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은 지난 9월 18일 울산시 남구 상개동 제1공장에서 고함량 EVA(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4만t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한화케미칼은 이에 따라 연간 16만t의 국내 EVA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추가 매출 효과는 연간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VA는 VAM(비닐아세테이트 단량체)의 함량에 따라 저함량과 고함량으로 구분된다. 고함량 EVA는 VAM 함량이 22~40%인 제품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제품으로 주로 코팅, 태양전지용 시트, 핫멜트(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의 감소, 에틸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압박, 중동산 저가제품의 점유율 확대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이같은 고부가 특화제품의 생산 확대로 어려움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케미칼, 1985년 이래 EVA 생산 확대 한화케미칼은 1985년 국내 최초로 EVA를 생산한 이래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폴리에틸렌 계열 판매 중에서 EVA와 전선용 수지(W&C)를 합친 특화제품의 비중도 2009년 1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7%까지 올렸다. 한화케미칼이 EVA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EVA는 범용제품 대비 부가가치가 높고 경기가 안 좋을 때도 가격 하락폭이 적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범용제품과 EVA의 이익의 편차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이같이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기술이나 투자비 등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VAM이 40%이상 포함된 고함량 제품은 한화케미칼을 비롯해 미국의 듀폰사, 일본 토소사 등 세계적으로 일부 기업만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저함량과 고함량까지 모든 종류의 EVA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한화케미칼과 듀폰 뿐이다.
◇셰일가스 위협에 대처…미래 시장 선점 한화케미칼의 이번 EVA 플랜트 증설은 100% 자체 기술로 건설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더욱 깊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인해 국가 간 무역 장벽은 낮아지고 있지만 화학업계의 기술 장벽은 더욱 높아져 기술 제휴를 통한 플랜트 증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술 제휴를 통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국내 대다수 석유화학 공장과는 달리 자체 기술로 완공했다는 것은 투자비, 운영비 절감 뿐 아니라 기술 수출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보고 있다. 이번 증설은 셰일가스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최근 북미, 중국 등에서 개발되고 있는 셰일가스 기반의 저렴한 제품이 시장이 유입될 경우 범용제품의 원가경쟁력은 더욱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번 고부가 특화제품의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미래 시장 선점 효과로도 이어진다. 태양전지 시트용 EVA는 VAM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투명해지고 접착력이 좋아지는데, 이는 결국 태양전지의 효율증대에 기여하기 때문에 태양광 시장이 성숙해 질수록 고품질 EVA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한화그룹이 전사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케미칼에서 생산한 EVA 수지를 한화L&C에서 시트로 만들고, 이 시트를 한화솔라원의 태양전지에 공급할 수 있는 그룹 내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패러다임 변화 주도 이 같은 한화케미칼의 특화제품 집중 전략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범용제품은 예전에 일본 등 선진국에서 생산하다가 선진국이 특화제품에 집중하며 우리나라로 넘어왔지만 이제 한국에서 원가경쟁력이 있는 지역으로 다시 넘어가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EVA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등 기존 수지들이 부가 가치가 낮아지면서 새로운 대체물질로 개발한 것이다.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특화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화케미칼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주베일(Jubail) 석유화학단지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Sipchem)과 합작해 EVA/LDPE 병산 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은 “국내에서는 고부가 특화 제품 생산을 늘려나가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세계최고의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필름 및 신발용 EVA등 범용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