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시범사업, 테스트베드 역할 톡톡… 미디어렙 전면 도입 추진 발주처-사업자 한배 탄 공동운명체, “같이 시장 만들어가자” 제언
서울메트로가 광고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지금까지의 최고가 입찰제, 수의계약 방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광고판매 대리점에 의한 판매대행 수수료제(미디어렙 방식)로 광고사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시도에 나선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올 1월부터 지하철 3호선 물량에 대해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판매대행 수수료제 방식을 도입·운영해 오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지하철 4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1,2,3호선에 대해 2014년부터 전면적으로 미디어렙 방식을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10월 초순 입찰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사업자 선정작업에 착수한다. 서울메트로의 이번 시도는 기존의 옥외광고사업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형태인데다 시장에서 1기 지하철이 갖는 규모와 상징성이 큰 만큼, 그 추진여부와 방향에 대해 업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9월 중순, 이같은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서울메트로 부대사업처 광고사업운영팀 박은국 팀장을 만났다. 박 팀장은 올해로 5년째 광고사업 운영에 관한 업무를 맡아 오고 있는데, 이번의 사업방식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박은국 팀장과 1기 지하철 광고사업의 변화와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수십년간 유지돼 온 기존 광고판매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시도에 나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방식(최고가 입찰제 또는 수의계약)이 광고사업의 질적 개선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지난해부터 사업방식 개선에 대해 고민했다. 기존 방식은 광고운영에 대한 전권을 매체사에 주고 사용료만 받는 방식이다 보니, 사업자로부터 납입료만 받으면 그만인 구조여서 전체적인 틀에서의 매체관리가 불가능했고 매체철거나 증설이전도 어려웠다. 매체 변화 없이 20여년이 흐르다 보니 타 분야에 비해 많이 낙후된 시장이 돼 버렸다. 또한 반복되는 최고가 입찰제의 폐해로 사업자들 역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판매대행 수수료제는 공사와 사업자가 한배를 탄 입장으로 함께 가는 사업이다. 광고매출이 늘어야 수수료를 많이 받고 공사 수익도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리스크 역시 같이 떠안는 구조다.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광고집행이 가능해진 점도 큰 메리트다. 사실 수십년간 유지돼 온 사업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반대와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으로는 향후 10년, 20년에도 똑같을 수밖에 없고 이는 도태를 의미한다. 기존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하철광고의 질적 개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시작하게 됐다.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지하철 3호선 광고사업에 미디어렙 방식을 도입·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과라면. ▲지하철 3호선 광고사업은 테스트베드의 성격이 강하다. 미디어렙 방식 도입을 위해 광고집행의 모든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광고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잘 가동되는지, 업체들이 판매승인을 받고 게·폐첨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나 오류는 없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테스트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수정·보완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자 한 일종의 시범사업이다. 13개월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당초 생각했던 메리트들이 모두 발현될 수는 없겠지만, 수익이나 판매율만을 놓고 본다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9월 중순 기준으로 광고수입이 50억원, 판매율이 73%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전 사업자가 운영시 연간 35억원, 60% 안팎의 판매율을 냈던 것에 비춰보면 높은 수치다. 5개 판매대행사가 같이 매체를 팔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본다.
-내년 미디어렙 전면 도입을 위한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지하철 2호선이 내년 1월말로, 3호선은 4월말로 기사업자와 계약이 만료되고, 3호선 역시 시범사업 계약이 1월에 끝난다. 4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1~3호선 전동차 및 역구내, PSD물량(기사업자 계약물량 제외)을 한데 묶어 사업자 선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10월 둘째주 공고를 내고 사업설명회를 거쳐 11월안에 사업자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구체적인 입찰 방향은 정해졌는가. ▲기존의 3호선 입찰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대상매체를 100프로 팔았을 때를 기준금액으로 정하고, 입찰가격(월 판매목표금액)이 높은 순으로 5개 업체를 선정한다. 5개사의 입찰금액 합계가 기준금액 미달시 100% 이상 도달시까지 낙찰자를 추가 선정하는 방식이다. 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월 최소보장금’은 월 판매목표금액의 40%, 공사가 판매대행사에 지급하는 ‘판매대행수수료’는 판매금액의 32%로 책정했다. 차기에 4호선을 포함해 전면적인 시행을 하기 위해 이번 입찰의 사업기간은 3년으로 잡았다.
-3호선 입찰 당시 사업조건이 사업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월 최소장금이 4% 증가했다. ▲3호선은 시범사업의 성격이어서 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36%를 잡았던 것이다. 1~3호선 전체의 매체력을 감안하고 이 사업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에 맞춰 도출한 퍼센티지가 40%다.
-사실 판매대행 수수료제에 대한 업계의 우려와 반대의 시각이 적지 않다. ▲공사가 판매대행 수수료제를 도입하려는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행사들도 대체로 공감을 한다고 본다. 다만 대행사들 나름의 사정과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독점적 지위와 수익을 확보했었던 업체들 입장에서는 불리한 사업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광고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판매대행 수수료제 도입으로 발주처와 사업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질적 성장을 일궈가면서 케파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이제 기틀은 마련됐으니, 앞으로 얼마나 아웃풋을 내느냐는 결국 발주처와 사업자들의 역량에 달렸다.
-마지막으로 업계와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공사에서 광고사업 방향을 전환키로 하고 갓 1년째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단계에서 사실 부족한 게 많을 것이다. 공사의 계약은 지방계약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사업자들을 좀 더 고려해주고 싶어도 (이 사업을 위해) 180도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수수료제로 전환하면서 사업자의 이득이, 공사의 이득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나. 점진적으로 운용해가면서 구체적인 데이터와 성과들이 나올 것이고,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당초 목표했던 방향으로 갈 것이다. 당장 수수료율이나 최소보장비율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이 제도가 출범하기 위해 공사에서는 최소한 이 정도는 가져가야 당위성이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운영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통해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이 사업은 공사와 사업자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자고 당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