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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09:49

(사인이있는 풍경) 플래툰쿤스트할레

  • 신한중 기자 | 261호 | 2013-02-01 | 조회수 2,233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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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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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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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에 그림이나 글자를 그려 넣어 표지판 형태의 사인 시스템을 대체하고 있다. 은색 배경과 검은색 글자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28개 컨테이너가 만들어낸 이색 문화공간
 
페인트로 그려낸 사인 시스템 눈길


항구나 공장의 야적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엔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도심에 건축물로 자리 잡은 컨테이너는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브제가 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이런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건물로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장소다. 

독일의 아트 커뮤니티 그룹 플래툰이 운영하고 있는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카페이면서 전시장이자 클럽, 공연장, 또 일정 심사를 거친 작가들의 작업실로 사용되기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기존의 정형화되고 권위적인 예술에 반발해 태동한 서브컬처(하위문화)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10피트(4개), 20피트(5개), 40피트(19개) 이상 4가지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 28개가 조합돼 거대한 4층 건물을 이루고 이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놓은 임시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철골 프레임을 세운 후, 컨테이너박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견고하게 지어졌다. 이후, 컨테이너를 개조하고 용접해 계단, 다리, 출입문 등을 이어 붙여 독특한 내부 공간을 만들어 냈다. 

가구식의 철골로 만들어진 프레임에 컨테이너를 채워 넣는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공간 디자인과 이동이 가능한 가변식 구조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필요한 용도에 따라서 건축물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 플래툰社에 따르면 이 건물에 컨테이너가 사용된 것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수많은 물품들을 세계 곳곳으로 옮기는 컨테이너처럼 기존의 정형화된  미술관이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를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건물을 이루는 컨테이너의 밀폐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이곳의 내부는 철저하게 열린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대문이 따로 없다. 외국 영화에서나 봄직한 수직 개폐형 출입구만이 있는데, 이를 위로 젖혀 놓으면 그야말로 사방팔방 열린 공간이 된다.

또한 100평 남짓 펼쳐진 1층 바닥은 전체가 차도와 같은 아스팔트로 이뤄져 있다. 이것은 건물 밖 도로와 경계가 없는 듯한 효과를 주려는 것으로 열린 공간이자 스트리트 문화의 연결 장소라는 의미를 담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갤러리 구조 역시 시원시원하다. 외벽은 통유리로 이뤄져 건물 밖에서도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건축만큼, 사인 시스템도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쿤스트할레에서는 별도로 부착된 간판이나, 안내표지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건물 내외부에 그라피티와 같은 페인팅 아트를 통해 시민들을 안내한다.
바깥에는 간판이 없이 국방색(카키색)의 건물 외벽에 플래툰이라는 글씨가 검게 그려져 있다. 내부도 마찬가지. 방향을 안내하는 유도사인이나, 화장실 표지 등 대부분의 안내표지들을 벽이나 문에 그려진 그림으로 대체하고 있다.

서브컬처를 대변하는 공간 취지에 맞게 정형화된 사인의 틀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건물의 디자인이 워낙 독특해서 수많은 기업체들이 파티장이나 행사장으로 빌리고 싶다는 요청도 많다고 한다. 플래툰은 서브컬처와 관계없는 행사에는 빌려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돈을 보고 펼치는 사업이 아니란 뜻이다.

한편, 이곳을 운영하는 플래툰은 2000년 독일 베를린에 유럽본부를 설립하고 활동하는 아트 커뮤니케이션 그룹으로, 전 세계 3,500여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관심의 중심에는 ‘서브 컬처’가 있다. 이것은 순수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창조적 표현을 포괄하는 단어로서, 스트리트 아트, 그래픽 디자인, 클럽문화, 음악, 비디오아트, 프로그래밍, 패션, 정치적 액티비즘 등 기존 순수예술과는 다른 영역에서 태동한 문화예술을 뜻한다.

신한중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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