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제작·LED조명·대행업계 다양한 분야 조합 신설돼 1인 기업 및 소상공인들, ‘새로운 기회’ 반색 속 유명무실 조합 난립 우려도
‘뭉치면 살까’2013년 봄, 업계 곳곳에서 협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 치열해지는 동종 업계간 경쟁 등 각종 악재로 어려운 사업환경이 지속되면서 옥외광고 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마저 감돌고 있는 가운데, 협동조합의 설립을 통해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협동조합 인가신청 및 설립신고 현황(3월)’에 따르면 지난 1월에서 2월 사이 간판, 옥외광고, LED 등 우리 업계와 관련이 있는 사업들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자 하는 업종 조합이 10여개 정도 신설됐다. 업종별로는 간판 및 옥외광고 등을 사업대상으로 하는 ▲꿈을품은 광고협동조합 ▲아름다운거리조성협동조합 ▲아이앤지 협동조합 ▲울산광고물협동조합 ▲강릉시광고물협동조합 ▲정선군광고업협동조합 등의 설립이 완료됐다. 또한 LED 관련 분야에서도 ▲한국LED협동조합 ▲한국LED전광판협동조합 등의 설립이 마무리됐으며, ▲한국광고물부착방지 협동조합 등 업계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조합도 설립됐다. 이밖에도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렇게 올 봄들어 협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선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으로 협동조합의 설립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의 기본 골자는 최소 5명만 있으면 금융과 신용사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일반법이 없었고 1차 산업 위주의 협동조합 설립을 대상으로 한 8개의 개별법만 있었기 때문에 뜻이 있어도 개인이나 소상공인들이 소규모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데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출자규모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다른 사업자와 협업을 맺길 원했거나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던 업계 일각에서 적극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설립이 자유로워진 것 이외에 업계의 어려운 현실도 협동조합 설립의 바람에 일몫하고 있다. 이번에 신설된 꿈을품은광고협동조합 김홍필 이사장은 “모든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경제적 환경에 놓여 있지만 특히 우리 업계는 갈수록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동안 업종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고민해 왔던 터에 협동조합의 설립이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옥외광고에 대한 법적인 규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업계 간의 경쟁에 장기적인 경기불황까지 맞물리면서 업계는 숱한 몸살과 골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그런 만큼 작금의 협동조합 설립과 관계없이 이미 상생을 통해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기류도 있어왔던 터. 그런 면에서 이번에 열린 협동조합 설립의 길은 업계의 여러 가지 상황, 니즈와 맞아 떨어지면서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또 본격적인 조합의 설립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간판정비사업 등 관급 공사의 수주 및 아름다운거리 조성 기여를 목표로 설립된 아름다운거리조성협동조합 김우기 이사장은 “지자체 간판정비사업으로 거리가 깨끗해진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업계 차원에서 볼 때 대규모 업체 및 관련 협단체에 편중된 사업권 분배로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영세한 사업자들은 홀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실제로 기술과 전문성은 갖춘 상태에서 이 업종에 10~20년 넘게 종사하고 있지만 제도권 안에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소외받는 사업자들도 많다. 이런 분들까지 흡수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합 설립의 움직임은 업종을 망라하고 확산되고 있다. 비교적 영세 사업자가 많은 간판제작업계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편이나, 대행업계 일각에서도 이미 조합을 설립했거나 만들려는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한 대행업계 관계자는 “대행업계에도 1인 기업이 많다”며 “대형 종합광고대행사들에 대응할 수 있는 중소형 종합광고대행사들의 조합이 한군데 이미 설립됐으며, 다른 곳에서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영세 사업자로서의 고충을 안고, 혹은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고자 ‘조합’이란 버스에 탑승했거나 탑승하려는 이들의 조합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이번에 신설된 조합에 가입한 한 간판업체 관계자는 “옥외광고업 뿐 아니라 프레임, 채널 제작, 자재유통하는 곳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의 조합원사는 “정부의 지자체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법이 발효됐기 때문에 비즈니스 차원에서 조합에 대한 배려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적지 않다. 조합의 확산이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우선 조합 진입의 장벽이 낮다보니 조합이 난립된 소지가 많다. 이런 현상은 자칫 조합설립의 경쟁으로 이어져, 조합원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조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않다. 또한 조합 설립이 쉬운 만큼 그만큼의 책임도 반감되어 그 피해는 또다시 영세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와관련 아름다운거리조성협동조합 김우기 이사장은 “물론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혼자서 목소리를 내기에는 작은 사람들이 모여서 경제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경제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이 같이 모여서 좀더 큰 기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더많은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