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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8 11:21

(기획연재)환경디자인(옥외광고, 사인디자인)과 대한민국 트렌드 ⑦

  • 편집부 | 274호 | 2013-08-28 | 조회수 5,977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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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자발·자족(All by myself society) - 빌딩 사인디자인의 자생방법, 코오롱 KNK 디지털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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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비자 트렌드 측면에서 자생·자발·자족이라는 개념은 사인디자인에 적용되기 보다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정의내리는 접근법이다. 스스로 움직이며 능동적인 DIY(Do It Yourself)를 추구하는 자생적 소비자,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표현하는 자발적 소비자, 타인의 평가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중시하는 자족적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마케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소개하는 코오롱 KNK 디지털타워의 사이니지 시스템(Signage System) 프로젝트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와는 큰 연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생·자발·자족 이라는 단어의 기본적 의미를 사인디자인으로 전개하는 과정에 있어서 ‘모든 디자인은 스스로의 자산에서 출발한다’ 라는 명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돌아본다면 다른 관점에서의 연계성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부분의 사인디자인 및 제작, 설치 프로젝트는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환경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디자인올림은 이번 KNK 디지털타워 사이니지 시스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인의 근본적인 기능에 대한 분석적 접근으로 출발했다. 사인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정보 전달의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리마인드의 기능이다. 정보 전달의 기능은 사인을 설치하는 근본적인 목적으로, 출입 직원 및 내, 외부 방문자들이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그 위치와 방향을 알아보기 편리한 길찾기(Way Finding) 기능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하고 명시적인 텍스트 정보를 활용하고, 가독성이 뛰어난 기호 형태의 방향표시가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반면 리마인드는 사인을 접하는 모든 대상들에게 그 기업브랜드 혹은 그 건물의 아이덴티티를 인지시키고,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기능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 브랜드의 로고를 연계한다거나, 그래픽 모티프를 활용하는 등 디자인적으로 정체성을 전달하게 된다. 추가적으로 건물 외형의 특징적 요소를 부각, 전개하여 반복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과거의 사인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기능보다는 심미성이었다. 딱히 조화롭지는 않더라도 아름답고 예쁘게 보인다면 우선은 합격점이라 생각하고 진행하였다. 때문에 이 건물의 사인디자인을 저 건물에 설치한다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일률적인 디자인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심미성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왜 이런 디자인이 나왔을까?’ 에 대한 대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디자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느끼는 것, 다른 하나는 KNK 디지털타워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인디자인 개발이 그것이었다. 이는 정보 전달의 기능을 전제로 리마인드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향이었다.
다행히도 KNK 디지털타워는 이와 같은 사인의 리마인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디지털타워 외부의 모습은 일반적인 직사각형 형태에서 벗어난 기하학적인 사다리꼴 형태로 보통의 건물 형태와는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사용된 소재들 역시 내부의 사인시스템에 적용했을 때,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을 정도의 독특함이 존재했다. 또한 내부 인테리어에 활용된 디자인 컨셉트인 ‘닷(Dot)’은 그 활용성이 매우 다양한 그래픽 모티프였기에 이를 연계하는 방향 역시 큰 무리가 없었다. 따라서 충분한 자산, 자생적 자산을 바탕으로 개발하는 사인디자인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내부 인포메이션과 게시판, 외부 인지사인, 주차장사인은 물론 화장실과 기타 실명사인에 이르기까지 KNK 디지털타워의 모든 사인디자인은 스스로의 자산에서 출발했다. 추가적으로 외부 주차장의 캐노피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타워 외부의 사다리꼴 외형이라는 차별적인 자산으로 자생했고, 자족할 수 있었다. 또한 여기에 ‘꺾임’ 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부여하여 KNK만의 특화 자산으로 구축시킬 수 있었다. 그래픽 역시 외부의 타공 소재와 인테리어에서 연계된 닷이라는 자산에서 연계할 수 있었다. 디지털의 0과 1이라는 기호에서 출발하여 무한한 디지털 기호를 다양한 컬러와 크기의 점과 원으로 표현한 닷을 통해 무한한 확장과 적용이 가능할 수 있었다. 앞서 거론했던 ‘모든 디자인은 스스로의 자산에서 출발한다’ 라는 자생·자발·자족을 위한 명제를 충분히 증명해보인 것이다.
비단 사인에만 한정하지 않더라도, 자생과 자발, 자족이라는 부분은 디자인적으로 반드시 검토돼야 하는 부분이다. 스스로 디자인을 연계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차별적 자생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그 요소에 따른 디자인이 자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만큼 적용성과 확장성이 좋은지, 그리고 그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면 누구에게나 디자인에 대한 의문과 고민 없는 자연스러운 리마인드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담당 디자이너가 했던 이야기를 전하면서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조선 후기 문장가인 저암 유한준 선생이 남긴 말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문에 덧붙여지면서 잘 알려진 구절이다. 저자는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전과는 다른 점들이 보인다는 진리를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담당 디자이너는 사인디자인 기획 과정에서 본 구절을 브리핑했었다. ‘빌딩을 사랑하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보인다. 코오롱 KNK 디지털타워는 잠재능력이 무한한 아이다’ 라면서 말이다. 그 잠재능력이 디자인적으로 자생이 가능한 차별요소임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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