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들에게 간판은 목적지를 찾기 위한 그저 지표이자 수단에 그칠수도 있고, 상호가 적혀있는 글자이거나 그림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판을 설치하는 점포의 점주들에 있어 간판은 그 매장을 알리는 얼굴이며, 대리점을 운영하는 기업에게는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인지도를 넓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광고주들에게 그만큼 간판은 중요하며, 행인들에게도 단순한 표지 기능을 넘어 특정 매장을 찾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에 있어 간판은 중요한 요소이다. 한 금융기업의 관계자는 ‘간판은 생계의 수단’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또 여전히 은행의 대다수 지점장들은 간판을 크게 달고 싶어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간판 경쟁을 하기도 한다. 경쟁업체보다 앞선 트렌드의 간판을 추구하며, 차별화를 원한다. 이런 광고주들의 욕구는 간판을 진화하게 만든다. 이같은 광고주들의 욕구가 모여 생겨나는 새로운 간판들은 간판의 디자인, 소재, 제작기법 여러 가지 측면의 진화를 이끈다. 그 진화는 눈에 확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큰 변화를 주도한다. 눈에 보이는 작은 차이가 간판을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하게 만드는지 들여다보았다.
밋밋한 입체는 싫어~ 두툼하거나 볼록하게!
간판의 진화를 이끄는 최근의 경향 중 가장 먼저 주목할만한 부분은 3D와 같은 입체감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채널사인으로 글자나 디자인을 표현하는 입체간판을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입체감이 돋보이는 간판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영상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자르고 붙어서 만드는 간판인 만큼, 사실 간판으로 3D를 구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입체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들은 이어지고 있다. 채널사인에 들어가는 아크릴 두께가 기존 2~3T에서 20~40T까지 두꺼워지고 있는 것은 이같은 트렌드가 반영된 대표적인 예다. 2~3T의 아크릴은 그저 채널사인에 내장돼 있는 LED조명을 전면부에서 확산시켜주는 역할 뿐이 못했지만, 두께감있는 아크릴은 전면 뿐 아니라 측면에서 봤을때도 주목도가 높을 뿐 아니라 빛의 효과가 전, 측면 모두 나온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간판의 입체감이 극대화된다. 또한 성형간판도 전면 가로형 간판을 통성형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부분 성형을 해 채널사인과 결합시키는 것 역시 입체감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설치장소에 어울리는 간판이 필요해~!
과거에 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사용한 간판이 ‘소품종대량화’된 간판이었다면, 이제는 간판도 조금씩 ‘다품종소량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기업간판 하면 예전에는 CI 교체나 정기 리뉴얼에 맞춰 여의땅하고 새로 만든 디자인으로 동일하게 교체하는 작업을 떠올렸다. 하지만 요즘은 지역마다 요구하는 간판 설치 기준이 다르고, 또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 지역마다 다른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맞는 간판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한 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간판이 설치되는 해당 지역의 특색, 매장의 위치나 주변환경 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동일한 브랜드를 쓰고 있는 매장일지라도 지역이나 매장의 환경에 따라 다른 간판을 설치하는 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례로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는 길거리 매장과 쇼핑몰 등 실내 매장 두가지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실내 매장과 실외 매장의 간판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소재·제작기법의 발달도 간판 진화에 일몫
소재 및 제작기법의 다양화 및 진일보도 간판의 진화를 이끄는 힘이다. 간판용 신소재나 기존에 간판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인테리어 및 익스테리어 소재의 새로 접목하면 차별화된 간판이 나온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간판을 겨냥해 새롭게 개발된 제작기법이나 다른 분야에서 이용돼오던 제작기법을 새롭게 간판에 접목함으로써 또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할 수 있다. 일례로 에폭시는 도료로 인테리어, 바닥재 등에 사용돼오던 소재인데, 채널사인에 응용되기 시작하면서 면발광사인이라는 새로운 간판의 장르를 등장시켰다. 과거에는 에폭시를 붓고 굳혀서 간판에 사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채널사인에 접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면조명 효과를 주는 입체사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실사출력 쪽에서 UV출력이라는 경화방식의 출력방식이 생겨나고 관련 장비가 개발되면서 이를 간판에 접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LED조명의 발달도 간판의 진화를 이끄는 힘이다. 일례로 KT 올레 간판은 시트로 브랜드 컬러를 맞추던 기존 방식의 틀을 깨고 풀컬러 LED로 고유의 컬러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