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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6 11:22

(기자수첩)제주공항 광고입찰, 발주처의 상생마인드가 아쉽다

  • 이정은 기자 | 256호 | 2012-11-16 | 조회수 2,830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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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옥외광고 대행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 제주공항 광고매체 입찰이 마무리됐다. 본 기자도 업종 유일의 전문신문 기자로서 오래 전부터 제주공항 광고입찰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제주공항 광고매체 입찰은 매체확보의 필요성이 절실한 매체사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붙으면서 고가낙찰로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발주처인 제주공항 입장에서는 이번 입찰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제주공항의 입찰 과정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이번 입찰을 결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발주처의 입찰 진행과정이 후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물론 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입찰로밖에 비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자와 상생하려는 마인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선 입찰 추진 일정부터가 일방적이어도 너무 일방적이었다. 규모가 큰 대형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참가 기간을 6일 밖에 주지 않아 업계의 원성을 샀다. 현장설명회가 11월 2일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치러진 것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사업참여를 검토하는 매체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에 불과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 짧은 기간에 사업성을 검토하는 건 무리다. 업계를 무시해서 그러는지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기자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낙찰 후 25일 이내 설치시방서를 제출하라는 것 역시 국제공항에 걸맞는 제작물을 계획하고 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게다가 제주공항 측은 최근 공기업의 광고사업 발주에서 전자입찰이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이번 입찰을 현장입찰 방식으로 치렀다. 전자입찰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특히 사업시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제주’라는 지리적인 특성과 사업자들의 편의를 감안할 때 현장입찰보다는 전자입찰이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발주처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입장인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독소 조항도 여전했다. 입찰설명회 자료에는 ‘추후 공항운영 사정에 의해 입찰대상의 위치 이전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철거 및 이전비 등 제반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는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독소 조항으로 판결되어 시정명령이 난 상태여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11월 2일 제주공항 탑승동 2층 공사교육장에서 치러진 현장설명회 자리는 발주처인 제주공항 측이 ‘갑’으로서 얼마나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업자를 대하는 마인드가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략적인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바다 건너 멀리서 온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기 그지없었다.
제주공항 측은 제주공항 광고 입찰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현장설명서를 20부 밖에 준비하지 않아 뒤늦게 부랴부랴 자료를 추가로 준비해 오느랴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현설에 참여한 관계자는 33개사 70여명에 달했다.

주최 측의 준비 미흡으로 현장설명회는 당초 예정된 2시를 훌쩍 넘겨 3시 가까이 돼서야 시작되어 참가자들은 지루한 시간을 감내해야 했고, 진행도 매끄럽지 못해 참가자들이 해당 사업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인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 왜 오셨는지... 기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사전에 연락을 주세요.”, “아니, 왜 그 (입찰설명서)자료를 받으려고 해요!”
기자가 제주공항 운영계획팀 관계자로부터 현장에서 들은 말이다.

현장설명회 자리는 많은 사업자들에게 사업에 대한 자세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 참여를 독려하는 자리가 되어야 옳다. 그리고 당연히 업계의 눈과 귀가 되어 줄 업종 전문지는 이를 취재할 의무가 있다.
발주처는 그 내용을 숨기거나 선심 쓰듯 알려주는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자료공개와 투명행정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하면서 언론의 취재활동을 적대시하며 통제하는 제주공항 측의 고압적인 태도는 심히 유감스럽다.
발주처의 담당자가 언론인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고압적이라면, 사업자들은 과연 발주처로부터 어떤 서비스와 배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 제주공항 측 담당자는 기자에게 자료를 건네주며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정은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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