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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5 11:06

해설 - 서울시 조례가 냉대받는 원인과 교훈

  • 이승희 | 270호 | 2013-06-25 | 조회수 2,597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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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행정기관, “서울시 조례 그대로 반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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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 채널 달게 해놓고, 옆 집 간판 판류형 허용은 말이 안돼”
    형평성 문제 야기 소지 다분… 일관성없는 행정에 날선 비판

    시·도 조례가 부활된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오던 종전 ‘서울시 광고물 가이드라인’ 고시가 폐지되고, 서울시 광고물 조례가 시행된 지 9개월. 종전 가이드라인보다 완화된 조례에 반색해야 할 옥외광고 업계도, 과도한 규제 일변도 정책에 날선 비난을 가해 오던 일선 행정기관도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본지에 걸려 온 업계 관계자 A씨의 한 통의 전화. A씨는 다짜고짜 “아~ 이것 어떻게요? 이제 플렉스 간판도 달 수 있고 2층 이상에 판류형 간판 설치도 가능해졌는데, 그럼 기존 가이드라인대로 간판 바꾼 상인들은 어쩌란 거죠?” 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동안 과도한 광고물 규제책에 통탄해 했던 업계의 태도를 반추해 볼 땐 서울시 새 조례에 반색을 표해도 모자른 판국인데, 오히려 난감함을 드러내고 있다. 불만은 많았지만 법이 그렇다하니 지자체의 요구에 맞춰 간판을 달아왔던 업계다. 재질 규제 때문에 플렉스 대신 다른 판류형 간판을, 2층 이상 간판은 채널형을 유도해 왔던 업계였다.
    간판개선사업에서도, 그 외에 신규 간판의 허가를 대행해주고 설치해 줄 때도 간판 수량, 크기 규제에 대한 주민들의 모든 저항에 대해 몸소 총알받이 역할을 했던 장본인들이었던 만큼 이번 사안이 그저 법조문의 변화 그대로 읽혀지지 않는 듯 하다.
    직접 법을 집행해야 하는 일선 행정기관 역시 난처하기는 매한가지다.
    M구 광고물 담당 공무원은 “지금의 조례는 기존보다 완화됐지만 그간 시행해온 고시와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선 지자체 입장에서는 종전의 가이드라인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다. 플렉스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인데, 지금 조례대로 그냥 간다면 현행 광고물 정책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시 플렉스로 도배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시에서는 종전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심의 기준을 세우라고 하는데, 일부 자치구는 그렇게 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아직 개정이 안돼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설득을 통해 기존 가이드라인을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Y구 관계자는 “시에서 광고물 가이드라인 고시하라고 했을 때는 비현실적인 규제에 불만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법대로 움직여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그에 맞춰 4년간 행정을 해왔다. 오히려 ‘디자인된 광고물’ 유도라는 큰 틀에서 받아들여 심의를 통해 디자인이 잘 된 간판은 2층 이상이라도 판류형을 허용해주는 등 비정상적인 가이드라인 안에서 나름대로 기준을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지금의 시 조례는 기존의 고시를 너무 무시해버리고 내용을 정해 버린 측면이 많아 오히려 난감하다. 옆 집은 과거 고시대로 입체형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판류형이 나간다고 할 때 행정의 일관성 부재의 문제는 심각해진다. 구청에서는 옆 집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제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말이 좋아 완화지, 사실상 기존 규정이 누락된 것이다. 시정없이 이대로 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조례에서 많은 부분이 완화됐지만, 그대로 할 수는 없다. 그동안 고시대로 정리한 건이 어마어마한데, 그것들을 어떻게 다 무시하냐. 우린 기존 가이드라인대로 간다”며 K구 관계자도 다른 자치구 관계자들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가운데 다시금 광고물과 관련된 최상위법인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D구 관계자는 “안전행정부 같은 최상위기관이 이런 부분을 해소해줘야 하는데 서울시 같은 경험 많은 곳이 큰 형님 노릇을 하다보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앞이 안보인다”며 “오히려 법령에서 광고물 허가·신고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 허가·신고 제도가 오히려 많은 불법 간판을 만들어왔고, 이제와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먹는 꼴 아닌가. 영업 허가 낼 때 광고물 표시 사항을 규정에 맞게 유도하도록 한다든지 지금의 불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일반 간판과 상업 광고를 구분해 차라리 상업 광고에 대한 규제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시·도 조례 부활 속 광고물에 대한 규제가 다소 해소된 듯 보이며 한시름 놓은 것도 잠시, 업계나 일선 행정기관이나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2008년 서울시가 만들었던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과 ‘고시를 통한 규제’가 얼마나 큰 후폭풍을 가져다 줄 것인지 어쩌면 모두 예견됐던 일인지도 모른다. 과도하고 급진적인 규제책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일관성 없는 행정이 얼마나 부작용과 해악을 가져다 주는지 확인사살시켜 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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