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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5 11:11

서울시 광고물관리조례는 있으나마나?

  • 이승희 | 270호 | 2013-06-25 | 조회수 2,835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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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는 완화됐는데, 규제는 기존 ‘고시’ 그대로
‘2층 이상 판류형 설치 허용’ 등 완화된 서울시 조례 실제론 시행 안되고 있어
기존 가이드라인과 형평성 문제로 일선 행정기관 여전히 고시 규정 ‘고수’


서울시 광고물 관리 조례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조례가 만들어지고 시행된지 벌써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일선 행정기관들은 현행 서울시 광고물 조례대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형식적인 조문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옥외광고물등관리법에 따라 시·도 조례가 부활하면서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제정된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기존 시의 정책보다 많은 부분이 현실화되고 완화됐다. 특히 간판 설치와 관련된 부분들이 그렇다.
우선 종전에 건물 1층에만 허용됐던 판류형 간판들이 건물 2층 이상에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가로형 간판 설치 규정이 나왔다.
설치 가능한 전체 광고물 수량도 종전보다 늘어났다. 소형 돌출간판, 연립형 간판(하나의 업소당 표시면적 0.36㎡ 이하로 표시 가능) 등의 간판을 광고물 수량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허용했기 때문이다. 광고물 등 일반적 표시방법을 보면 광고물 허용 개수가 상업지역 2개, 주거지역 1개로 명시돼 있지만, 돌출·연립형 간판 등을 표시하는 경우 상업지역은 최대 3개, 주거지역은 최대 2개까지 간판 설치가 가능해진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례의 제정 및 시행에 따라 2008년부터 광고주, 옥외광고업계는 물론 일선 행정기관 등 광고물을 둘러싼 모든 주체들을 경악케하며 서울시 전역에 고시 형태로 시행돼왔던 규제일변도의 광고물 가이드라인은 폐지됐다.
상위법령인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을 넘어서는 급진적이며 타이트한 규제를 골자로한 기존 서울시 광고물 가이드라인에 대해 서울시 현 광고물 전담조직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번 조례를 제정할 때 과도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따라 어찌보면 고시를 근거로 비정상적으로 시행돼온 광고물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겨우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그동안 규제에 숨통이 조여온 광고주나 업계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애석하게도 여전히 신규로 설치되는 광고물의 기준은 현행 서울시 조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 산하 일선 자치구들은 조례에서 완화한 부분을 바로 적용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가 됐던 기존 고시 체계 하에서 규정된 기준들을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자치구 담당 공무원들은 기존 고시 규정 대로 광고주를 설득시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또한 단순 설득만으로는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예 완화 조항들은 심의 사항으로 두고, 심의를 통해 계속 규제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아침에 조례가 바뀌었다고 해서 지난 4년간 시행해온 고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일선 행정기관의 입장이다. 기존 고시의 규정대로 규제해온 간판들이 버젓이 걸려 있는 현상황에서, 신규 허가 사항에 대해 새 잣대를 적용할 경우 불거져 나올 수 있는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지난 4년 남짓 전개해온 100여군데나 넘는 간판개선사업 구간의 간판들은 물론, 그동안 고시의 내용대로 신규 허가를 해준 간판에 이르기까지 ‘고시에 의한 간판’들은 그 수량만해도 어머어마하다. 시가 지난 4년간 고시대로 광고물을 규제하기까지 주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멱살잡이, 소송 등 송사로 얼룩진 4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광고물을 조례의 규정에 맞춰 허가할 경우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기존의 방식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저항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도 조례가 부활한 가운데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온 서울시의 광고물 정책이 지난 4년간 고시로 시행된 광고물 가이드라인에 발목이 묶여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누구의 잘잘못도 따질 수 없는 이 시점, 교통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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