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54호 | 2012-10-19 | 조회수 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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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의 퇴조… 간판 소재 춘추전국시대 개막 입체화 트렌드 맞춰 간판 전용 소재 개발 열기 ‘후끈’ 건축·인테리어 등 타 분야 소재와 응용·접목 시도도 ‘활활’
최근 몇년 사이 간판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간판 소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해오던 플렉스의 퇴출이라 할 수 있다. 공급이나 수요자 입장에서 고른 장점을 가지고 있는 소재인 만큼 간판 소재로서 플렉스의 영향력은 독보적이었다. 이 소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1990년대 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거리 간판의 80% 이상이 플렉스 간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플렉스의 독주도 정부의 규제 앞에 제동이 걸렸다. 2007년도 행정안전부가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 원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관련법인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으며, 이후 서울시, 경기도를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상위법을 상회하는 수준의 타이트한 규제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지자체 조례들에는 플렉스 간판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으며, 그 여파로 간판 소재로서 플렉스 사용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플렉스가 차지하던 소재 시장은 빠르게 다른 소재들로 대체돼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플렉스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획기적인 소재의 등장을 내심 기대하고 있기도 하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간판 전용 소재는 등장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심보다는 다소 변두리에 있던 기존의 간판 소재를 접목하려는 시도, 인테리어나 건축 등 타 분야에서 사용돼오던 소재들을 도입하려는 시도들로 지금의 간판 소재 시장은 다양한 소재들의 집합장이자 실험장이 되고 있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간판의 형태나 품질이 좌우되기도 하고, 또 부가가치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간판에서 소재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급변하는 간판 소재 시장에 주목되고, 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주로 플렉스 간판으로 대변되는 판류형 간판 시대가 지나고 2010년대는 소위 입체형 간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흔히들 말한다. 입체형 간판은 2D가 아닌 3D로 표현하는 만큼 입체의 구조를 세울 수 있는 단단한 소재들이 필요하다. 근래들어 금속류나 아크릴 등 플라스틱류 소재가 간판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금속류나 플라스틱류의 경우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범용 소재라 간판 전용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간판의 용도로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 소재를 가지고 간판 전용 소재로 개발하려는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류를 활용한 간판 소재의 개발이 두드러지고 있다. 바로 야간 조명 효과 때문이다.
기존의 플렉스와 형광등의 조합으로 창출된 야간 조명 효과를 따라 잡으려면 빛을 투영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한데, 금속은 안되지만 플라스틱은 빛의 투영이 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간판 소재로 개발돼 나온 플라스틱 소재도 다양하다. 아크릴 제조사 플라젠은 기존의 범용 아크릴과 다른 간판 전용 아크릴을 개발해 선보였다. LED조명을 확산시켜주는 효과가 있고 두께도 2T에서 50T까지 다양하다. 나눔폴리텍은 폴리프로필렌을 기반으로 간판용 광확산 소재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채널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수지 소재, 면발광 사인의 확산과 더불어 간판용 에폭시 소재 등 플라스틱 계열의 소재들이 간판 소재로서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실험의 장에 등장하고 있다.
금속의 경우 해당 산업의 규모가 크고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간판 전용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이미 제품군이 원료별, 두께별로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업계가 개발을 자처할 상황도 아니다. 때문에 금속류를 간판용으로 개발하는 사례는 없다. 하지만 눈여겨볼만한 것은 금속으로 2차 가공을 하는 금형 개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임이나 입체 간판 게시대 용도로 대중적인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제작사들이 앞다퉈 금형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애니프레임'이 그 대표적인 개발 일례다. 간연사를 비롯해 다수의 제작사들은 대중화를 겨냥해 이같은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간판정비사업 등 관급 공사를 제외하고는 기업이나 일반 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소재의 다양화를 위해 인테리어나 건축 등 타 분야에서 많이 사용돼오던 소재들을 간판에 접목시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백페인트글라스나 타일, 합성목재, 스타코플렉스, 아트기와와 같이 기존에 인테리어나 건축에서 사용돼오던 소재들이 간판에 응용되고 있는 것. 백페인트글라스나 타일같은 경우 처음에는 극소수 매장에서 사용해오다 최근에는 많이 대중화됐다. 합성목재는 목재와 플라스틱의 장점들을 적절히 보완해 만든 소재로 친환경성이 요구되는 공간을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아트기와나 스타코플렉스 등은 건축 분야에서 내부나 외부 마감재로 사용돼오던 것들인데, 건축 분야에서 사용돼오던 만큼 옥외환경에서 적용성도 좋고 비주얼도 차별화할 수 있어 최근 일부 관급공사, 기업 등이 매장 간판 소재로 채택해 사용했다.
이밖에도 첨단 기술과의 접목 시도, 제작 기술의 진화 등으로 다양한 간판의 소재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도 새로운 시장의 트렌드를 겨냥해 신소재들을 개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하우시스 고기능소재팀 신승조 과장은 “아직까지 시장에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플렉스, 시트 소재들의 수요 급감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중”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기업의 움직임과 별도로 업계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간판을 접목하는 시도들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간판을연구하는사람들 이송근 대표는 “이제는 예전처럼 한가지 소재가 간판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갔다”며 “다양한 소재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인테리어, 건축 분야의 소재가 간판에 접목되는 것은 소재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자칫 업역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제 업계도 구태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소재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발빠르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