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소공동 별관(옛 상업은행 본점) 옥상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도심의 흉물로 방치돼 있다.
이 전광판은 한은이 지난 2005년 소공동 별관을 인수하기 전에 이미 설치된 것으로 지난해 6월부터 15개월째 소등된 채 철거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전광판이 꺼져 있는 것은 전광판 설치·운영업체와의 계약 중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한국은행법상 상업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소공동 별관을 인수하면서 전광판 철거를 추진했었지만 설치·운영업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후 협의 끝에 7년간 유예기간을 둬 전광판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 만료일인 지난해 3월까지 전광판 옮길 곳을 물색하지 못한 전광판 설치·운영업체는 3개월 추가 연장을 요청했고, 한은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끝내 설치 대체제를 찾지 못하자 지난해 6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한은 관계자는 "최초 약정시 7년간 유예를 두기로 하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다가 지난해 3월 계약 상대방의 연장 요청에 3개월 더 미뤄주기로 했던 것"이라면서도 "마냥 연장해 줄 수가 없어 지난해 6월부터 전광판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추가 연장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문제는 흉물로 방치된 한은 전광판을 당장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철거 비용만 수천만원이 든다. 게다가 철거일을 미루는 중소업체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기도 부담스럽다는 게 한은 측의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초 계약 당시 받은 보증금을 활용해 법원 청구 등을 통한 강제 철거를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과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게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