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심리적 증상을 ‘결정 장애’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이런 결정 장애는 점심메뉴를 고를 때 가장 크게 문제가 된다고들 한다. ‘오늘 점심으로는 뭐가 좋을까?’, ‘이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은 어디일까?’처럼 지극히 단순하지만 어려운 문제로 고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덕에 우리는 나날이 맛집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맛집과 특이한 음식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점점 늘어나고, 한 예능 프로그램의 야식 메뉴를 소개해주는 코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출시돼 유례없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각을 통해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맛집을 찾아 먼 발걸음을 옮기는 ‘미각 노마드(nomad)족’이 생겨나고, 쿠킹 솔루션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흐름은 모든 요식업에 있어 ‘차별화’에 목숨을 걸게 만들었다. 메뉴와 서비스, 요리의 방식, 세팅에서부터 매장의 파사드와 사인, 인테리어까지 남들과 달라야하고 나만 튀어야하는 무한경쟁에 접어든지 오래다. 그리고 오늘은 이런 차별화를 이끌어내고자 진행했던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심 속 흔한 커피숍, 차별화 전략으로 색다르게! 지난 8월, 디자인올림의 환경디자인 및 설계 파트를 전담하고 있는 올림환경디자인연구소에 차별화 프로젝트가 요청됐다. 요식업의 종목은 거리를 걷다가 1분 동안 4-5개는 발견할 수 있는 커피숍. 장소는 서울 시청 앞 북창동 음식거리 골목 초입이었다. 주변으로는 기존 커피숍들과 도넛 가게, 다양한 음식점과 유흥업소까지 들어서 있었기에 주간은 물론, 야간에는 더더욱 눈에 띄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게다가 기존의 인지도 높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구축을 시도하는 신규 브랜드였기에 그 어려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첫 번째 화두는 바로 ‘어떤 콘셉트와 어떤 이미지로 차별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게 됐다.
심플한 컬러와 여백… 복잡함 속 단순명료한 ‘커피듀’ 탄생 올림환경디자인연구소에서는 먼저 전반적인 주변 환경의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유동인구의 흐름과 성비, 주변 매장 현황, 피크 타임의 시기와 가격 및 메뉴 형성까지 전반적인 사업 타당성 분석이 진행됐고, 이를 바탕으로 콘셉트 크리에이션 작업이 이뤄졌다. 태풍의 눈이라고 했던가. 복잡함 속에서 두드러지고 부각되는 것은 오히려 밝고 단순하고 명확한 이미지라는 부분에 모두 동의해 심플한 컬러와 여백을 강조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기획 방향은 먼저 커피숍의 네이밍 작업에 적용됐다. 신생 브랜드의 인지도 확보를 위해 cafe나 coffee 등 종목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적용돼야 했으며, 부가적인 표현으로 심플함에서 파생되는 깨끗함, 순수함, 맑음, 오리지널 등의 이미지가 드러나야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이슬의 깨끗함처럼 맑고 순수한 브랜드 네임, ‘커피듀’가 탄생했다. 다음으로 네이밍에 따른 BI 작업이 이뤄졌다. coffee의 영문 스펠링이 e와 f가 반복된다는 점을 포인트로 해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 전달을 위한 부드러운 라운드형 typeface를 전개했다. 여기에 커피잔을 위에서 내려다 본 형태를 형상화한 오렌지 컬러의 심볼마크를 더해 따뜻함과 식감을 강조할 수 있는 포인트를 더할 수 있었다.
사인과 파사드에 심플하고 깨끗한 이미지 구축 마지막 단계는 SI(Story Identity) 작업이었다. 사인과 파사드, 인테리어로 구축되는 Shop의 정체성이야말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광고판이기에 독특하면서도 맛과 향을 즐기고 담아내며,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우선 매장의 사인에 특허를 받은 멀티블루 제품을 적용했다. 멀티블루는 전면, 측면 모두에서 화이트의 빛을 발하기 때문에 면발광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반적인 사인의 조명보다 그 조도와 집중도가 높기에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한 멀티블루의 깔끔한 밝기와 어우러지도록 전체 파사드를 화이트로 구성했고 식감을 고려해 선택된 BI의 오렌지컬러를 곳곳에 포인트로 활용했다. 대략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변의 복잡함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부각됨을 확신할 수 있었기에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내부로 들어오더라도 심플한 여백의 정체성이 연계될 수 있도록 전개했다. 벽면과 바닥, 천장 모두 자잘한 요소 없이 탁 트인 느낌을 전달하도록 했으며, 디자인 요소로 조명만을 선택해 조화를 이루도록 고려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들은 브랜드 인지도 확보를 위한 로고 플레이와 BI를 활용한 시계로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심플하고 깨끗한 이미지는 성공적으로 구축돼 많은 고객들에게 만족을 전하고 있다.
‘커피듀’만의 아이디어로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발걸음 커피듀는 시청 앞 북창동 음식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성상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은 골목에서 여지없이 셔터를 누르며 매장을 카메라에 담아가며, 그 중 몇몇은 매장에 방문해 프랜차이즈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수많은 커피 매장들이 있음에도 유독 커피듀에 몰리는 것은 그 차별화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오픈 초기이므로 지금의 주목도를 전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고객 반응에 따라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도 있으며, 최초 깨끗함을 포인트로 한 투명 메뉴판이 가독성 문제로 조금의 변화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올림환경디자인연구소에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새로운 매뉴얼을 구축, 제작해 이후 프랜차이즈 오픈을 위한 지침서를 완성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매출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및 마케팅 전략들까지 들어있다. 커피에 이슬을 첨가하는 커피듀만의 아이디어처럼 말이다. 매장의 파사드에서 맛과 향을 느낀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을 통해 후각과 미각을 연상하는 것은 누구나 해왔던 경험이 있는 일이다. 요리의 모습으로 그 맛과 향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접근으로 구축된 커피듀의 파사드는 눈에 잘 띄며, 깔끔하고, 따뜻한 커피향이 느껴진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고객들은 내부의 분위기와 맛과 향으로 다시 찾게 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차별화를 위한 투자, 그 가치는 고객이 알고 다시 찾아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의 꿈을 꾼다. 청년들부터 명예퇴직자들, 부업을 꿈꾸는 사람들까지. 더 이상 창업은 성공의 꿈이 아니라 경기침체에서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보루가 됐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요식업이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우선 매장을 연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는 1년 안에 문을 닫는다. 올림환경디자인연구소에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매장을 구축하면서 ‘간판이 뭐가 그렇게 비싸냐?’라고 묻는 점주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그럼 우리는 무슨 커피가 5,000원이냐 하냐고 되묻는다. 5,000원짜리 커피도 먹어보고 그 가치를 느끼면 다시 찾게 된다. SI를 통해 주목도를 높였고 그리하여 고객들이 늘어난다면 그것 또한 매장과 올림의 가치가 된다.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수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살아남으려면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투자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