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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09:40

(SP도서산책) 해협의 빛

  • 편집국 | 261호 | 2013-02-01 | 조회수 1,703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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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면과 우리의 맨얼굴
전혜정의 첫 소설집 출간

2007년 가을, 표제작 <해협의 빛>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꼭 5년 만인 2012년 가을, 전혜정의 첫 소설집이 출간됐다.
저자는 삶과 죽음, 선과 악에 관련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부유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뱉어내는 언어의 향연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의 언어에 휩싸이는 순간 흡사 먹구름이 내려앉은 벌판을 헤매게 되는 기분이 감돈다. 마치 암흑 속에서 일렁이는 한 가닥의 기묘한 빛을 따라가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처럼 말이다. 이런 이미지로 그는 생명체가 지닌 본능적인 삶의 규율을 하나하나 벗겨낸다.
그의 소설에는 작중인물들과 독자를 압도하는 ‘폭력’과 ‘재앙’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힘의 배후에 국가, 종교와 같은 억압적인 권력기관이 있다. 권력을 등에 업은 힘센 이들이 폭력을 거침없이 행사하는 이유, 그리고 나약한 우민들이 희생양의 운명을 손쉽게 받아들여 이에 동조하는 이유는 가족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특히 그의 소설에는 뚜렷한 시점적 배경이 없다. 이를 통해 그는 특정한 집단이나 개별적인 인간의 범위에 프레임을 가두지 않는다. 이는 되레 인류 공동체의 보편적 운명에 관련된 진실을 보여주려는 시도일 것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단면들, 그리고 우리가 외면하는 우리의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  저자: 전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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