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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14:10

태풍 볼라벤에 강풍 제대로 맞은 ‘간판’

  • 이승희 기자 | 252호 | 2012-09-13 | 조회수 4,949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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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최대 강풍 초속 50m 강풍에 간판 사고 속출
간판 추락, 전복 등으로 인명·재산 피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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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한 상가 돌출간판이 강풍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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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이 불어닥쳐 청주의 한 동물병원 간판이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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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남부민동 모 아파트 상가 주차장에서 대형 간판이 태풍이 동반한 강풍에 쓰러져 차량을 덮쳤다.

‘휘청이던 대형 입간판이 맥없이 무너지며 자동차를 덮치고, 건물 고층 외벽에서 간판이 공중그네를 타듯 아슬아슬아게 매달려 있다가 결국 추락한다. 대형간판도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구겨져버린다.’
지난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최대 풍속 초속 50m의 태풍 볼라벤의 위력 앞에서 거리의 간판들은 힘없이 쓰러지고 떨어져 나갔다. 강풍 앞에서는 나약한 간판들이 거리에서는 이내 흉물로 변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흉기로 돌변했다.

역대 기상관측 이래 5번째로 강한 메머드급 태풍 볼라벤의 기습으로, 간판의 탈착과 전도, 파손 사고가 속출했다.
간판은 사유시설로 분류되어 정부나 지자체의 보상처리 대상이 아니고 민간이 개별적으로 사고 처리를 하기 때문에, 정확한 간판 사고 건수는 집계돼 있지 않다. 이에 본지가 개별 지차체 및 관련 협단체에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별로는 서울이 34건, 제주 132건, 인천 3건, 경남 3건, 전남 700건, 광주 600건, 충남 244건, 대전 4건 등으로 사고 건수가 기록됐다. 8개 광역자치단체 만으로도 1,700여건의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피해가 큰 곳은 700여건의 사고가 기록된 전라남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의 경우 해안지역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의 경우 단일지역으로 200여건의 간판 사고 건수가 기록됐다. 다음으로는 600건을 기록한 광주가 두 번째로 많은 사고를 기록, 전남·광주 지역의 사고와 피해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간판 사고가 인명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에서 길을 가던 40대 여성이 강풍에 날아온 간판을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파주시 문산읍의 한 50대 남성이 떨어진 간판에 맞아 머리를 다치고 손가락 중지가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충남 보령에서는 건물 외벽과 간판이 함께 무너져 내리면서 주차된 차량 10여대를 덮쳤고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지역 곳곳에서 간판으로 인한 다양한 사고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평상시에는 표시의 기능을 하는 간판이 흉기로 돌변한 셈이다.

이렇게 간판으로 인한 사고와 피해가 속출하면서 간판 설치 및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은 이같은 재난이 관측될 때 할 수 있는 게 현장에 나가 육안으로 확인하고 심하게 흔들리는 것들을 철거하는 정도”라며 “고층 빌딩 간판 등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은 지나칠 수 밖에 없어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간판 사고의 경우 현장에서 특별한 대응책이 없다”며 “그저 시민을 대피시키고 간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간판업을 하는 김모씨는 “인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간판들이나 무등록 업체들의 날림공사가 안전문제를 초래한다”며 “업자나 간판 모두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기후변화의 예측도 어려워지고 재난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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