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2012.08.30 16:20

(특별심층기획) 엉터리 사업계획의 백미 3題

  • 특별취재팀 | 251호 | 2012-08-30 | 조회수 2,528 Copy Link 인기
  • 2,528
    0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 첫단추를 잘못 끼울 경우 그 뒤의 결과는 불문가지다.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은 국가 사업이다. 공적인 목적을 위해 국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지침을 마련해서 옥외광고센터로 하여금 사업을 주관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첫단추라 할 사업자 선정 단계가 엉망진창이 되면서 사업 자체가 적지 않게 망가졌다. 입찰과 유찰을 반복하며 허송세월하는 사이 막대한 기금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최종 유찰된 권역은 광고물 공백지대로 남게 됐다. 적지않은 공적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정부의 기금조성 목표는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사업자들은 이익을 보려다 거꾸로 손해를 보면서 골병이 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갈짓자 파행으로 흐르면서 원칙을 훼손, 광고물에 관한 법령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사업의 기본 얼개, 즉 센터가 입안한 계획이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데서 비롯됐다. 센터의 사업계획이 얼마나 엉터리로 짜여졌는지, 센터가 얼마나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이 사업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본다. 

가장 중요한 설치 장소와 수량을 주먹구구로 결정
연구용역업자 시간 없다고 하니까 조사항목에서 빼줘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광고물의 설치 장소다. 설치 기준에 맞아야 하고, 임대가 가능해야 하며, 광고주가 선호해야 하는 등의 여러 조건을 고루 충족시켜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장소가 어느 노선, 또는 지역에 얼마나 되는지 먼저 파악해야 이후 단가 산정, 수량 산정, 기금목표 설정, 사업방식 등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옥외광고센터는 가장 중요한 이 설치 장소 파악을 주먹구구로 했음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의 이 사업 6권역(홍보탑)에 대한 감사결과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시돼 있다. 옥외광고센터는 2008년 7월 30일 사단법인 K연구원에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 현장설치시설 및 장소에 대한 조사’ 연구용역을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맡겼다. 낙찰 용역비는 9,611만5,000원.
이 연구용역의 과업지시 내용에는 광고물 설치 물량과 실제 임대가능 여부 등을 조사하게 돼있었다. 그런데 K연구원이 시간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과업수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센터는 광고물 설치 물량과 실제 임대가능 여부 등을 조사항목에서 삭제해 주었다.
그에 따라 K연구원은 홍보탑 설치대상 부지인 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고 임의로 홍보탑 50기를 산출한 용역보고서를 납품했다. 또한 센터도 홍보탑 부지의 소유 및 관리기관들과 부지 사용에 관해 협의하지 않고 용역보고서 내용과 동일하게 홍보탑 설치 장소와 물량을 사업계획에 반영하여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입찰을 통해 연구용역을 맡겨 놓고 제일 중요한 연구과제를 과제에서 제외시켜 준 것이다. 센터의 사업계획이 현실에 대한 조사 없이 주먹구구 탁상행정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서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자명하다.
감사원 자료에 거명된 홍보탑 사업자 C사는 이후 설치 장소를 구하지 못해 갖은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설 등 온갖 잡음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설치 장소가 주먹구구로 정해진 것은 비단 홍보탑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낙찰 권역에서 설치 장소를 둘러싸고 센터와 사업자간에 실랑이가 밥먹듯 벌어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법적 분쟁도 진행되고 있다. 

웃지못할 조명방식을 둘러싼 ‘직접-간접’ 소동
직접을 간접으로, 간접을 직접으로 오인한 무지의 소치

센터가 사업계획을 준비하던 시기에 업계 사람들은 센터측 인사들이 야립광고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걱정이 된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센터만이 아니라 당시 정부 인사들의 인식도 그랬다.
정부와 센터의 야립광고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투영돼 나타난 결과중의 하나가 바로 조명방식이다.
우리의 광고문화는 미주나 유럽 등과 분명히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조명방식이 그렇다. 외부조명이 대세인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내부조명을 선호한다. 다른 조건들이 다 같더라도 내부조명은 외부조명보다 훨씬 많은 광고비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과거 특별법때 내부조명은 외부조명보다 훨씬 많은 기금을 내기도 했다.
야립의 부활을 추진하면서 업계는 내부조명 방식을 강렬하게 희망하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센터는 기금조성용 광고물의 내부조명을 금지시키고 외부조명만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표현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내부조명을 직접조명으로, 외부조명을 간접조명으로 잘못 이해해서 시행령에 간접조명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 센터는 외부투광 방식을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이 허점을 업계의 한 인사가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는 외부투광 방식이 직접조명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행안부에 질의를 했고 행안부로부터 자문의뢰를 받은 조명학회는 외부투광 방식이 직접조명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센터의 가이드라인에 적시된 외부투광 방식이 시행령에 위배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
센터는 3차 입찰 때부터 공고문에 “조명방식은 외부투광기를 이용한 조명방식 또는 간접조명(반간접조명 포함)의 방식이 구현되는 조건하의 내부조명방식”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삽입했다.
그리고 낙찰받은 사업자들은 이 문구를 해석하느라 머리를 싸매는 한편 내부에서 빛을 거울에 반사시켜 광고면을 비추도록 하는 등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 실험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고 정신적 고통도 겪었다.
그러나 뽀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어 결국 LED 램프를 이용한 내부조명 방식을 선택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시행령 개정시 ‘간접조명에 한하여 사용한다’는 표현을 ‘광원이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덮개를 씌워 표시해야 하며 빛이 점멸하지 않아야 한다’로 수정했다.

연휴·일몰시간 맞춰 자체 홈피에 슬그머니 공고하는 입찰
15차례 입찰에 부치면서 단 한 차례도 현장설명회 없어

옥외광고센터가 주관하는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업, 그것도 정부가 법에 예외를 만들어서 하는 국가 사업이다.
정부로부터 사업을 수임받은 센터가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고 사업자들에게 맡겨서 하는 사업이다.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써내는 금액이 유일한 매출이고 수입이다.
그렇다면 센터의 입장에서 사업자들은 사업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고객이다.  그런데 사업자들의 센터에 대한 인식과 평판은 믿기지가 않을 만큼 안좋다. 불통, 오만, 관료주의, 무지, 무책임…. 안좋은 말들을 거침없이 입에 올린다.
왜 그럴까. 센터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의 일단만 살펴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같다. 센터가 업계가 눈이 빠져라 기다리던 입찰을 처음 공고한 것은 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오후 6시쯤. 센터 자체 홈페이지에 입찰내용을 올려놓은 것이 전부다.
12월 31일은 대부분의 회사와 기관, 단체가 종무식을 하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다. 옥외광고 업계도 대부분 조기에 퇴근했다.
다음날인 목요일은 신정 휴일. 금요일 하루만 휴가내면 연말연시에 4일간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어서 휴가를 간 직장인도 많았다.
그런데 센터의 입찰 공고로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일날 공고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심한 질책을 받은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공고일부터 등록 마감일까지는 14일. 별도 현장설명회는 없다고 공고문에 명시했다.
업계 여기저기서 센터를 성토하는 소리가 들끓었다. 일부러 입찰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고 날짜와 시간을 그렇게 한 것같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센터의 이런 행태는 되풀이됐다. 입찰조건을 대폭 변경하고 특례규정까지 마련해서 적용한 3차 입찰이 공고된 것은 8월 28일 오후 7시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금요일의 일몰시간을 택해 자체 홈피에 슬그머니 올린 것이 전부다.
6차 입찰도 첫 입찰과 똑같았다. 3일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12월 31일 목요일에 공고했다. 15차례의 입찰을 반복하면서 단 한 차례도 현장설명회를 갖지 않았다. 또한 입찰등록 기간도 초기에는 14일이었지만 나중에는 1주일로 단축했다.


특별취재팀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