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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11:10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옥외광고산업 발전 가로막는 과잉규제를 혁파하자 2

  • 이승희 기자 | 257호 | 2012-11-29 | 조회수 1,855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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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과잉규제의 실태

 

규제에 속박된 간판,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간판 ‘표시방법’에 대한 규제 ‘많아도 너~무 많아’
  

난립된 간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법령을 강화하고, 간판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정부가 남발하던 근거 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절반 이상이 불법간판’ 이라는 통계다. 역으로 적법한 간판이 절반 뿐이 안된다는 이야기다. 이 통계만 보면 우리나라 간판들은 참 ‘못됐다’. 요즘 유행어를 빗대 준법정신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대로 규제를 강화하고 과도한 행정력을 투입하면 과연 불법간판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까? 만약 현재의 불법 간판들이 모두 일방적으로 법을 무시한 ‘비양심적 간판’들이라면 강력한 규제를 통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현재 불법으로 규정된 간판 중 상당수는 현실을 무시한 법령이 만들어낸 ‘억울한 피해자’다.
특히 ‘간판의 표시방법’에 대한 과도하고 비현실적 규제가 그 주범이다.  

▲ 간판색도 마음대로 못쓰는 현실 

먼저 간판 표시방법에 있어 불합리한 규제의 대표적인 예로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던 부분은 바로 ‘색상’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판에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두가지 색깔이 있다. 바로 빨간색과 검정색이다. 법령에는 이를 담고 있지 않지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 조례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담겨져 있다.
‘광고물등의 바탕색은 적색류 또는 흑색류의 사용을 2분의 1 이내로 하여야 한다’. 즉 간판의 배경이 적색이나 검정색일 때 그 색이 차지하는 넓이가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면 안된다는 의미다. 이는 1999년 말부터 각 지자체별로 시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서울시 김정수 팀장에 따르면 이는 IMF 이후 대형화된 약국, 체인 형태의 학원, 병원, 부동산 등이 빨간색 간판을 과도하게 사용함에 따라 시작된 규제다. 당시 서울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들은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관련 협단체 등에 협조공문을 통해 압박을 가했다.
빨간색을 쓴다는 이유로 영업점의 간판이 ‘무허가 불법간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기업 및 프랜차이즈들은 간판을 바꿔 달았다. SK주유소는 2005년 적색 간판을 주황색으로 교체했고, 맥도날드, 피자헛, 코카콜라, KFC, 나이키 등 빨간색 바탕의 간판을 쓰는 다국적 기업도 다른 색상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클라이언트들은 이같은 규정에 대해 뜨악한 반응을 보인다”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런 규제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색상 문제로, 지자체들은 광고물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 설치 허가를 하도록 완화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으나, 이마저도 ‘빨간색’을 싫어하는 심의위원을 만날 경우 심의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운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사항’이다.

▲ 산업 성장 견인해온 ‘플렉스’의 억울한 퇴출 

이와함께 사용 소재의 규제 역시 과도하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007년 이후 중앙정부 및 지자체들은 ‘불법간판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플렉스 간판’을 불법간판의 원흉으로 지적하며 이 소재 사용의 자제를 유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된 것은 2008년 ‘서울시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고시로 규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당시 시는 ‘1업소 1간판’, ‘가로, 세로 50cm 이하의 문자 크기’ 등 수량, 크기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건물 1층에는 판류형 간판의 사용을 금지했다. 플렉스 간판을 겨냥한 규제였다. 이어 다른 시·도들도 일제히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간판의 수량, 크기, 소재에 대한 타이트한 규제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동서울대 이경아 교수는 “플렉스는 가장 획기적인 광고 소재”라며 “현행 간판의 문제점은 소재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방법론의 문제”라고 전했다.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가 간판을 각종 규제로 억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디자인’을 강조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한 제작업계 관계자는 “개성도 없이 글자만으로 간판을 표현하라고 하면서 디자인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모든 디자인 요소에 쥐약을 쳐놓고  디자인을 하라니 우습다”고 힐난했다.

▲ 현실 무시한 규제의 남발 

그런가하면 관련법 규정이 없거나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빚어지는 필요 이상의 규제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유명 아파트 브랜드 P아파트는 아파트 측면 외벽에 부착한 아파트 명칭 간판이 불법이라는 관할 지자체의 통보를 받았다. 해당 지자체는 그 아파트 간판이 ‘LED를 이용한 전기이용광고물’인데 허가를 받지않았다며 철거명령을 내렸다.
지자체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도 심했다. 아파트 입주주민들은 “아파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 브랜드는 곧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작은 가게도 아니고 대형 고층 건물에는 당연히 명칭 표시가 필요한데 이를 불법으로 제한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반발했다. 
그 뿐 아니다.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좋은 목적으로 사용된 광고물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고 싶어요,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지금 광화문 교보빌딩 전면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있다. 교보빌딩에는 ‘광화문 글판’이라 불리는 게시판이 걸려 있는데, 이 곳에는 매 3개월마다 계절에 맞는 싯구들이 실린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나마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주는 ‘행인들의 벗’이다.
교보를 홍보하거나 신간을 광고하는 상업적인 내용은 전혀 없는 그저 ‘한줄 시’가 담긴 글판일 뿐이다.
이 글판은 교보생명 창립자인 신용호 회장의 뜻에 따라 1991년도부터 시작됐다.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글판은 2007년도 이전까지만 해도 ‘불법광고물’ 신세였다. 서울시는 물론 관할구청인 종로구 모두 공익성을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수차례 경고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 2007년도 종로구청으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아 지금은 단속의 대상에서는 벗어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관련 규정이 모호한데도 불법으로 간주되고, 좋은 목적으로 사용되어도 ‘글자’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 취급을 받아야 하는 ‘억울한 간판’들이 많다.     

▲ 글로벌 시대 역행하는 규제

글로벌 시대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 규제도 많다.
주유소 폴사인에 대한 규제가 가장 비근한 예다. 2008년 서울시 옥외광고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서울시 일부 구는 고시를 통해 지주이용 간판의 신규 설치를 금지했다. 관행처럼 폴사인을 설치해온 정유업계는 이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특히 다국적기업이 대부분인 정유업계의 경우 주유소에 캐노피, 폴사인을 설치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폴사인을 금지시킨 사례가 없다”며 “또한 운전자의 주행안전성 및 시인성 확보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GS칼텍스와 강남구 간의 행정소송도 있었고, 강남구는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광고물의 내용에 한글 병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법령도 글로벌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시행령 12조는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하여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자국의 언어를 보호하겠다는 법의 목적과 취지는 좋으나,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유입되고 해외로 진출되는 시대적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물론 상표 표기의 경우 ‘특별한 사유’로 인정돼 스타벅스 등 일부 외국 브랜드들이 영어 표기를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또 한 국회의원이 이같은 단서조항까지 없애고 한글 병기의 의무화를 주장했고, 뒤이어 서울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가 이같은 내용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하고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현실과 국내환경을 무시한 무수히 많은 규제에 옥외광고는 발목이 묶여있다. 하지만 발목을 묶었다고해서 불법이 줄어드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불법이 양산되는 모습이다. ‘자율규제’보다 ‘법적규제’가 선행되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체계, 광고물을 단속과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정부의 간절한 소망은 계속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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