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독특한 문양의 시계는 POWERVOCAL 기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층 안내 사인. 영문 이니셜을 해체, 조합한 타이포 오브제다.
아이콘 디자인은 여백 속에 재미를 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상담실은 말풍선, 녹음실은 마이크, 사무실은 마우스를 형상화했다.
3층 긱카페 아키는 공연이 가능한 작은 무대와 카페로 구성돼 있다. 현대적이면서도 은은한 우드 계열에 튀지 않고 조화될 수 있는 전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거리 한복판에는 독특한 사다리꼴 형태의 건물이 있다. 잘 알려진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한 이 건물은 두 동의 건물을 내부에서 연결시켜 낮에는 독특한 형태적 재미를, 밤에는 감성적인 빛의 연출을 보여준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멈춰서 독특함에 빠지게 되는 이 건물은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제일의 실용음악 아카데미 ‘파워보컬’ 이다. 1. 1층 로비 건물을 들어서면 먼저 정면 로비에 독특한 문양의 시계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시계는 파워보컬의 공간 환경디자인을 진행할 당시, 재미와 감성을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으로 POWERVOCAL 영문 이니셜을 해체, 조합한 타이포 오브제다. 독특한 세련미가 느껴지는 시계에서 시선을 돌리면 파워보컬을 거쳐간 수많은 스타들의 사진과 감사평이 빼곡하게 적혀져있는 벽면이 있다. 실상 파워보컬은 가수들을 트레이닝 하는 아카데미로 이름이 알려져 있으며, 파워보컬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유명 가수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물론 청소년 시절부터 꿈을 갖고 찾아와 오디션을 거쳐 스타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사진이 담긴 벽면의 한 쪽에는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종합안내사인이 있으며, 그 좌측면에는 심플하면서도 재미있는 인포메이션과 사무실 안내사인이 자리하고 있다. 파워보컬의 환경디자인 진행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고려점은 ‘감성과 재미의 공존’ 이었기에, 사인에도 이 콘셉트의 반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사인에는 파워보컬의 BI 모티프인 슬래시를 활용하되 다양한 컬러로 재미를 주었으며, 영문의 r과 L을 조합한 조형을 통해 정체성을 연계시켰다. 또 각각의 콘텐츠의 아이콘을 통해 청소년층인 수강생들과 소통하는데 있어 재미를 강조했다. 2. 2층 스튜디오 션 이같은 Fun 요소는 파워보컬 환경 곳곳에 알게 모르게 숨겨져 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유리로 오픈되어 있어 상황, 계절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유리창 가득 머금은 햇살이나 빗방울, 바람과 함박눈이 그대로 노출되는 탓에 내부의 환경 디자인은 사계절을 수용할 수 있게 고려되어야 했다. 계단을 오르며 눈에 보이는 벽면 곳곳에는 파워보컬과 함께한 스타들의 사인CD가 전시되어 있다. 빅뱅, 원더걸스, 윤하, 휘성 등 정상의 가수 뿐 아니라 B1A4, 유키스, 뉴이스트 등 요즘 이슈가 되는 아이돌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그리고 기둥을 돌려는 찰나 기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층 안내 사인을 발견할 수 있다. 시선을 끌면서도 조화로움을 해치지 않고, 세련되면서도 심플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담은 층 안내 사인이다. 파워보컬의 2층에는 일반 레슨실 외에도 상담실, 녹음실과 스튜디오가 있다. Studio Sean(션)이라고 불리는 이 공간의 사인 연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트키부츠라는 음악 공동체의 정체성을 가진 BI의 이미지가 명확했기에 개별 실명 사인의 아이콘만을 디자인해 조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아이콘 디자인은 여백 속에 재미를 더하는 방향으로 진행, 확장했으며 이는 상담실의 말풍선이나, 녹음실의 마이크로 형상화됐다. 3. 3층 긱카페 아키 공간 자체가 실용음악 아카데미이고, 음악에 꿈을 가진 청소년들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소극장 무대가 필수적이었다. 3층과 4층이 연결되는 긱카페 아키(Gigcafe Arki)는 공연이 가능한 작은 무대와 카페로 구성돼 있다. 아키의 특성 역시 심플함 속 재미, 세련되면서도 즐거운 방향이었기에 전반적인 이미지 전개는 유사했다. 현대적이면서도 은은한 우드 계열에 튀지 않고 조화될 수 있는 전개가 카페의 환경을 구성할 수 있었다. 3층의 층 안내 사인 우측에 아키가 있다면 다른 건물로 연결되는 좌측에는 본격적인 레슨룸들이 자리하고 있다. 분위기 있는 복도를 지나 들여다보는 각각의 레슨룸들에서는 저마다의 과목에 어울리는 독특한 환경이 펼쳐져 있으며, 벽면 한켠에는 파워보컬의 자그마한 타이포 오브제가 재미를 더하고 있다. 4. 그리고 Concept 공간을 방문하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그 곳이 어떤 공간인지를 궁금해 한다. 그리고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은 그 세련미 속의 독특한 재미에 빠진다. 파워보컬의 환경디자인 방향성은 독특한 재미에서 출발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의 대답은 각양각색이었다. 누구나 한번은 꿈꿔봤던 대통령에서부터 의사, 과학자, 운동선수, 군인, 사업가까지 다양한 꿈을 얘기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연예인 혹은 아이돌을 장래희망으로 꼽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그러한 연예인들에 대한 동경을 악용한 사기나 성범죄까지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어느 기업 광고의 카피는 ‘우리나라에는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과학자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고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며, 오히려 그 꿈을 위해 열정을 쏟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꿈이 없는 이들보다는 훨씬 더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최초 파워보컬 환경디자인의 콘셉트는 ‘Dream Sound’였다. 파워보컬 빌딩의 정체성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소리들, 즉 보컬의 소리, 악기의 소리, 음악의 소리라는 직접적 특성과 열정의 소리, 희망의 소리, 소리의 시너지라는 연상적 특성을 포함해 예술공동체 아트키부츠와 파워보컬의 핵심 메시지인 꿈을 향한 드림 사운드를 시각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 중 하나의 디자인 방향성으로 Typo Sound가 결정됐고, 타이포그라피를 통한 사인들과 오브제, 각종 서식 디자인, 홈페이지, 포스터까지 하나의 정체성이 구축될 수 있었다. 5. 파워보컬, 대한민국 트렌드 다시 말하지만 파워보컬은 국내 제일의 실용음악, 보컬아카데미이다. 각종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가수를 트레이닝한 것으로 유명한 아카데미지만 트레이너들은 이곳을 교육의 장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배움의 전당이라고 말하며, ‘알면서 가르치지 않으면 죄가 된다’라는 모토를 가진다. 때문에 파워보컬은 교육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간만이 아닌 꿈을 가진 청소년, 수강생들이 함께 즐기고 호흡하고 그 꿈을 이뤄가는 공간으로 정착되기를 원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편안함이자 소통이자 재미였고 이는 지금의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떨어져 그 환경적 아름다움을 이뤄냈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사랑받고 있는 가벼운 개그와 펀 마케팅,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은 기발한 감성과 상상이 만들어낸 역발상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전달하고 있다. 2013 대한민국 트렌드에서는 이를 난센스의 시대라 정의하며, 언어가 지배했던 이성의 시대를 지나 이미지가 지배하는 감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파워보컬은 트렌드를 고려하고 움직인 것일까? 답은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파워보컬은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움직였다. 또한 그 학생들과 수강생들이 보컬 아카데미를 넘어 예술 공동체로서 하나로 묶이길 바랐다. 그리고 지금 그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본 프로젝트에서 트렌드는 따라가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진정성을 위해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배웠다. 파워보컬을 진행하면서 늘 들어왔던 말은 ‘저희는 심플한 것이 좋은데, 애들이 재미있어 할까요?’ 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