쳐서 어려움을 뚫고 나가도 모자를 판에 내부적으로 서로에 대한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 현재 네온업계의 현실이라는 것. 업체간 출혈 경쟁, 자재상과 제작업체 간의 팽팽한 신경전, 이런 문제들로 인해 산업 전체가 벼랑길로 끌려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 때는 한 동에만 2~3곳씩 네온업소가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서울에 있는 업체들만 해도 한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에요. 시장이 어렵지만 남아 있는 업체들 모두 조금씩만 양보하고 힘을 모은다면 분명히 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생을 도모해야 할 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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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 수지채널 윤영달 대표

네온사인의 아름다움이 후대에도 이어지길~

강남구 역삼동의 수지채널은 그 이름처럼 현재 채널 제작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이지만, 윤영달 대표 자신은 20년 이상을 네온업에 종사해 온 네온의 베테랑이다. 
만난 자리에서 그에게 ‘네온의 불을 이어가는 사람들 1부’가 실린 신문을 건네자, 기사를 훑어보다가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네온 업계 동료들의 모습을 신문에서 만난 것이 사뭇 반갑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그도 네온을 주력으로 사업을 꾸려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채널사인 분야로 사업을 전향했다. 네온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만큼 손재주가 좋기 때문에 그가 만든 채널사인도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네온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공장 한 구석에서는 네온사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네온이 수익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간간이 괜찮은 일감도 들어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 거래처들이 가져오는 보수작업일 뿐이라고.
“우리마저 네온을 저버리면 거래처들의 네온사인들도 결국 불이 꺼져 버릴 수밖에 없잖아요. 이제까지 함께 해온 업체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네온사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제는 채널사인이라는 새로운 관심사가 생긴 그이지만, 네온에 대한 애정만은 그대로라고 한다. 특히 국내에서 네온의 기술이 사라져 가는 곳이 못내 아쉽다는 게 그의 속내다.
“네온만큼 아름다운 간판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 10년 이상 네온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어요.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후대에는 네온사인을 볼 수조차 없겠죠. 어떤 식으로든 네온의 기술만큼은 이어져 가기를 바랍니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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