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사보기

뉴스기사

2013.06.24 16:59

(아크릴업체를 가다) 용산구 청파동 ‘종합기획제이’

  • 편집국 | 270호 | 2013-06-24 | 조회수 2,524 Copy Link 인기
  • 2,524
    0
전자상가라는 특화 영역을 상대해온 23년 관록의 업체
[3]13.jpg
[4]12.jpg


전자상가 매장용 진열대·POP 등 아크릴 가공품 공급해와
수작업으로도 다양한 품목 대응… 디자인없는 주문도 ‘뚝딱’

용산 전자상가 인근에 위치한 청파동 종합기획제이. 아크릴 업체 탐방을 위해 찾은 이 곳엔 요즘 아크릴 업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NC라우터도, 레이저 커팅기도 없다. 작은 작업실 공간 한쪽 벽면을 기대어 배치된 아크릴 작업대와 또 다른 한 켠에 놓인 소형 재단기, 면취기가 이 곳이 아크릴 업체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징표들이다.
종합기획제이(대표 지병환)는 아크릴 진열대와 POP를 전문적으로 가공하고 있는 아크릴 전문업체이다. 다만 요즘 업체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 작업이 기계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기드물게 아날로그적인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업체라는 점이다.
“일부러 수작업을 고집했던 것은 아닌데,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작업으로 20년 넘게 작업을 하고 있다”고 종합기획제이 지병환 대표는 전한다.
종합기획제이는 용산 일대를 주무대로 삼고 20년 넘게 아크릴업을 이어온 업체다. 지 대표는 원래 도장(인장)업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용산 전자상가가 생기고 그 일대 상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소일거리로 들어오기 시작한 아크릴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아크릴이 부업이 아닌 주업이 돼 있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만해도 용산 전자상가는 다양한 소형가전들의 메카였다. 카메라, 워크맨, 게임기 등 인기 소형가전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룬 곳이 바로 전자상가다. 판매상들이 많이 밀집돼 있는 전자상가의 입점업체 간의 판매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러다보니 상품의 진열 경쟁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종합기획제이가 아크릴업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였다.
종합기획제이는 당시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아크릴 진열대, POP를 제작, 공급하며, 확고하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지 대표는 “당시에는 이 일대에서 아크릴 일을 하는 곳도 우리 뿐이 없었기 때문에, 이쪽 일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용산 일대에서는 ‘아크릴’ 하면 ‘종합기획제이’로 통했을 정도다. 그렇게 유명세를 타다 보니 용산 뿐 아니라, 청계천, 을지로 등지에서도 거래처가 생겨났다. 전자상가 근처에 자리잡다 보니 어느덧 전자상가 전문 아크릴업체로 성장한 특이 케이스다.
지금 용산의 전자상가는 쇠락했지만 종합기획제이는 여전히 전자상가 전문 아크릴업체로 남아있다. 용산에서 신도림, 강변 등으로 무대를 옮긴 전자업체들의 아크릴 진열대와 POP는 여전히 이 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소비 타깃이 확실하다는 점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이쪽 일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지 대표는 “이쪽에서 발주 나오는 일은 특별히 디자인이나 도안을 넘겨받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고 또 소비자가 말로 던져준 구상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며 “결국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게 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때로는 모두 장비 작업으로 전환된 이 시점에 너무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앞서는 그다. 하지만 낚시에서도 손 맛이 있듯이 아크릴을 손으로 만드는 매력을 느끼며 스스로 수작업을 고집하기도 한다.
그는 “손으로 만들면 투박하더라도 마치 골동품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며 “사람으로 치면 화장기 없는 순수한 매력이 있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종합기획제이는 전자상가라는 특화된 영역을 상대로 진열대와 POP, 사인물 등을 만들며 오늘도 용산을 지키고 있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