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48호 | 2012-07-13 | 조회수 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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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가면, ‘간판이 예술이고, 예술이 곧 간판이다’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 간판’ 천국 ‘예술’에서 모티브 얻은 간판도 많아
영화 ‘라붐’과 동명의 타이틀을 사용한 프랑스 요리 전문점. 라붐은 1980년대 프랑스 청춘의 자화상을 그렸던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아일랜드 출신의 슈퍼밴드 U2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옷가게도 있다. 나무토막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간판이다.
녹슨 철을 조각해 만든 빈티지 간판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드미트리 부루벨의 ‘형제의 키스’가 모사된 간판. 남성 간의 키스를 표현한 그림이라 간혹 게이바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독일 베를린 이스트 갤러리에 그려진 벽화로 평화의 상징이 된 그림이다.
‘클림트의 키스’ 작품이 눈에 들어오는 와인바. 홍대에는 매장이나 길목 곳곳에서 벽화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창작 작품도 많지만 이렇게 명화를 차용한 경우도 많다.
돌과 나무, 캘리그래피의 단조로운 조합 만으로도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간판.
커피잔에 피어난 조화가 감각적으로 표현된 간판.
카페 입구 기둥에 그려진 해바라기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해바라기를 대상으로 그려서인지 고흐의 해바라기가 연상된다.
한밤중에도 불야성을 이룰 정도로, 수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홍대의 거리.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모로가도, 홍대’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홍대는 피끓는 청춘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홍대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아니었다. 주로 미술, 디자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활동 근거지로 삼는 곳이었던 만큼, 실제 그런 예술 활동을 하거나 혹은 그런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매니아들이 찾던 곳이었다. 그때만해도 옆동네 신촌이 더 유명했다.
그런 역사야 어찌됐든 홍대는 예나 지금이나 분명한 색깔이 있다. 지금은 클럽 문화의 발달로 클러버들이나 외국인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퇴색한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예술의 혼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서는 한밤중에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러도, 거리 한복판에서 마술사가 마술쇼를 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또한 이 거리에 새로 입점되는 수많은 가게 역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독특하고 개성있는 상호, 인테리어, 간판을 알아서 탑재해 홍대를 더 홍대스럽게 만드는데 일몫한다. ‘몽마르뜨 언덕위 은하수 다방’, ‘함께하는 고양이 수다’, ‘술파는 꽃집’, ‘예술을 파는 구멍가게’ 등 개성 넘치면서 다소 그로테스크하기까지한 상호들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조잡하지도 않다. 굳이 예술에서 그 소재를 직접 차용하지 않더라도, ‘예술’과 ‘개성’으로 대변되는 홍대의 거리를 닮아있다. 정부가 굳이 고민하고 통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웰 메이드 디자인’과 ‘개성’을 안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물론 예술의 거리인 만큼 예술에서 모티브를 삼는 간판도 종종 볼 수 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소피마르소의 데뷔작으로, 1980년대 프랑스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린 영화 라붐은 홍대 거리의 한 프랑스 음식점이 되어 어느새 연인들의 데이트코스 탑리스트에 올랐다.
어떤 간판에는 중년도 훌쩍 넘어선 듯 보이는 두 남자가 진하게 키스를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독일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유명한 벽화 ‘형제의 키스’를 모사한 것이다. 이 그림은 실제로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키스를 하는 모습을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부루벨이 그린 것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유명한 작품이다. 해바라기, 자화상과 함께 고흐의 걸작으로 꼽히는 ‘밤의 카페 테라스’는 홍대 거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작품이다. 클림트의 ‘키스’도 가게의 벽면이나 기둥을 장식하는 인테리어이자 간판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록 밴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U2’, 찰스 슐츠의 유명한 만화 피너츠(Peanuts)의 히로인 ‘찰리브라운’, 산울림의 명곡 ‘어머니와 고등어’에 이르기까지 음악, 미술, 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소재들도 간판의 주제로 등장한다. 다양한 예술을 흡수할 수 있는 매력의 거리 홍대, 그 곳에서는 예술이 곧 간판이고, 간판이곧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