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 자란 골목은 ‘리틀 시카고’라 불렸다. 미군들이 지은 그 이름은 마피아와 갱단이 활약하던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 그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 꼭 무지개가 뜨는 것 같았다. 그 골목은 갖가지 색깔을 품고서 오십 년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달의 바다’를 통해 상큼하고 따뜻한 긍정의 매력을 드러낸 작가 정한아(30)씨가 신작 장편 ‘리틀 시카고’를 펴냈다.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출판사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연재된 작품이다. 동두천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기지촌 이전으로 변화에 맞닥뜨린 동네에서 미군을 상대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아빠와 살고 있는 열두 살 선희가 주인공이다. 선희가 딸 몰래 매일 밤 공동묘지를 찾는 아빠를 통해 자신을 낳자마자 사고로 죽었다는 엄마의 비밀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이야기를 사회 문제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참신한 감각이 일품이다. 선희는 ‘자기 앞의 생’의 ‘모모’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 ‘새의 선물’의 ‘진희’ 등 또래보다 조금 더 속이 깊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계보를 잇는다. 어른보다 더 속 깊은 아이로 자라는 시간이 녹아 있다. 소설의 말미. 골목이 곧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던 어른들, 그 안에서 함께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의 모든 슬픔과 아픔들을 들여다보고 보듬어주던 선희는 제 슬픔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슬픔을 모두 제 것으로 받아들인 후 선희는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삶, 조각난 풍경,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밝게 비추어주는 소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