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59호 | 2012-12-28 | 조회수 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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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는 ‘채널업체에 미루고’, 제조사는 ‘1대 1교환만 해주고’
채널업체 “가격 올려서라도 현장 A/S까지 책임져달라”
SMPS제조사 “자체 불량보다 현장 환경 탓 많아… 현장 A/S는 저가지향형 소비 경향서 비현실적인 일”
채널사인을 비롯해 LED 내장형 입체사인을 제작하는 채널 하청 업체들이 SMPS 불량 A/S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조사의 A/S 정책과 불분명한 책임 소재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채널 하청업체 A사는 SMPS 불량으로 인한 A/S 건으로 월평균 100만원 가량의 손해를 보고 있다. 건수로는 3~4건이지만, 지방에서 A/S 1건만 발생해도 교통비에 현장 인건비까지 최소 20~30만원이라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그 간판이 높은 곳에 달려 있어 크레인 및 보조 장비가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가지 현장 상황에 따라 비용은 예상보다 더 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SMPS 고장으로 인한 A/S 처리는 A사와 같은 채널 하청업체들의 책임은 아니다. 원칙대로라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A/S 책임 소재는 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고장이 제품의 원천적인 하자 때문이라면 당연히 해당 A/S 책임은 SMPS 제조사에 있다. 또 만약 소비자 부주의인 경우 소비자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PS로 인한 채널 불량 문제가 발생해도 채널업체가 현장에 달려가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우선 거래처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하청업체로서 기획사나 광고제작업체 등 발주처의 긴급한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첫째 이유다. 한 채널업체 대표는 “설치 현장에서 채널 문제가 발생하면 발주처들은 당연히 우리 쪽으로 먼저 연락을 취한다”며 “채널의 문제일 경우 당연히 우리가 가야하는 게 맞지만 SMPS로 인해 발생한 문제일 경우에는 SMPS 제조사의 책임이지 사실 우리의 책임은 아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고 고정 거래 업체에 SMPS 제조사와 직접 해결하라고 책임 소재에 분명한 선을 긋기도 애매하다”며 채널업체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현장에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같은 원청-하청으로 이어지는 거래 구조의 문제는 부수적인 문제일뿐 사실 채널업체가 현장에 달려가야 하는 진짜 원인은 바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조사의 A/S 정책때문이다. 채널 업계는 SMPS 제조사들의 A/S 정책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SMPS 제조사들의 현행 A/S 기준은 대부분 ‘제품의 1대 1 교환’을 원칙으로 삼고있다. 국내에서 사인 분야를 상대로 제품을 유통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취하고 있는 A/S 형태다. 제품 한 개가 불량이면, 새 제품 한 개로 맞바꿔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간판 현장에서는 이같은 1대 1 맞교환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 한 채널업체 관계자는 “간판은 A/S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인력을 동원해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데, A/S 비용은 현장 상황에 따라 최소 15만원에서 50만원 이상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며 “휴대폰이나 카메라와 같은 소비재와는 다른 이같은 성격의 현장에서 ‘1대 1 교환’은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A/S 정책이라 현장 A/S 지원 등 보다 실질적인 A/S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조사들 역시 이같은 업계의 요구를 십사리 수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현장 A/S 책임제를 실시하면 우리나 소비자 모두 좋겠지만 사실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를 가진 SMPS 제조사에 대량 리콜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도산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며 “물론 ‘제품 불량률 제로’를 최우선으로 삼고 제품을 만들지만 삼성같은 대기업 제품에서도 불량이 날 수 있듯이 30여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 SMPS에서 A/S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또 아무리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어도 현장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때 일부 제조사들은 현장 A/S 책임제를 실시한 적도 있지만 회사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위험 부담이 커 지금은 1대 1 교환 방식으로 전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채널업체나 SMPS 제조사 모두 나름의 난처한 상황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런가운데 채널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SMPS 가격 인상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한 채널업체 관계자는 “그러면 차라리 제조사들이 SMPS 가격을 올려서라도 현장 A/S를 책임지는 게 옳지 않겠냐”며 “제조사들끼리도 서로 눈치보며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겠지만 이런 때 제조사들끼리 중론을 모아 SMPS 가격을 올려서라도 현장 A/S제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