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260호 | 2013-01-18 | 조회수 2,159
Copy Link
인기
2,159
0
종로구, 경복궁역 근처 ‘한글특화거리’ 조성
스타벅스·던킨도너츠 등 영어 브랜드도 한글 간판 사용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대다수가 영어 로고를 채택한다. 일부는 브랜드 자체의 태생이 영어권 국가인 이유도 있지만, 한글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됐다는 인식 탓에 국산 브랜드들 역시 대다수가 영어 로고를 사용하는 추세다. 이렇게 넘쳐나는 영어의 홍수 속에서 영어 로고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적는 것도 다소 어색해진 요즘이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마을이라고 해서 ‘세종마을’이라 이름 붙여진 경복궁 역사 주변 거리. 그곳에 가면 한글로 된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씨유 간판이 있다. 영어 브랜드에 익숙해진 만큼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왠지 버터의 느끼함 대신 담백하고 개운한 뒷맛이 있다. 종로구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세종마을을 대상으로 한글특화거리 사업을 실시했다. 이 곳이 세종대왕의 탄생지라는 점을 한글 간판을 통해 이어보고자 한 시도였다. 그렇게 해당 거리 5개 건물 88개 간판은 44개의 한글 간판으로 변모했다. 기존에 있던 한글 간판은 디자인을 통해 한국 전통의 이미지가 더해졌고, 영어 간판은 한글화돼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물론 영문 로고도 함께 표시돼 있다.
종로구 도시디자인과 박진애 주무관은 “경복궁을 비롯해 외국인이 찾는 관광지가 위치해 있는 만큼 영어 표기는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만 간판의 20%가 넘지 않는 선에서 표기를 하도록 했고, 법적인 근거는 고시를 통해 풀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도 많아 외장 도색을 병행해 개선 효과를 더하고 간판 조명도 LED를 사용했다. 한글의 멋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캘리그래피 디자인도 개발했지만, 이는 주민들의 호응 부족으로 일부분만 활용했다. 박진애 주무관은 “간판개선사업을 하면서 기존보다 간판이 작아지는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했다”며 “그래서인지 다른 서체보다는 시각적으로 커보인다고 여겨지는 고딕체를 많이 선호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간판개선사업에서 계속해서 지적돼왔던 획일화 문제는 채널사인이라는 제한적인 간판 형태의 사용으로 인해 여전히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지만, 디자인의 변형을 통해 다양성을 시도했던 흔적도 역력하다. ‘상패갤러리’와 ‘시민약국’이 입점된 건물의 경우 건물 외관이 깨끗하게 리뉴얼되고 건물에 트로피나 약과 같은 상징성있는 디자인이 반영돼 있다. 또 간판의 베이스 프레임도 기존의 사각 틀에서 벗어나 ‘리본’, ‘약국 십자가’ 등을 형상화한 변형 프레임이 사용됐다. 정육점 간판에 형상화된 ‘소’의 이미지도 재미있다.
소재는 나무 등 자연소재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색상을 통해 나무의 질감을 표현하는 등 전통과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거리의 면모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종로구는 앞으로 이번 사업구간과 연계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며, 대학로 낙산길 등 특색있는 길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