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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11:09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옥외광고산업 발전 가로막는 과잉규제를 혁파하자 3

  • 이승희 기자 | 257호 | 2012-11-29 | 조회수 1,790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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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과잉규제의 실태

 

‘간판 아닌 업자들 정비했던’ 간판정비사업
 간판업자-> 일당기사로 전락… 업계의 산업 구조 송두리째 흔들어
 

서울 시내에서 간판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오늘도 현장에 나가서 밧줄을 타고 있다. 인근 간판 가게로부터 시공을 부탁받고 나간 현장이다. 무늬만 간판집 사장이지 요즘 그가 하는 일은 이렇게 밧줄을 타고, 사다리나 크레인에 오르는 일이다.
시공으로 옥외광고 업계에 입문해 이집, 저집 다니며 간판일을 알게 되어, 10년 전 10평 남짓한 간판 가게를 열게 된 그였다. 하지만 지금 ‘김사장’은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 했던 ‘일당기사’ 노릇을 다시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어요, 이렇게라도 입에 풀칠하고 살아야죠” 김씨의 말이다. 3~4년 전부터 뚝 끊긴 손님의 발길. 정부에서 세금을 쏟아 부어 간판을 바꿔주면서부터 일이 줄었다고 김씨는 전한다. 밉살맞은 정부의 정책이 원망스럽지만 지금 그는 그런 한탄을 할 겨를도 없다. 생존을 위해서 오늘도 현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자체가 앞장서 전국 곳곳에 시행중인 간판정비사업은 이렇게 업계의 산업구조 자체를 뒤흔들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돌직구’ 였다.

▲ ‘상인도 울고, 업자도 울었다’

덕지덕지 질서없이 건물에 붙어있는 간판들을 정리하고,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관련 학계나 시민사회 등 대부분이 공감한다. 업계도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가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과 방법이 너무나 과도하고, 그결과 많은 부작용과 무리가 따르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라는 미명 아래, 정당한 근거도 없이 특정 거리를 사업 대상지로 설정해놓고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강제로 간판을 뜯어고치고 있다. 상인들은 왜 그것을 따라야 하는지 이해도 못한 채 자신의 가게에 원치 않는 형태와 디자인의 간판들이 달리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할 뿐이다. 간혹 ‘돈키호테’ 같은 저돌적인 상인들은 끝까지 자기 간판을 지켜내겠다며 시공 현장에서 업자들 멱살이라도 붙잡는다. 이런 몸싸움은 간판정비사업 현장에서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만큼 사업에 대한 상인들의 저항이 심하다는 얘기다. 그들이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 간판을 지키려는 것은 ‘간판을 곧 생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장사 안되는데, 간판을 그렇게 작게 달면 뭐 먹고 살란 말이예요” 상인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이다. 실제로 사업 이후 매출이 줄었다는 상인들도 많다. 강남에서 바를 운영중인 김 모씨는 간판정비사업 이후 가게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전한다. 몰개성에 대한 지적도 많다. “옆 집 간판하고 다를 게 없어요” 홍대 푸르지오 상가 한 입주상인의 볼멘 소리다. “옆집 간판보다 좀 작은 것 같아요”, “조명이 옆집보다 어두워요” 등 트집같은 불만을 외치며 업자들을 귀찮게 하는 상인도 많다. 자율적인 선택이 아닌 과도한 행정력이 가져온 병폐다. 
간판정비사업에 저항하는 상인들처럼 우리 업계에도 ‘간판은 곧 생계’다. 물론 생계인 이유는 다르다. 상인들에게 간판은 ‘영업의 도구’이지만, 업계에 있어 간판은 곧 ‘영업 목적’ 그 자체다. 그런 목숨줄 같은 간판을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바꿔주고 있으니 상인들의 자발적인 간판 구매욕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정부가 간판 바꿔주는데 뭐하러 간판을 달겠습니까” 관악구에서 간판집을 운영하는 C씨의 말이다. 또 그는 “돈 많이 들여 단 고급 간판들도 정비사업에 걸리면 가차없이 바꿔야 하는 상황” 이라며 설명을 보탰다.
수많은 거리들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간판은 당연히 정부가 바꿔주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자체에 ‘우리 간판은 왜 안 바꿔주냐’는 상인들의 문의도 이어진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세 간판업자들은 매출의 급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그나마도 버티면 다행이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마따나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 마다 업체가 사라지는 게 업계가 직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 수주업체들도 사업의 역풍맞아

물론 간판정비사업으로 수혜를 본 업체도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아~ 거기’ 할 정도로 이 일만 전문으로 해 실적을 쌓으면서 규모를 키운 업체도 있고, 수십억원대 공사를 수주해 많은 이윤을 남기고 건물을 세운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업계 전체가 아닌 지극히 일부에 해당된다는 데 있다. 즉 간판정비사업은 업계에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요즘 보면 이들 업체에도 행운은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일이 없다보니 많은 업체들이 간판정비사업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그러면서 간판 단가가 많이 떨어지게 된 것. 사업을 해도 마진을 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한참 활발하게 전개됐던 간판정비사업도 줄어들고 있다. 해마다 관련 사업에 책정된 정부, 지자체의 예산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간판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고, 무엇보다 애초부터 간판정비사업의 예산을 쓸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었다”며 “옥외광고기금 등 다른 루트를 통할 수 있을 뿐 앞으로 이 사업에 투입되는 국가예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공사를 직접 수주한 원청 업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청 업체들로부터 하청을 받거나 채널사인이나 프레임 등 외주를 받아 일한 업체들까지 겪는 문제다. 그런 업체들은 단기간에 다량의 사업물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채널을 비롯해 관련 가공설비 투자를 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 사업 수요가 급감하면서 설비 가동이 중지된 곳도 적지 않다.
군포의 한 채널업체 관계자는 “우리같은 경우 간판정비사업 일이 90% 이상이었는데 요즘 일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최근 1년 사이 예전에 비해 일이 절반 가량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일반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쪽은 더 침체돼 있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간판정비사업으로부터 소외되고 또 그 사업의 여파로 고전을 해야 했던 영세업자들이나, 한때 수혜를 입었던 업체들이나 지금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타이트해진 법령도 모자라 간판정비사업까지 정부가 던진 과잉 행정력은 이렇게 한 산업을 붕괴와 몰락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 비현실적 간판 단가 만들어낸 사업

간판정비사업은 간판 단가의 급격한 하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요즘 간판이 150만원이예요, 그거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인건비도 안남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가격이 나오는지 몰라요” 한 제작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단가가 하락해온 플렉스 간판을 그 가격에 만드는 것이라면 이해도 된다. 하지만 ‘LED조명-채널사인-게시대(프레임)’를 한세트로 내거는 소위 최신식 간판이 150만원이면 해결된단다. 간판정비사업은 채널시장이 막 열린지 4~5년 만에 LED간판 150만원 시대를 부추겼다. 대부분의 간판정비사업은 1업소당 일정한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식을 띤다. 사업 전체 예산을 해당 사업구간의 업소수로 나누어 적절한 금액을 결정하는게 보통이다. 간판정비사업 초반에는 1업소당 지원예산이 300~400만원 이상 주어졌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150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제한된 예산에서 보다 많은 간판을 정비하고자했던 지자체의 욕심과 적절한 공사 금액보다 수주 실적 쌓기에 눈 먼 제작업체가 빚어낸 어이없는 결과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그게 디자인서울거리 할 때 한 업체가 만들어낸 황당한 일이었다”며 “공사 단가가 한번 낮아지니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삼원엘앤디 김원종 대표는 “150만원이라는 간판 공사 대금은 많은 업자들이 일당으로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며 “일반 사업자들이 골고루 일을 하게끔 만들어줘야 하는데 일부 업체만 독식하는 구조, 업체들이 제살깍기 경쟁으로 뛰어들게 만든 원흉이 간판정비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디자인도 질서도 중요하지만 결국 서민이 죽어야 질서가 잡힌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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