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간판 가격 떨어지고 물량은 주는데, 높은 일당임금 부담돼” 일당기사 “일당보단 저가경쟁에 추락한 간판값이 문제… 우리도 괴롭다”
간판 일당기사들의 높은 임금으로 인해 간판제작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간판 가격은 나날이 떨어지고 제작물량까지 줄고 있는데, 일당기사들의 임금마저 너무 높아서 일을 해도 남는 게 없다는 게 요즘 간판 제작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현재 간판 일당기사들의 임금은 18만원, 점심시간을 포함해 대략 9~10시간을 일했을 때의 임금이다. 야간(6시 이후)에 들어가게 되면 최소 25만원부터 상황에 따라 35만원까지 껑충 뛴다. 물론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일인 만큼, 일반 일용직(7만원)과는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너무 높은 액수라는데 대부분의 업주들은 공감하고 있다. 간판 제작업체 A사 사장은 “국가공인 자격증을 지닌 전기기사나 배관기사도 13~15만원 정도인데, 간판 기사의 일당만 유독 높게 책정돼 있다”며 “일감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간간이 일을 따도 일당기사 임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업체 G사 사장은 최근 높은 일당으로 인해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A사 대표는 얼마 전 얼마 전 작은 점포의 간판 제작을 맡았다. 간판 가격이 워낙 떨어진 통에 몇십만원밖에 남지 않는 일거리였는데, 간판을 달던 도중 작은 결함이 발견됐다. 결국 보수와 설치를 병행하는 통에 서너시간이면 끝났을 일이 몇 시간 지연되고 말았다. 뉘엿뉘엿 해는 저물고 일당기사에게 야간 수당까지 챙겨 주자, 수중에는 기사의 일당에도 못 미치는 돈만이 남았다. 사연을 소개한 그는 “십년 전과 비교하면 간판 가격은 엄청나게 떨어졌는데, 그 사이 간판일당은 두배도 넘게 올랐다”며 “일당도 시장상황을 고려해 책정되어야 하는데, 낮아지는 단가와 높아지는 원가가 모두 간판업체의 짐으로 고스란히 남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업주들의 입장과 달리 일당기사들은 지금의 임금이 전혀 과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간판 일당 자체가 크레인과 밧줄을 타야 하는 등 위험이 따르는데다 전기·용접·설계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적정한 금액이라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일당기사 김씨는 “현재 간판업계의 문제는 일당기사의 임금이 비싼 게 아니라, 간판 제작·설치비용이 턱도 없이 싼게 문제”라며 “업체들은 일당을 깎으려고 할 게 아니라, 좋은 간판을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하는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일당기사들의 임금이 높아진 건, 고용된 직원 없이 운영되는 영세 간판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 간판을 만든 후, 달아야 되는데 사람이 없으니, 결국 일당기사를 찾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다 보니 간판일당기사는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귀하신 몸이 됐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수많은 영세업체들이 문을 닫고, 폐업한 점주들이 일당기사로 전업하게 되자 인력은 늘어난데 반해, 수요는 줄었다. 또한 자체 시공인력을 보유한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일당 기사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일당기사 황씨는 “간판일은 워낙 부정기적으로 있는데다, 일이 들어와도 하루이틀이면 끝나니, 일당이 높다 해도 살림은 팍팍할 뿐이다”라고 자조했다. 최근 사업체를 접고 일당기사 일을 하고 있다는 최씨는 “사업체를 운영할 때는 힘들었고, 일당을 하고 있는 지금은 괴롭다”며 “몸이 아무리 고되어도, 일만 잦으면 좋겠다는 게 요즘 심정인데, 일주일에 하루도 일을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업주들은 지치고, 일당기사들은 괴롭다. 모두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 진 그늘이 오늘 우리 간판업계의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