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개선사업으로 말끔하게 새단장된 한 건물의 모습. 올해는 전국의 개선사업 현장이 올스톱되면서 사업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
간판업계 일 못하고 공사대금 못받고… 패닉 상태 산자부·에너지관리공단·한전·지자체, 해법 못찾은채 전전긍긍
전국 일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오던 지자체들의 간판 개선사업이 일시에 올스톱되는 사상 초유의 ‘간판대란’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05년을 전후로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작, 전국에서 연례 행사처럼 전개돼온 간판개선 사업이 일순간에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5일 관내 각 구청에 공문을 시달, 간판개선 사업은 산자부의 국비지원 사업이므로 산자부가 요구하는 고효율 인증 LED를 반드시 사용하라고 통지했다. 시는 또한 공문에서 사업 완료시 한전에서 반드시 해당 자재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국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침을 받은 각 구청은 간판개선 사업자와 협회 등에 위 내용을 문서로 통지했다. 그러자 이때까지 고효율 인증 LED에 대한 아무런 생각없이 예전처럼 간판을 제작 시공하거나 준비를 해오던 사업자들은 일시에 혼란에 빠졌다. 서울의 경우 총사업비가 국비 50%, 시비 30%, 구비 20%로 편성돼 있기 때문에 고효율 인증 엘이디를 쓰지 않을 경우 공사대금 가운데 50%를 지급받을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고효율 인증 LED 제품을 찾아내기 위한 움직임이 경쟁적으로 벌어졌고 모듈 제조 및 유통업체들에는 고효율인증 제품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 당시 간판용 고효율 인증 제품으로는 경북 칠곡에 본사를 둔 에이펙스인텍이 6월 25일자로 1호 인증을 획득한 3구 모듈이 유일했다. 사업자들은 제품 선택권이 박탈되는 상황에다가 기존에 써왔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품이 간판에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인증 조건으로 못박힌 최대 연결가능 모듈의 수량이 50개로 제한돼 컨버터를 여러 개 사용해야 하는데다 세트로 구성된 컨버터는 간판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업계의 불만과 혼란이 가중돼 갔고 그 사이 두 가지 제품이 새로 인증을 획득했지만 역시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간판에 적용하는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개선사업은 일시에 중단됐다. 그에 따라 서울시와 각 구청의 개선사업 계획과 일정은 휘청거리고 있고 사업자들은 갑자기 일도 못하고 돈도 못받고 명절대목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업계는 고효율 에너지 정책의 주관부처인 산자부와 인증을 시행 관리하는 에너지관리공단, 국비지원을 담당하는 한국전력, 간판개선사업을 주관하는 지자체 등에 고충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눈치만 살피며 뽀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이번 간판대란의 원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간판용 모듈 인증 방식과 추진 과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반 조명 분야의 인증 기준 방식에 맞춰 간판 분야를 적용한 것에서 가장 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업계는 간판의 특수성과 현실에 맞도록 모듈과 컨버터를 분리해 각기 고효율 인증을 내주는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잘못 실행돼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미 개선 사업의 진도가 많이 나가 있는 상황을 감안해 유예 또는 계도기간으로 활용하고 내년부터 고효율 인증 LED 사용을 의무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산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서울시의 실무 관계자들이 다음주중 자세한 실태 파악 및 대책 등을 협의하기 위한 회합을 가질 예정이어서 어떤 해결책이 도출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