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차리려면 미용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부동산을 창업하려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미용실이나 부동산과 같은 특정 업종들은 타 분야에 비해 보다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미용사는 인체중 일부를 다루고, 공인중개사는 재산과 직결된 문제를 상대하는 만큼, 기술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이들 업종창업을 하는데 있어 관련 자격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옥외광고업도 마찬가지다.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옥외 간판을 비롯해 각종 광고물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광고물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조명을 쓰는 광고물이 많아 배선 등 전기도 다뤄야 한다. 사람이 다니는 곳에 설치되는 광고물도 다루기 때문에 안전 시공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옥외광고사’ 자격을 갖춘 이들이 반드시 옥외광고업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미용실, 부동산 등이 관련 자격을 갖춰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업권이 보호되어 있는 것과 달리, 옥외광고업에는 다른 사업 분야가 마구 침투해온다. 옥외광고사라는 자격제도가 존재하고, 해당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권이 제대로 보호되고 있지 않다.
‘무등록 업체’의 활개 근절해야 한다
처벌 조치 강화 필요…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 등 제도 필요
우선 무등록 업체가 단속을 피해 버젓이 광고업을 하고 있는 것부터다 문제다. 옥외광고업의 경우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옥외광고업체로 등록해야 정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등록제’가 법과 제도를 통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법과 제도를 무시한 불법 영업은 오래전부터 활개를 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광고물 중 50% 가량은 무허가 불법광고물들이며, 그중 30% 이상이 무등록업체가 설치한 것이다. 문제는 불법광고물을 양산한 무등록 업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 10조 1항에 따라 관련법 위반시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처벌조치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무등록 업체들은 공개적으로 업장을 갖추지않고 음성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후속 조치를 취할 때 종적을 감추기 십상이어서 사실상 법으로부터 자유롭다. ‘우리나라 절반 이상’이라고 연일 지적되는 불법광고물의 근본적인 문제도 무등록 업체들이 마음대로 영업할 수 있는 사업환경이 일몫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무등록 업체의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같은 문제는 등한시하고 광고물에 대한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난해하다고 뒷집만 질 일이 아니다. 관련 법과 제도를 강화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무등록 업소에서 제작한 광고물을 설치하는 경우 간판을 설치한 광고주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무등록 업체의 처벌 내용을 보다 강화한다든지 ‘신고 포상제’ 등을 마련해 정식 등록업체들의 선의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간접적으로는 무등록 업체들을 제도의 틀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옥외광고물 인허가시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가입의 의무화에 대해 협회 일각에서는 꾸준히 제안해왔다. 단체 보험을 할 경우 개인 사업자의 부담이 경감되기 때문에 관련 협회가 단체 보험 가입의 창구가 되면 비회원사을 협회로 흡수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무등록 업체의 무분별한 불법 영업이 거리에 많은 불법 광고물을 양산하고 있다.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업체들의 하청, 더 이상은 안된다 간판 공사에 옥외광고업체만 참여토록 진입 보호망 절실
요즘같은 불황에 가뜩이나 동종업계 간 경쟁에 치이는 상황에서 옥외광고업자들은 다른 업계와도 경쟁해야 한다. 경쟁자가 ‘불특정다수’여서 사업권을 따내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만큼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금속창호 업체, 건축업체, 인테리어 업체, 디자인 업체들이 광고물을 수주하여 공사의 원청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뻔히 옥외광고업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무등록 사업자들이 원청이 되고 옥외광고 사업자가 하청으로 전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여전히 연출되고 있다. 유명무실한 등록제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같은 업계의 현실은 그간 시행되어온 일련의 간판정비사업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자치단체들이 관련 사업을 수행하면서 사업자 선정시 불필요한 자격을 요구하는 등 사업 참여의 문턱을 터무니없이 높였던 것. 옥외광고업 등록업체가 충분히 완수할 수 있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참여 자격으로 옥외광고업 등록증 외에 산업디자인, 환경디자인, 철구조물, 금속창호 등의 자격을 추가했던 사례가 빈번하게 적발됐다. 이와 관련 본지는 2011년 10월 24일에 발행했던 231호 ‘행정기관이 앞장서 불법 옥외광고업 조장’, ‘인천 연수구 사례를 통해 본 금속창호업종 특혜 시비’ 등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그 이후 행정안전부는 한 민원인의 국민신문고 질의 답변에서 ‘금속 창호 업체들이 옥외광고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지자체들의 간판정비사업에 참여, 광고물을 제작 설치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에 대한 기사도 본지 232호(2011년 11월 7일자)를 통해 보도됐다. 이같은 본지 보도를 보고 일부 지자체들은 공사 입찰을 시행하는 데 있어 자격을 옥외광고업 등록업체로만 제한하고, 타 자격을 제외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입찰 공사 가운데 일부는 금속창호업 등 다른 자격을 입찰 자격에 포함시키는 등 모럴해저드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자격증이 간판을 만들고 시공하는 일에는 무용지물인데도, ‘짜고치는 고스톱’식 사업자 선정을 목적으로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 지자체 일각에서는 자격의 문턱을 높이지 않으면 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입찰에 참가해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이에 대해 항변한다. 이런 이유로 간판업자들이 사업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업역(業域)을 침범당하는 잘못된 사업자 선정 방식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행정지도 등의 방법을 동원해 지자체들의 입찰 방식을 계도할 필요가 있다. 또 지자체들 스스로도 자성하고 더 이상의 모럴해저드를 자제해야 한다. 이같은 사업자선정 구조가 반복되면 간판업자들은 자연스럽게 하청업자로 전락해 버린다. 그 결과 원청업자 몫 만큼의 하청업자의 손해가 발생하고, 또 이는 광고물 질적 저하로 이어져 결국 그 상처는 발주처와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간판정비사업을 비롯해 각종 간판 공사의 주체는 간판업자가 될 수 있도록 사업참여 자격을 옥외광고업 등록업체로 한정해야 하고 주무관청은 이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법으로 인정해준 옥외광고업 등록제를 더 이상 유명무실하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간판정비사업 공사 업체 선정에서 이업종의 자격을 포함시킨 사례가 빈번히 일어났다.(본 사진은 본지의 보도 방향과 무관합니다.)
옥외광고업 등록 자격 확대 멈춰야 한다 시각디자인 등 이업종 진입 허용한 법령 개선 필요
옥외광고업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 업종에 속한다. 하지만 관련법과 제도의 행보를 보면 이를 자꾸 역행해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꿔 옥외광고업의 문턱을 높였다. 사회 전분야 걸쳐 규제 완화가 대세였던 당시였지만 옥외광고업은 역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사업자 난립과 과도한 경쟁 등이 광고물 질적 저하와 불법광고물의 양산을 유도하고 이는 도시경관의 저해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작용했다. 옥외광고사 자격 시험 제도가 마련된 것도 이같은 옥외광고업 등록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를 무색케 하는 법령 개정이 등록제 시행 4년 만인 2010년에 이뤄졌다. 옥외광고업 등록을 위한 요건 중 ‘기술능력’란의 내용중 ‘전기공사산업기사’를 ‘전기공사산업기사·시각디자인기사·시각디자인산업기사·제품디자인기사·제품디자인산업기사·컬러리스트기사·컬러리스트산업기사’로 바꿨다. 시각디자인 및 산업디자인 분야 등 이업종의 옥외광고업 진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들 업종은 옥외광고와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는 옥외광고업과 무관한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가 이미 기술능력 요건에 포함돼 있는 것을 근거로 개정을 요구했고, 이것이 결국 받아들여진 것이다. 안그래도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가 옥외광고업 등록 자격 중 하나로 포함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돼 왔던 터다. 하지만 여기에 한술 더 떠 시각디자인 및 산업디자인 분야의 사업 진출까지 허용해준 정부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는 오히려 산업의 과당경쟁을 야기하고 이는 결국 광고물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여러번에 걸쳐 이뤄진 이같은 자격 확대,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서는 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그동안 내부 불협화음으로 업계의 대표 단체인 옥외광고협회가 제역할을 못해 준 책임도 크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집안의 치정보다 대외적인 행보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정부에 잘못된 법령과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하고, 진정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스스로 옥외광고사라는 자격을 한단계 격상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옥외광고사의 등급별 권리의 차등화, 자격 소지만으로도 실무로 통할 수 있도록 시험 제도를 강화하는 등 관련 자격을 격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렇게 업계 스스로 권리의식을 갖고 대외적인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한편, 스스로 업의 위상을 높일 때 산업의 발전이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