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부산경남본부가 발주한 ‘부산역 광고매체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기존의 옥외광고 업계에 강력한 충격파를 안겨주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최고가 총액입찰으로 치러진 이번 입찰에서 한화그룹의 SI계열사인 한화S&C(대표 진화근)가 부산역 광고매체 42기에 대한 3년간 납입료로 43억 6,536만원(부가세 별도)을 적어내 사업권을 최종 낙찰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는 낙찰사인 한화S&C를 비롯해 유진메트로컴, 인풍, 승보광고, 광일광고, 화성E&A 등 총 6개사가 응찰했다. 이번 입찰은 지난해 연말의 잇따른 대형입찰 이후 모처럼만에 나온 굵직한 규모의 입찰이어서 옥외광고 대행업계의 높은 관심을 모았는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월 4일 오전 10시 개찰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알려지자 업계는 말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이번 입찰 결과를 업계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낙찰사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이면서, 낙찰금액 또한 업계가 예상한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초고가 수준이라는데 있다. 본지가 응찰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기존 업계 응찰사들이 적어낸 금액은 24억원~30억원대 초반 수준으로 한화S&C의 응찰가가 차순위 업체보다도 거의 50%나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S&C의 이번 부산역 광고사업권 수주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거의 ‘멘붕(멘탈 붕괴)’수준이다. 대기업 및 중앙언론사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는 수년전부터 불거져 나왔는데, 최근 들어 거대자본의 유입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거세지는 양상이어서 기존 옥외광고 매체사들의 위기감이 목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말 치러진 일련의 굵직한 입찰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수면 위로 크게 떠올라, 치열한 매체 수주전이 펼쳐졌고 그 결과 사상 유례없는 초고가 낙찰 기록을 남겼다. 자본력과 파워를 앞세운 대기업과 중앙언론사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은 결과적으로 낙찰가를 크게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옥외광고업계는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고가낙찰에 따른 광고단가 상승 여파를 온몸으로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입찰에서 또 다시 대기업, 그것도 재벌그룹 계열사의 고가베팅 사태가 재현된 것이어서 업계의 충격파가 더없이 강하고 그에 비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한화S&C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 50%, 차남과 삼남이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100% 지분의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 IT컨설팅, IT아웃소싱, SI(System Integration)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도 기준으로 자산규모 6,948억원에 연간매출액이 5,759억원에 이른다. 랭킹 1위 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에도 못미치는 기존 옥외광고 업체들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덩치의 대기업이다. 때문에 업계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에 대한 비판과 대책 마련이 화두가 되고 있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가 옥외광고 업종에서 벌어졌다며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다. 특히 요즘은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고 다각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이에 부응해 재벌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방안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번 부산역 입찰 결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더욱 곱지 않게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그 회사 매출액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코묻은 돈에 불과한 규모인데 재벌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기존 옥외광고 전문회사들이 설자리는 더이상 없는 것같다”고 자조했다. 이번 매체 수주가 한화 그룹사 차원의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인지, 옥외광고시장 진출의 본격적인 신호탄인지, 아니면 계열사 광고 게첨 목적인지 등 매체 수주 배경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화S&C가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지만, 한화S&C는 사실 이전부터 옥외광고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2010년 고양시 공공자전거 서비스 ‘피프틴(FIFTEEN)’ 구축사업, 그리고 2011년 부산진구 서면 특화가로구간 미디어폴 설치 및 운영사업 등이 한화S&C가 주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그리고 서울역과 청량리역 민자역사 개발에 참여한 한화역사 주식회사는 서울역과 청량리역의 일부 디지털 매체 및 와이드컬러 광고권을 가지고 있다. 한화S&C의 이번 부산역 광고권 수주로 한화그룹은 서울역-청량리역-부산역을 잇는 광고 인프라를 갖게 된 셈이다. 한화S&C는 IT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서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철도역사를 기반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S&C측은 이번 입찰과 관련,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인데다 업계 안팎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자사의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전개할 것이며, 기존의 사업자들과 윈윈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부산역 광고매체 입찰은 코레일이 지역본부별 판매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코레일유통이 발주했던 것에서 부산경남본부로 발주처가 바뀌었으며 조만간 입찰 예정인 용산역, 서울역 등 여타 KTX 역사 광고매체 입찰도 각 지역본부에서 발주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