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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4:50

옥외광고산업 발전 가로막는 과잉규제를 혁파하자 - 1

  • 이정은 기자 | 258호 | 2012-12-14 | 조회수 1,814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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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언론사-대기업의 무분별한 옥외광고사업 진출, 이대로 괜찮은가


힘과 자본력 앞세워 너도나도… 과열경쟁에 ‘기름붓기’… 시장 생태계 ‘흔들’
중소매체사-종사자들의 생존권 위협… 일각에선 ‘中企 적합업종 지정’ 목소리도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근래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부침과 변화를 겪고 있다.
최고가 입찰에 따르는 고가 납입료 부담으로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악순환의 구조 속에 발주처들의 매체사업 통폐합 및 축소, 직영제 도입 및 일괄 입찰 등 매체 환경에도 급변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방송·통신 융합’으로 대변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전통매체 중심의 옥외광고 시장에도 대대적인 재편바람이 불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와 같은 뉴미디어가 광고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면서 다양한 관련사업이 시장 전반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동안 시장을 지켜왔던 옥외광고 토종 매체사들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발주처의 광고사업 통폐합, 직영제, 일괄입찰 등으로 가뜩이나 중소 매체사들이 옥외광고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거대 자본과 막강한 매체파워를 앞세운 중앙언론사와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옥외광고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 매체사들은 아사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 및 중앙언론사들은 이미 옥외광고산업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KT나 서울신문사 등은 오래 전부터 옥외광고사업을 영위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IT기업 및 언론사다. 그밖에 동아일보사, 연합뉴스, LG유플러스, CJ계열인 CJ파워캐스트와 JS커뮤니케이션즈 등 많은 대기업 및 언론사들이 옥외광고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대기업 및 중앙언론사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는 수년전부터 불거져 나왔는데, 최근들어 거대자본의 유입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거세지는 양상이어서 기존 옥외광고 매체사들의 위기감이 목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기존의 옥외광고업계는 대기업 및 중앙언론사들이 중소기업의 영역이던 옥외광고시장에 무분별하게 진출해 생태계를 흐려놓고, 그간 어렵게 쌓아온 산업의 근간과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우려와 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치러진 일련의 굵직한 대형 입찰에서 나타난 흐름은 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중앙언론사들의 옥외광고사업 진출 움직임이 수면 위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잠실야구장 광고 입찰은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권자인 전홍이 수성했지만 기존에 옥외광고사업을 해오고 있던 동아일보사와 서울신문사를 비롯해 중앙일보사, 한국경제신문사 등 중앙언론사가 대거 입찰에 가세하며 과열에 기름을 부어 사상 유례없는 초고가 낙찰 기록을 남겼다.

10월에 치러진 2차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자 선정 입찰 역시 여러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앙언론사들의 가세로 보다 더 치열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며 고가낙찰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수차례 옥외광고사업 진출을 엿봤던 중앙일보사는 자사의 방송법인인 중앙방송 이름으로 4권역 입찰에 참여해 일단 사업권을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지난 11월 치러진 제주국제공항 광고 입찰도 대기업 및 중앙언론사의 참여로 뜨거운 열기를 뿜었고 역시 ‘초고가 낙찰’이라는 결과로 매듭지어졌다. 사업권을 가져간 곳은 CJ계열의 JS커뮤니케이션즈였고, 차순위와 3순위 리스트에 서울신문사와 동아일보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서울버스 외부광고 입찰도 거대 외부자본의 가세로 판이 커져 낙찰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업계의 맏형격인 전홍이 신문사들의 공세에 맞서 사업권을 수성하는데 성공했지만, 납입료 부담이 커져 수익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입찰에 참여한 7개업체 가운데 전홍과 인풍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JS커뮤니케이션즈, 동아일보사, 서울신문사, 조선일보사, 한국경제사)가 대기업 계열사 및 중앙언론사였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대형 입찰 사례에서 보듯이 거대 외부자본의 옥외광고시장 진입은 고가낙찰 사태를 부추겨 가뜩이나 녹록치 않은 매체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물론 이들 외부자본의 시장 진입은 기존의 영세 매체사들이 하기 어려운 대규모 기술 투자나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최고가 입찰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현행 옥외광고 입찰에서 거대 외부자본의 참여는 과열 경쟁에 기름을 부으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생태계를 뒤흔드는 역작용을 불러오고 있다고 토종 매체사들은 입을 모은다.
‘고가낙찰→납입료 상승→광고비 상승→광고주 이탈→매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서, 매체환경 변화로 가뜩이나 설자리가 없는 중소 매체사들과 종사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력과 매체파워를 앞세운 중앙언론사와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이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기름을 끼얹으면서 사상 초유의 초고가 낙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옥외광고업계는 공멸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속된말로 ‘돈질’을 하다 보니 기존 업체들은 수성하기 위해 더 쓰고 그러다 보니 낙찰금액이 올라가고 광고단가가 인상돼서 비용적인 면에서 (광고주)부담이 되는 것이 큰 문제”라며 “물론 신문사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시장에 들어와서 환경이 개선되거나 기술적으로 진일보하거나 하는 발전은 없고 단가만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부작용은 언론사들이 업계의 룰을 모르고 들어와서 단가를 너무 높이거나 혹은 낮추는 식의 영업으로 시장 질서를 흔들어 놓고 이 시장을 빠져나가면 차기 사업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등 결국 그 빈자리를 다시 기존 옥외매체사들이 메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최근 언론사와 대기업들의 옥외광고시장 진출 상황을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비유하고 있다.
그간 견실하게 사업을 일궈온 한 중소 매체사 대표는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작은 규모의 업체들이 오랜기간 경험과 판단으로 적정한 금액으로 매체사업을 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주도 시장이었다”며 “작은 업체들이 매체를 따오면 비슷한 업역과 규모의 업체들이 서로 도와주면서 사업을 해오기도 했는데,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이 없어지듯이 대기업이나 언론사들이 들어오면서 우리같은 중소 매체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의 문제점은 신문사들은 ‘신문’이라는 매체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옥외광고는 매체 자체가 ‘목’에 따라 좋고 나쁨이 있을 뿐이지만 신문은 매체 자체가 ‘힘’을 가지기 때문에 영업에 있어서 중소매체사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 어려운 가운데서 시장을 지켜온 기존 매체사들은 입찰에서 한번, 영업에서 또 한번 밀리면서 두 가지를 다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옥외광고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도록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옥외광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기업과 신문사들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이 ‘규제’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대기업과 신문사들의 무분별한 옥외광고시장 진입이야말로 최근 화두로 등장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작은업체들이 숨을 쉬어야 경제도 돌아간다. 신문사는 본연의 업무인 신문 만드는 일에 충실해야 하고, 우리는 우리가 해왔던대로 옥외광고사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은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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