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255호 | 2012-10-26 | 조회수 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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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광고 전면금지 개정안 통과 ‘초읽기’, 업계는 ‘강 건너 불구경’
지난 9월 10일 보건복지부가 주류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국민건강증진법 전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최근 지나친 음주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공중이용시설·장소에서의 주류판매 및 음주금지, 경고문구 표기 의무화, 주류광고 금지 매체 확대 등의 조항을 포함시켰다는 게 보건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버스·지하철·철도 등 대중교통수단과 택시, 여객선, 항공기, 공항 등을 통한 주류 광고, 옥외광고판을 이용한 주류 광고가 전면 금지된다.
사실상 모든 옥외광고 매체에 주류광고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매체별로 볼 때 주류광고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한 매체는 옥외광고가 유일하다. 여타 매체들도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긴 했으나, 시간대나 횟수를 제한하는 부분적 규제 조치를 취한 것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주폭(酒暴) 문제의 심각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주류광고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주폭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는지, 또 옥외매체에 내걸린 술 광고가 음주와 그에 따른 폭력을 조장한다는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아스럽다. 또한 과도한 옥외 주류광고 금지는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막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큰 과잉규제의 소지도 내포하고 있다.
만약 보건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옥외광고업계는 거센 후폭풍을 맞게 된다. 막대한 영업적 손실과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며, 옥외광고 매체력 저하에 따른 영향이 산업 전반에 걸쳐 도미노처럼 번질 공산이 크다. 옥외광고시장에서 주류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일례로 서울시 버스외부광고시장에서 주류광고의 비중은 10% 내외로 연간 30~35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지난 9월 서울시가 버스와 버스쉘터의 주류광고를 임의규제하면서 주류업계와 버스광고업계는 당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면 보건복지부의 옥외매체 주류광고 전면 금지 법안을 막기 위해 궐기라도 해야 할 판인데, 옥외광고업계는 조용하다 못해 잠잠하기까지 하다. 법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대응책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찾을 수 없다. 옥외광고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산업 전반적으로 타격을 주는 규제 법안의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도, 업계는 그저 멀뚱멀뚱 옆집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고 있다. 옥외광고 대행 관련 전문협회인 한국옥외광고대행사협회가 유일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업계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주류광고 현황과 광고금지에 따른 피해금액 등 자료를 취합한 후 이를 토대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에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게 협회 측의 방침이나, 자료를 협조해 오는 업체들이 많지 않아 고충이 크다는 전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주류광고 금지 법안보다 안일한 인식과 무관심,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옥외광고업계의 대응법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워낙 주폭(酒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고 있어 ‘소나기가 올 때는 일단 비를 피하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비는 잠깐 오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다. 법안이 일단 통과되면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맛비가 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법언이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즉 주장하지 않은 자, 권리가 있는데도 투쟁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쟁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옥외광고업계의 업권은 옥외광고업계 스스로가 지켜야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9일 이의신청기간이 끝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유관 협·단체들도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