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디지털사이니지·LED 등 新기술 담아낼 제도 마련 시급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스티븐 스필버그, 2005년作)’는 미래의 생활상을 한 발 앞서 예언한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거리 상점들의 투명한 쇼윈도가 사람이 지나갈 때 마다 영상광고판으로 변화되는 등 미래의 옥외광고들의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이 영화가 개봉된지 8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의 그려졌던 첨단 광고기술들을 실현시킬 수 있을 만큼 우리 IT기술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옥외광고기술들을 아직 현실에서 만나 볼 수 없다. 바로 시대와 괴리된 제도가 기술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규제로 인해, 옥외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발현이 가로막히거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낡은 제도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옥외광고 환경에 담아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광고기술 관리 위한 법체계 필요 현재 옥외광고시장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사이니지’다. 이 새로운 광고물에 대한 기대가 옥외광고시장의 촉각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진한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는 디지털사이니지에 관한 별도의 법이나 제도가 없어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즉 일반적인 간판이나 벽보 등과 동일한 잣대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능에 제한을 받기도 하고, 역할과 형태가 완전히 다름에도 빛이 켜진다는 이유로 네온 등의 아날로그 광고물과 같은 잣대가 들이밀어지기도 한다. 아울러 디지털사이니지는 가로등·자판기·쇼윈도 등 기존의 시설물과 융합되는 형태도 많기 때문에 기존의 제도로는 이를 관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디지털사이니지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해 조례를 따로 만들거나, 옥외광고물이 아닌 공공시설물로 허가를 받는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잦았다. 일례로 강남역 근처에 설치된 광고탑 ‘미디어폴’은 가로등으로 등록됐으며, 지하철의 디지털뷰는 공중전화로 등록됐다. 이런 문제로 인해 유관 업체들은 새로운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텔레스크린협회 김상필 사무국장은 “현재 디지털사이니지의 경우 옥외광고 등 관리법, 방송통신법 등 여러가지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데,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나라는 전세계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 만큼, 조속한 시장 확대를 위해 디지털사이니지 특별법의 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사이니지 산업 발전 위해선 표준화도 이뤄져야 또한 현재 디지털사이니지의 품질 수준과 제품규격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없어 향후 시장의 혼란 및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표준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해당사업의 발전과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에 있어 부정적 요소로 부각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옥외용 디지털사이니지의 경우 항온·방습·내구성 등 주요 특징에 대한 규격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성능의 문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예방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LCD TV와 모니터는 전기용품안전인증(KC)기준이 있지만, 이보다 안전성 확보가 더 중요한 디지털사이니지에 대해서는 인증기준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모든 디지털사이니지는 불법 제품’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운용체계(OS), 시스템 인터페이스 등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물론 디지털사이니지는 규격화된 TV·모니터와 달리, 공간의 특성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커스텀마이징 제품의 성격이 강해서 하드웨어적 표준화 이뤄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LED전자게시대 합법화 문제도 당면과제 전자게시대의 합법화 문제의 해결도 당면과제다. 전자게시대는 ‘시대가 요구하는 광고물’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현수막들을 대체하고, 재난 상황시 공적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점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전자게시대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업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 및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구시대적 법안에 발목이 붙잡혀 합법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전자게시대의 조속한 합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LED보급협회는 최근 LED전자게시대의 단체표준 인증기준을 마련하는 등 전자게시대의 합법화 및 활성화를 위해 전력투구에 나섰다. 한국LED보급협회의 한정우 차장은 “LED전자게시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시대적 법안에 의해 이를 규제하는 것은 지극히 모순된 상황”이라며 “차라리 전자게시대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면 이를 해결할 방안을 업계가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광고물의 제한 및 완화 표시 목적으로 활용돼 오던 특정구역 지정 및 그에 관련된 규정의 권한이 기초자치단체장에서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이양되면서, 기존 고시를 통한 광고물(전자게시대, 미디어폴)의 처리에 대한 문제도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게시대와 같은 고시에 의한 광고물들에 대해서는 내년 1월경 제정되는 서울시 고시를 통해서 방침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가 말한다
크리에이티브·기술 발전 가로막는 규제 ‘이제 그만!’ 구시대적 규제에 발목 잡힌 옥외광고 기술 2題
진보적 기술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다. 물론 걸러야 할 것을 걸려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구시대적 규제에 발목을 잡힌 채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래에서는 규제에 가로막힌 옥외광고기술들의 사례와 함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윈도 디지털사이니지 왜 설치할 수 없나? 기술 발전 고려 않는 제도에 가로막힌 첨단 기술 윈도 디지털사이니지는 규제에 가로막힌 옥외광고 기술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LCD 또는 프로젝션 영상을 이용한 윈도 디지털사이니지는 많은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활성화가 이루지지 않고 있다. 윈도 디지털사이니지는 첨단 기술의 접목을 통해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미래지향적 광고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옷가게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쇼윈도의 디지털사이니지를 통해 상품을 확인해 본다던가, 음식점에서 음식값을 검색해 본 후 들어가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유용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30조 창문이용 광고물의 표시방법에서는 천·종이·비닐 등에 문자나 도형 등을 표시해 부착하거나, 목재·아크릴·금속재 등의 판이나 입체형으로 제작한 광고물만을 창문이용광고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빛의 점멸이나 동영상의 변화가 있는 광고물은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윈도 디지털사이니지는 사실상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이에,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은 윈도 디지털사이니지는 창문에 직접 부착되는 광고물이 아니라는 근거를 들어 사업의 타당성을 주장하곤 한다. 제품이 실제로 유리창에 부착되지 않고, 윈도 뒤편에 세우거나 천장에 붙여 사용하는 만큼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에는 창문 등을 통해 건물 외부에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보여지도록 표시한 경우는 모두 창문이용광고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명기돼 있어, 창문에 직접 부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업체들의 생각은 무리수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서울시 광고물정책팀 김정수 팀장은 “윈도 디지털사이니지를 광고물과 광고물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쉽게 생각하면 잣대는 단순하다”며 “점포주 및 사업자가 의도적으로 상업광고를 내보는 광고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정리했다. 이어 그는 “많은 요구들이 있는 것은 알지만 현행법상 윈도 디지털사이니지에 분명히 불법 광고물에 속하며 규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은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창문 이용 광고물에서 빛의 점멸을 규제하는 것은 네온·전광판 등 기존 광고물이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보행자의 시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니냐”며 “윈도 디지털사이니지의 경우 눈부심도 없고 딱히 도시미관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없는데, 굳이 기계적 특성만을 가지고 규제 대상의 범주에 넣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디지털사이니지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광고물로서 이런 기술이 없을 때 만들어진 법안으로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이에 맞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윈도 디지털사이니지
색·밝기 변화는 디밍 LED채널사인이 불법 간판? 판단 애매한 법적근거… 지자체들도 해석 엇갈려
색과 조도가 변화하는 디밍 LED채널사인 또한 기술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애매모호한 법안에 발목이 붙잡힌 광고물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디밍 LED채널사인은 채널사인 내부에 풀컬러 LED모듈과 컨트롤러를 장착해 여러가지 패턴으로 사인의 전면이 불빛이 변화하는 간판이다. 이 역시 현행법상 네온 및 점멸 광고물에 속해 불법광고물로 치부된다. 즉 LED의 디밍기능이 점멸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LED의 색변화는 화면의 이미지가 변하면 안 된다는 조항에도 어긋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디밍기능은 점멸 방식이 아니라 LED의 조도와 색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키는 기능인 만큼 점멸방식에 따른 규제의 대상은 될 수 없으며, ‘화면의 이미지가 변화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빛의 색·조도의 변화는 문구나 문양 등 간판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사인제작업체 관계자는 “채널사인의 디밍기능은 색상이 현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시의 미관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며 “예전에 네온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에 LED조명의 디밍기능까지 끼워 맞추는 것은 시대착오적 판단이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디밍 LED채널사인과 일반 LED채널사인의 전력 소비량에 대해서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디밍 사인이 약 40% 가량 전력소모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전력 절감을 위해서 LED사인을 설치하는 것인데, 더 전력 소모가 적은 기술을 규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디밍 LED채널사인이 적법 여부에 대해서는 지자체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이를 점멸광고물로 규정한다면 불법이 확실하지만, 업계의 의견처럼 디밍을 점멸로 보지 않는다면 해석의 여지가 달라지는 까닭이다. 본지가 수도권 10여개 지자체의 담당부서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지자체의 경우 디밍 LED채널사인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당연히 규제대상임을 강조했으며, 규제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허가하기는 어렵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반면, 규제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업주에게 권장할 수도 있다는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의견들도 있었다. 서울의 G구 관계자는 “채널 전면의 색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으로서 업체들이 법규를 교묘하게 해석하며 이를 정당화하려 하는데, 절대 허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와 반대로 Y구의 관계자는 “디밍기능과 점멸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보며 도시미관을 해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간판정비사업 과정에서 작아지는 간판으로 인해 매출하락을 우려하는 유흥업소 점주들에는 되레 이같은 방식을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