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257호 | 2012-11-29 | 조회수 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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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과잉규제의 실태
법과 현실의 괴리 극명하게 보여주는 래핑광고 규제
보편적인 광고수단으로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으나 법적 근거 없어 ‘불법’ 기업들, 과태료 감수하고 집행… 정부도 국제행사때면 버젓이 래핑광고 대열에
래핑광고 규제의 비현실성을 극명하게 보여 준 2010년 G20정상회의 때의 정부의 불법 래핑광고 집행 사례. 정부가 국제행사의 분위기 조성과 홍보 차원에서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현행법상 불법인 래핑광고 게첨을 독려한 것은 래핑광고의 효용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해 여름 월드컵 래핑광고물에는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데 반해, G20정상회의 래핑광고에는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아 법적용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했다.
래핑광고 규제 문제는 국내 옥외광고업계의 가장 해묵은 과제이자, 현행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래핑광고는 래핑(wrapping)이라는 이름에서 읽혀지듯이 건물의 외벽, 기둥 등에 랩을 씌우듯이 광고물을 덧씌우는 광고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나이키가 지하철 여의나루역에 실시한 월드컵 캠페인이 그 효시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효과성 좋은 매체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후 래핑광고는 강한 임팩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시인성이 뛰어나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광고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효과성을 인정받은 보편화된 광고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과 달리 래핑광고는 현행법상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광고물로 규정되고 있다. 현행법상 건물 외벽의 현수막은 구청이 지정한 게시대에만 게시할 수 있고, 건물을 덮는 래핑광고는 불법이다. 관할구청은 광고 철거를 계고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불법이기 때문에 래핑광고를 하지 않을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벌금을 감수하고 래핑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적발에서부터 철거까지 처리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용해 비일비재하게 래핑광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메이저 광고대행사의 관계자는 “구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우려해 래핑광고를 허용해 주는 건물주가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희소성이 생겼다”면서 “하고자 하는 광고주들, 즉 수요는 있으니까 금액이 올라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버스를 이용한 래핑광고 역시 움직이는 대형 광고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매체로 꼽히지만,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시장에서 원하고, 이미 공공연히 널리 쓰이고 있는 광고기법이 법규가 없어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법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과 괴리가 큰 법을 개정해 래핑광고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입법화도 추진된 적이 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쳐 여전히 래핑광고는 불법의 테두리에 갇혀 있다.
지난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 때 불거진 정부의 불법 래핑광고 집행 논란은 래핑광고 규제의 비현실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해 여름 남아공월드컵 때 래핑광고물을 설치한 대기업들에는 줄줄이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반면, G20정상회의에 맞춰 내걸린 래핑광고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그동안 업계는 래핑광고의 합법화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시기상조와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업계의 염원을 외면해 왔다. 그러던 차에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자연스럽게 형평성 시비가 불거졌고 일반 언론매체에서까지 논란거리가 됐다. 지자체들은 G20 준비위원회에서 협조를 당부한 부분도 있고, 국가의 이익을 위한 공익성 광고물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같은 이중잣대에 대해 광고업계에서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래핑광고 규제의 비현실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래핑광고를 정부가 버젓이 G20정상회의 분위기 조성 및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래핑광고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인정한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