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빛공해 피해 배상액 산정기준’이 확정·시행된 후 처음으로 제도 시행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업계와 정부가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분쟁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업무처리 요령에 관해 관계기관들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취지로 지난 4월 11일 대전 소재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관련 관계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빛공해 배상액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라, 제도 시행과 함께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간담회에는 옥외광고 유관단체인 한국옥외광고협회와 한국옥외광고미디어협회, 한국전광방송협회 관계자 및 각 시·도 담당 공무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객관적 기준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혼란을 야기했던 수인한도의 개념과 피해배상액 산정기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간담회에서 빛공해 피해 배상제도의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옥외광고 업계는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하고 개선방안을 서둘러 마련해 줄 것을 환경분쟁위에 요구했다. 업계는 그동안 빌보드와 전광판 등 옥외광고물의 조명이 빛공해 환경분쟁 대상에 포함돼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된데다 그 기준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현실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특히 피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수인한도인 ‘불쾌글레어 지수 36’이 강력한 규제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업계는 또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은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지정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지만 빛공해 피해 배상 산정기준은 관리구역의 지정과 상관없이 적용된다는 사실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옥외광고미디어협회 서석환 전무는 “빛공해 배상액 산정 기준을 만들 때부터 옥외광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행 환경분쟁조정법상 환경피해인 대기오염, 수질오염, 소음, 악취 등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을 보완하면 분쟁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옥외광고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업체인데 분쟁대상이 되면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이 제도가 옥외광고 업계에 미칠 피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서 전무는 이어 “빛공해 피해 배상액 산정 기준의 모법(母法)인 빛공해방지법 시행령을 만들 때 이미 업계 의견을 수렴해 조도와 휘도 기준이 마련됐다”면서 “빛공해방지법에서 조도와 휘도의 기준이 정해졌는데도 불쾌글레어 지수를 또 다시 제시해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협회의 구제완 이사도 “빛공해 피해 배상액 산정기준과 빛공해방지법 사이에 일체성이 없다”며 “빛공해 피해 배상제도는 옥외광고업을 사양시키고 분쟁을 조장하는 악법이 될 것이며 그 최대의 피해자는 결국 행정 공무원과 업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이사는 또 “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나면 전국 각지에서 행정소송이 난무하고 그 와중에서 수많은 광고업자들이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담당 공무원과 업계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용역을 진행하고 이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환경분쟁위에 공개 제안했다. 업계는 빛공해 피해 배상제도 시행이 결국 잦은 소송으로 이어져 옥외광고 업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광방송협회 이명환 상근부회장은 “빛공해방지법 기준을 충족시켜서 준법을 한다 해도 불쾌글레어 지수가 초과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피해 배상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 일단 문제를 제기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업자에게 당연히 배상액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옥외광고협회 이대연 부회장도 “환경부의 빛공해방지법 적용 기준을 지키면서 광고물을 설치해 왔는데 빛공해 피해 배상제도 시행으로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전국의 옥외광고업자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같은 업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일단 빛공해 피해 배상액 산정기준이 규제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복진승 팀장은 “수인한도인 불쾌글레어 지수 36을 절대적인 규제기준처럼 인식하면 안된다”며 “수인한도는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팀장은 이어 “수인한도를 강제적인 법적 기준처럼 이해하면 안되며 빛공해 배상액 산정기준은 가이드라인의 성격이기 때문에 수인한도가 37이라고 해서 반드시 배상을 해야 하고 34라고 해서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규제 기준은 가해자가 지켜야 할 최소 기준이지만 수인한도는 피해자가 감내해야 할 최소 기준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빛공해 배상액 산정기준의 용어와 측정 기준이 모법(母法)인 빛공해방지법과 달라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행과정에서 개정되거나 점차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제도 시행으로 인해 옥외광고 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빛공해 환경분쟁은 거주자의 수면 방해만을 피해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상업지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복 팀장은 “빛공해방지법을 준수하면 수인한도를 넘는 상황이 발생하기 힘들다”며 “옥외광고의 경우 주거지역보다는 상업지역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고 상업지역에 대해서는 빛공해 환경분쟁이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옥외광고 유관단체들은 조만간 이번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건의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그 이후 경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