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으로 근거 없어졌음에도 옥상간판 신규허가 금지 고수 업계, “자의적인 법해석-법 초월한 재량권 남용” 비난 목소리 비등
서울 강남구가 법을 초월한 재량권 남용과 일관성 없는 이현령비현령식의 자의적 옥외광고 행정으로 논란과 분쟁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남구의 옥외광고 행정에 대해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련 업계의 불만과 논란은 2007년 ‘옥외광고물 특정지역 제한고시’ 개정을 통해 옥외광고물의 신규허가를 전면금지한 이후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일부 논쟁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돼야할 것은 안 되게, 안되는 것은 되도록
강남구는 현행법상 옥상광고물에 대한 신규허가가 가능함에도 원천금지 방침을 완강하게 고수하는 한편 2008년 강남대로 특화거리 조성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옥외광고물등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제한 완화 고시를 재개정해 미디어폴과 건물 전면의 전광판은 허용해주는 이중적인 행정을 펼쳐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와중에는 점프밀라노 건물의 LED전광판 설치에 대한 법령위배 및 특혜 논란이 불거져 한바탕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강남구와 사업자간의 법적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또다시 강남구의 옥외광고 행정에 대한 관련업계의 저항감과 불만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2011년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12년 서울시 조례가 제정되면서 구청장의 특정구역 지정권한이 없어져 옥상광고물 신규설치 금지조항이 실효됐음에도 여전히 옥외광고물 불허 정책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합법적인 경제활동 권리를 과도하게 억제하고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강남구는 서울시가 특정구역지정 및 광고물표시제한 고시를 함에 따라 2007년 신규제한 고시 당시 설치된 범위내에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옥상간판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강남구 옥외광고물 등 심의기준’을 2013년 5월 24일에 마련,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옥상광고물의 신규설치가 가능하도록 자체 심의기준을 만들고도,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업계는 강력한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강남구는 옥외광고 행정의 초법지대”, “옥외광고 특별공화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강남구의 요지부동 일방통행에 일부 당사자들은 법적 수단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저항감과 불만 고조… 결국 법적분쟁으로
LED전광판 이전설치 문제를 두고 강남구와 공방을 벌여왔던 A사는 강남구의 옥외광고물 설치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6월 28일 1심에서 승소했다. A사는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옥상의 LED전광판을 운영해 오다, 해당 건물의 재건축이 예정되자 2011년 4월경 옥상간판을 자진철거하고 2012년 2월 강남구 신사동 소재 건물 옥상에 옥상간판을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강남구는 옥외광고물의 타 장소로의 위치변경은 신규설치에 해당해 불가하다는 답변을 했다. 이후 A사는 2012년 10월 같은 건물의 옥상광고에 대한 신규허가를 요청했고, 강남구는 옥상광고 신규허가 금지 조항을 담은 2007년의 강남구 고시에 근거해 A사의 옥상간판 신규설치 허가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A사는 △강남구가 2008년 5월 고시에서 옥상간판 신규설치 금지조항을 삭제했음에도 개정 전 2007년 4월 고시에 의해 처분한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고 △여타 건물에는 옥상간판 신규설치를 허가했음에도 A사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옥상간판 신규설치를 불허하는 등 자의적인 차별을 하고 있으며 △옥상간판 신규설치 자체를 일률적으로 불허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강남구의 옥외광고물 설치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 “강남구 옥상광고 신규설치 불허는 법적근거 없어”
재판부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거, 광고물도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대상이며, 헌법 제15조에 따라 상업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직업수행의 자유도 제한하는 것이기에 상업광고 제한을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 사건 처분 당시, 단지 신규설치라는 이유로 이 사건 옥상간판에 관한 허가신청을 불허할 수 있는 법률상의 근거 또는 법률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 또는 서울시 조례상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2007년 4월 고시가 이 사건 처분의 법적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위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는 강남구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 제4조 제1항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부분은 광고물 등의 표시, 설치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는 입법 목적과 한계를 표현한 것이지 그 자체가 직접 이 사건 처분의 법령상 근거가 될수 없고, 시행령 제8조에 비춰보아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관계 법규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옥상간판 설치허가신청을 불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남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업계, “강남구는 무소불위 전횡” 성토
D사도 A사와 유사한 내용으로 지난 8월 소송을 제기했다. D사는 강남구가 2007년 고시를 근거로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서울시 조례 개정과 강남구 심의기준 마련으로 옥상간판 신규설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자, 옥상간판 신규허가 심의를 다시 요청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8월 심의를 통해 D사의 신규허가를 불허했고 이에 D사는 옥상간판 설치불허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D사 관계자는 “인근 자치구와의 형평성과 안전행정부의 ‘광고물자유표시구역’ 구상 등 관련법 개정, 도시미관 저해 등의 이유가 부결사유인데, 이는 불허의 근거가 될 수 없을 뿐더러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을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라면서 “법적 근거 없이 법을 공무원 맘대로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해 버리면 그것이 법치국가냐”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A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강남구의 옥상간판 신규허가 금지가 법률적 근거가 없고, 강남구가 주장하는 2007년 강남구 고시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음에도 강남구는 항소를 하고 일방행정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강남구가 수년간 이어온 무조건적인 신규광고 불허 정책과 형평성 및 일관성 없는 행정의 부작용은 영세한 옥외광고업자와 옥외광고업계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남구는 옥상간판 신규허가를 원천금지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앞뒤 안맞는 옥외광고 행정으로 수많은 논란과 분쟁을 만들어오고 있다”면서 “미디어폴같은 경우는 일반법을 뛰어넘어 완화고시를 해서 상업광고까지 허용하고 있으면서 옥상간판 신규설치는 무조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지극히 이중적이고 자의적이며 모순적인 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전문가, “시도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돼야” 강남구가 법과 원칙을 무시한 옥외광고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대한 비판과 불만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같은 자치구의 전횡을 막기 위해 시도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행정의 일관성과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옥상광고물 등 대형광고물 심의를 시·도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광판광고업계 다른 관계자는 “강남구가 가장 심각하지만 중구 등 대형광고물이 많은 여타 자치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신규설치 심의를 서울시에서 해야 자치구의 전횡을 막을 수 있고 아울러 옥외광고 행정의 형평성과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옥외광고정책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행정의 일관성이나 도시관리의 계획성 없이, 또 아무런 철학 없이 그때그때 단체장이 바뀌는데 따라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크다. 돌던지는 아이는 장난이지만, 개구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허가는 구청에서 하더라도 대형광고물 신규허가 심의는 시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방적이면서 자의적으로 전횡을 부리고 있는 일부 시군구의 국민 괴롭히기식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도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어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