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디지털 사이니지의 역사 상업·공공적 메시지 던지는 ‘사이니지’의 극적 진화
1.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상품의 등장과 그 상품의 등장으로 야기되는, 이전과는 다른 여러 현상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유통되는 경우가 있다. 라디오와 TV의 등장은 단순하게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의 주요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들어 내면서 그 이전 시대와는 다른 분석의 틀을 제공해 준다. 새로운 상품의 출현은 단순히 이전보다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 변화의 주요 동인이기도 하다. 기술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체 중 하나이고 상품은 인간 욕망의 자본주의적 솔루션이기 때문에 기술과 상품 이면에 존재하는 일련의 긴 흐름에 대해서 우리는 늘 열려 있어야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그 결과물로 나온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이 단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에 머물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이미 기술의 발전 차원을 떠나서 현대 사회의 사회적 구성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변화는 진행되고 있고 향후 지속되면서 주요 사회적, 산업적 아젠다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중 디지털 비즈니스와 관련된 영역 중 하나인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비즈니스 영역이다. 이 분야는 산업적으로는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시장 참여자 또한 적극적인 편이라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예측되면서 계속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다만 개념적으로는 아직 정리가 필요한 상태다. 이 글은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역사적, 기술적,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고 결론적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재구성된 공간이 어떻게 비즈니스적으로 활용되는지를 미디어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으로 끝을 맺으려 한다.
2. 사인과 사이니지에 관한 오랜 이야기들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사인과 사이니지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 보자. 사인과 사이니지에 관한 개념이 어느 정도 납득된다면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이해는 쉽게 수용될 수 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결코 없다.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개념이 확장되거나 재해석될 뿐이다. 사이니지는 ‘사인(Sign)’이라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단어에서 파생된 신생어다. 어원사전에 따르면 ‘사이니지(Signage)’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76년도이다. 사람으로 치면 신생아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인이라는 단어를 어미로 하여 최근에 태어난 단어가 사이니지다. 사이니지는 태어나면서 사인이 갖고 있는 여러 의미 중에서 일부 DNA를 유전 받았다. 사인은 크게 네 개의 주요 의미를 갖고 있다. 요약하자면, ①기호(symbol, mark, cipher, code) ②간판(signpost, notice, placard, board, marker) ③손짓, 몸짓(gesture, signal, motion, movement) ④조짐, 징후 (indication, symptom, hint, mark, clue, token)이다. 여기에서 ‘기호와 간판’이 부모 사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다. 특히 기호의 경우 그 기원은 석기시대까지 올라간다. 빗살무늬토기의 빗살무늬가 바로 그것이다. 일종의 주술적 경향을 표현했다고 믿어지는 빗살무늬는 인류가 표현한 최초의 사인이었다. 단순하게 빗살무늬를 표현한 것이지만, 당시 인류에게는 그 사인이 표현하는 무엇을 공유하고 있었다. 교회 첨탑 위에 걸려있는 십자가라는 사인이 기독교 신자들에게 종교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과 동일하게 토기 위에 나타나있는 빗살무늬는 당시 인류에게 미적, 종교적 감흥을 불러일으켰다고 판단된다. 기호의 또 다른 사례로 예술의 사회사 속에 자주 언급되는 샘플은 스페인 알타미라와 프랑스라스코의 동굴벽화다. 회화적요소가 풍부하여 예술사적으로는 동굴벽화(CavePaintings)로 표현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호들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추상화된 기호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보기에 이 동굴벽화들은 ‘기호’라기 보다는 ‘회화’에 가깝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글자 그대로 현대적 편견에 불과하다. 당시는 모든 것이 분화되지 않은 사회였다. 죽음을 제외하면 인간에게는 노동과 축제라는 두개의 카테고리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딘가에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행위는 노동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신의 능력을 받아 매일매일 새로운 힘을 받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었다. 고대 인류가 기호를 통하여 새 힘을 얻으려고 하는 것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기호를 이용한 광고, 홍보를 통해 자본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호는 욕망이다. 이러한 기호는 그 후 인류문명의 발달과 다양한 인간 지적수준의 고양으로 다양하게 분기된다. 기호에서 출발한 언어와 회화는 이제 별도로 독립하여 출가하고, 기호는 문자와 그래픽을 통한 메시지 전달로 점점 그 의미가 구체화된다. 이렇게 단어의 의미가 구체화되고 다양하게 되어 가는 과정은 근대 자본주의의 탄생과 시장경제에 조응해 설명해야 그 맥락이 정확하게 파악되지만, 지면관계상 생략하기로 하고 사인에 관해서만 간단히 정리하기로 한다. 기호가 갖고 있던 의미 중 조짐과 징후, 손짓, 몸짓 등은 그냥 기호(Sign)에 남겨두고 간판과 표지의 의미는 사이니지(Signage)라는 단어를 외피로 하여 재탄생한다. 그러나 단순 탄생이 아니라 그 의미가 좀 더 명료화된다. 즉, 상업적이거나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표현된 것을 사이니지라고 한다는 것이다. 비상업적이거나 개인적인 어떤 기호들은 사이니지가 아니라 그냥 사인의 영역으로 남아 있고, 사이니지(Sign+age) 라는 단어에는 특정한 목적이 분명하게 내포되어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는 것을 함의한다는 것이다. 사이니지라는 단어의 출생지가 미국이라는 것은 이런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사이니지는 대중에게 전하는 상업적, 공공적 메시지의 역할을 하겠다고 출생신고를 한 것이다.
3. 디지털 사이니지의 기원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단어가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는 여러 다양한 표현들이 혼재되어 사용되었다. 미국 디지털사이니지 전문가인 지미새플러(Jimmy Schaeffler) 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용어들이 디지털 사이니지의 기본 개념 중 어느 한 측면만을 부각시켜 오래 전부터 디지털 사이니지의 대용어로 사용되어왔다. ▲Advertising Networks▲Captive Audience Networks(CANs)▲Captive Audience TV ▲Digital Advertising ▲Digital Display ▲Digital Media Advertising ▲Digital Media Networks ▲Digital Messaging ▲Digital Point of Purchase ▲Digital Signage Broadcasting ▲Digital Signage Networks ▲Digital Signs ▲Dynamic Communications Network ▲Dynamic Digital Signage ▲Dynamic Display Engagement Media ▲Dynamic Out of Home ▲Dynamic Signage ▲Electronic Signage ▲In Store TV ▲In-Store TV Networks ▲Kiosk System ▲Narrowcasting Networks ▲Out of Home Advertising ▲Out-of-Home Media Networks ▲Out-of-Home Video ▲Place-Based Media ▲Retail Digital Media ▲Retail Media Networks ▲Screen Media 이렇게 여러 표현들이 사용됐다는 것은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에 이미 디지털 사이니지가 상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에 언급한 용어들 중에 ‘TV’ 가들어간 표현이 많은데, 이는 초기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이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TV를 활용한 비디오 사이니지(VideoSignage) 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디오 사이니지는 TV 망을 이용해서 특정 커뮤니티에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서비스로 시작되었다. 대학이나 노인 편의시설 등에 설치되어 간단한 그래픽과 함께 정보를 보내주면서 상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대형 할인마트인 Kmart 에 등장한 비디오 사이니지는 초창기 단순안내용 비디오 사이니지가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Kmart 는 신규 영화 비디오 카세트를 홍보하기 위해본사에서 위성을 통해서 각 지점으로 영화의주요 장면을 송출했고, 각 지점은기존 TV시설을 이용하여 고객에서 보여주었다. 고객들은 쇼핑을 하면서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즐겼고, 결국 전체 매출의 증가와 홍보된 영화의 비디오테이프의 매출을 올리는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TV 스테이션이 방송(Broad-casting)에서 벗어나 특정 목적을 위해 세분화되는 과정의 반영이며 네트워크만 잘 구비되어 콘텐츠 전송이 용이하게 이루어진다면 여러 분야에서 비디오 사이니지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