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247호 | 2012-06-29 | 조회수 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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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곳곳에 설치돼 안내 및 전시관 예약을 돕는 키오스크.
재활용품 수거장치와 디지털사이니지가 컨버전스된 제품. 빈 캔과 페트 등 행사 기간 동안 발생하는 재활용품들을 효과적으로 수거하는 동시에, 전면의 스크린을 통해 각종 행사 정보를 송출한다.
터치스크린으로 제품을 고르는 디지털 자판기.
전라도의 작은 바닷가 도시 여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12일 개막한 ‘2012 여수 세계박람회’ 때문이다. 바다를 끌어안은 여수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첨단 IT 미디어를 함께 품었다. 최첨단 조명 기술과 다양한 뉴미디어로 무장하고 새로운 전시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 이에 본지에서 그 현장을 찾았다. 이 기사는 엑스포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특화된 최첨단 야간 조명 시설을 살펴보는 1부 ‘첨단의 빛을 품은 바다… 여수, 꿈으로의 항해’와 100여개의 국가 및 기업 전시관이 준비한 콘텐츠 및 각종 사인시스템을 탐방해본 2부 ‘여수엑스포, 뉴미디어 마케팅의 격전지 되다’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2부. 여수엑스포, 뉴미디어 마케팅의 격전지 되다
엑스포 참관 이틀째, 전날은 행사장의 전반적인 풍경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전시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했다. 행사장에는 주제관과 아쿠아리움, 기후환경관 등의 특화 전시관과 104개 나라가 참여한 국가관, 그리고 7개의 독립기업관이 마련돼 있다. 전시관들은 저마다 나라 및 기업 홍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았다. 하지만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시장들은 이미 입장 대기열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UN관과 국제관 등 비교적 인기가 덜한 전시관을 제외하면 기업관이나, 주제관, 아쿠아리움 등 대부분의 전시관들이 30분은 기본, 길게는 4시간까지 기다려야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당초 엑스포조직위원회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과 현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활용한 예약제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IT강국 대한민국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 5월 27일 현장예약을 위해 키오스크 뒤로 긴 줄을 섰다가 한 시간 만에 전 전시관 예약이 마감된데 분노한 관람객들이 조직위실을 점거하고 집중 항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관람객들은 전시관 사전예약제 30%및 현장예약 70%가 조기 마감되면서 관람기회가 전혀 제공되지 않자 조직위를 찾아가 환불 및 관람기회 제공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개장 16일 만에 사전예약제를 모두 폐지하고 선착순제로 전환했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역시 사전 예약제는 운영되지 않았다. 결국 곳곳에 서 있는 키오스크는 그저 흥미로운 볼거리였을 뿐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후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노약자, 장애인 등이 뙤약볕에서 장시간 줄을 서는 불편호소와 수도권 등 원거리 관람객들의 사전예약제 일부 재개 요구에 다시금 예약제는 재개됐다. 하지만 이처럼 조직위원회가 IT엑스포의 중심 서비스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예약제가 폐지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IT엑스포의 위상은 다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예약제가 폐지된 동안 엑스포의 주요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라 했던 키오스크도 개점휴업에 가까운 상황이었던 점은 디지털사이니지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갔던 기자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예약제 폐지에 따라서 모든 전시관을 긴 입장 행렬을 뚫고 가야 했던 터라 전시관 전체를 다 살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목표는 8개 기업관의 탐방. 현대차그룹, 삼성, LG, 롯데, SK, 포스코, 대우조선해양 등 독립 전시관을 마련한 기업들은 엑스포라고 하는 천문학적인 홍보 효과의 기회를 누리기 위해 단단히 벼른 듯 했다. 저마다 마련한 주제와 기업 이미지를 더욱 인상깊게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최첨단 뉴미디어 기술이 총동원됐다. 특히 기업 간의 미묘한 경쟁 심리에 따라서 더 새롭고 신기한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역력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뉴미디어 기술 격전지가 됐던 기업관, 그 현장의 모습을 살펴본다. 신한중 기자
현대차그룹관.
전시관에 설치된 키네틱 미디어 시스템 ‘하이퍼매트릭스’.
삼성관.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무대를 꾸민 무용 공연.
4D 디스플레이로 체험하는 열기구 여행.
건물 전면에 워터스크린을 설치한 LG전자관.
구 형태의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미디어 샹들리에.
SK텔레콤관.
4면의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시스템 ‘뷰티풀 스케이프’.
대우조선해양로봇관.
초대형 프라모델 키트가 입구의 벽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역량과 규모를 가진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여수엑스포에서 보여주는 바다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열띤 홍보 경쟁이 이뤄졌던 기업관 그 현장의 모습과 그들이 저마다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시도한 첨단 뉴미디어 기술을 살펴본다.
■ 현대차그룹, 움직이는 벽 ‘하이퍼매트릭스’로 시선 압도 현대자동차 그룹은 ‘함께 만드는 미래의 문’이라는 콘셉트의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 전시관은 정면에서 볼 때는 문의 모습을, 후면에서 볼 때는 회사 영문 이니셜인 ‘H’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고.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에쿠스와 K5 하이브리드를 분해한 부품들이 측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부품들 중 QR코드가 찍혀있는 경우가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회사가 제작한 어플리케이션으로 바로 이동한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감상할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하이라이트는 주제 영상을 보여주는 통합체험관이다. 상영관에 입장하면 바닥부터 살펴보길 권한다. 관람객들 발밑으로 둥근 원모양의 빛이 나타나고, 움직이는 대로 빛이 따라오는 동작 감지형 조명 시스템이 꽤나 재미있다. 입장이 완료되면 전면과 좌우 벽면에 설치된 하이퍼 매트릭스 스크린’으로 주제 영상이 시작된다. 이 스크린은 3,500개의 블록형 모듈로 이뤄진 벽으로서, 블록들이 제작기 튀어 나왔다 들어가며 다양한 문자와 그림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보면 매우 신기한 광경으로서, 벽면이 움직여서 처음 글자를 만들어 낼 때는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후에는 움직이는 벽체 위로 영상이 투사되면서 아주 다이내믹한 영상이 전개된다.
■ 삼성관, 프로젝션 매핑 접목한 무용 공연으로 인기몰이 삼성의 기업관은 은빛의 배 모양으로 꾸민 독특한 외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녕하세요 캡틴!”이라고 외치는 운영요원들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배 형태의 전시관에 맞게 삼성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모두 함선을 이끄는 캡틴이라는 독특한 설정이다. 다른 기업들의 전시관과는 달리 이곳은 ‘공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해 빛, 바람, 물의 결정체를 찾아가는 소녀의 여정을 담은 퍼포먼스가 약 20분간 펼쳐진다. 물론, 단순한 공연은 아니다. 무대의 바닥과 관람석 벽면까지 전시장 내부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한 최첨단 프로젝션 매핑 기술이 무용과 함께 어우러진다. 만개하는 꽃봉우리에서 무용수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구름 위로 거닐고, 바닥이 갈라지는 모습까지 마치 실제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오염된 지구를 되살린다’는 주제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유명공연단이 펼친 이 공연은 ‘삼성의 첨단 기술을 보길 원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혹평과 ‘문화 공연과 IT가 어우러진 훌륭한 공연이었다’는 호평이 엇갈리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엑스포 전시관 중에서 가장 ‘볼만한’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점이다.
■ 롯데, 4D스크린 열기구 타고 떠나는 하늘 여행 유쾌하고 발랄한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는 롯데의 기업관은 열기구를 타고 여행하는 콘셉트의 전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전시관 입구에 처음 들어서면 풀과 꽃들을 거대한 스케일로 확대해 놓은 판타스틱한 공간이 나타나는데, 곳곳에서 요정들로 분장한 배우들의 공연도 볼 수 있다. 관람객에게 비일상적인 체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롯데의 비전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롯데관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롯데가 만드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세상’을 여행하는 열기구 체험이다. 물론 진짜 열기구를 타는 것은 아니다. 초대형 4D스크린을 통해 떠나는 영상체험이다. 하지만 열기구 내부에 한 바퀴 둘러진 거대한 원형 스크린은 하늘을 나는 듯한 시각적 몰입감을 줄 뿐 아니라, 영상에 따라 실제 바닥이 들썩이고 기울어지면서 생생함을 한층 더한다. 이 스크린은 지름 22m, 높이 9m로, 이는 2009년 세계 최대 스크린에 등재된 CGV영등포 스타리움 스크린(가로 31.38m, 세로 13m)면적의 1.5배다. 판타지 세상의 즐거움과 하늘을 나는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면 롯데관 관람은 필수 코스다.
■ LG전자,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LG전자는 자사가 자랑하는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소개하는 동시에, 앞으로 개발될 다양한 미래 기술 과제를 설명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 외벽에는 물을 활용한 미디어 워터스크린을 설치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로 만든 가로 32.6m, 세로 4.2m 크기의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인 워터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세상의 모습과 ‘Life is Green’ 기업 비전 등의 메시지를 송출한다. 안으로 입장하면 47인치 LED TV 54대를 천정과 수평으로 연결돼 가로 5.4m, 세로 6.4m크기의 스크린을 구성한 ‘미디어 샹들리에’를 보게 된다. 각각의 LED TV가 지상 4m에서 17m의 공간을 파도치듯 수직으로 움직이는 미디어 샹들리에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형태의 키네틱 미디어아트(미디어가 동작하는 예술 작품)로서 사계절의 풍광 등 아름답고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한다. 3D 퍼포먼스 코너에서는 55인치 3D OLED TV 11대가 LG의 태양광 에너지 기술이 만드는 미래의 일상을 마치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연출한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LED광통신 등 LG가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미래 기술 과제들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LG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래의 자원 부족, 에너지 절감 문제에 대해 강조했다. LG관 조성에는 LG하우시스의 저탄소 친환경 자재가 사용됐으며, 시공 뒤 남은 자재는 관람객들이 이용하는 의자, 벤치, 테이블, 평상 등 휴게 집기 제작에 재활용됐다.
■ SK텔레콤, 모바일 타임캡슐 ‘타임얼라이브’ 체험 SK텔레콤에서는 누군가에게 1년 뒤, 음성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체험시설 ‘타임얼라이브’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타임 얼라이브는 소라고동을 모티브로 해서 나무로 제작된 타임캡슐이다. 관람객들은 타임캡슐에 장착되어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에게 또는 가족·연인·친구에게 음성편지를 보낼 수 있다. 단, 음성편지는 타임캡슐이 간직하고 있다가 1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전달된다. 모든 것이 바로바로 전송되는 지금의 서비스와 달리 1년 뒤 보내지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지금 당장은 하지 못하는 가슴 속 깊은 얘기들을 조심스레 남겨볼 수 있다. 소라고동 형태의 타임캡슐 앞에 관람객이 서면 조명이 켜지면서 시계 바늘이 돌아간다. 이후 음성 녹음을 마치면 타임캡슐은 1년 후에 전달할 것을 약속하며 위로 올라간다. 4면의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뮤직비디오 ‘뷰티풀 스케이프(Beautiful scape)’도 놓치지 말자.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제작한 이 작품은 가수 박정현과 기타리스트 신대철을 중심으로 1,000명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아름다움 강산’을 부르는 모습을 모았다. 한편, SK텔레콤관은 그물을 씌워 놓은 독특한 형태로 꾸며졌는데, 이것은 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낮보다 밤에 더 볼만하다. 색색으로 변하는 LED투광기의 빛이 그물을 타고 확산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 대우조선해양로봇관,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과의 조우 기업관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곳으로는 ‘대우조선해양로봇관’이 꼽힌다. 현재 기업관들관람객 수가 공식적으로 공개되고 있진 않지만, 로봇관의 방문자가 가장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주말 기준 보통 4시간은 기다려야 관람할 수 있으며, 기자가 방문한 평일에도 2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관람이 가능했다. 대우로봇관은 타 기업들로 영상 위주의 전시를 꾸민 것과 달리, 로봇 시스템을 직접 관람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입구의 벽과 천정부터 초대형 사이즈의 프라모델 로봇 조립키트로 장식돼 있는데, 여기서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 남자들까지 열광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이곳의 마스코트 로봇 ‘에바’다. 실제 성인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에바는 128종의 섬세한 표정 구현이 가능하다. 방문객들이 들어서면 귀여운 표정과 목소리로 인사하고 로봇관을 홍보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이밖에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튀어나오는 국내 최장신 로봇 ‘네비’,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물고기 로봇, 케이팝에 맞춰 군무를 추는 로봇 등 최첨단 로봇기술들의 향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