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국제사인엑스포에 참가한 생각하는 채널 부스. 에폭시채널을 출품한 생각하는 채널은 전시 첫날 500여개의 무료샘플이 모두 동났고, 전시기간 내내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생각하는 채널의 정항석 대표.
“세계는 넓지만, 채널사인은 대한민국이 최고더라~”
좁은 땅, 제살깎이 경쟁 너머에는 세계 시장이 기다려
지난해 여름 팥빙수를 먹다가 갑자기 미국전시회나 나가볼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올해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하는 ISA국제사인엑스포에 참가하기로 했다. 취객이 택시기사에게 “기사님 라스베이거스로 갑시다” 이에 택시기사가 “손님, 미국에 가시려면 길 건너서 타셔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미국행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냥 부담없이 전시하고 오려던 것이 ‘가는 김에···’, ‘가는 김에···’가 더해져 일들이 커지고 있었다. 부스 랜털비용부터 기자재비, 운송비, 기타경비 등 2,500만원 정도가 소요됐고, 전시회에 디스플레이할 제품 700만원, 무료 증정용 샘플 3,300만원 어치 등 총 6,500만원이 소요되는 행사가 돼버렸다. 전시회경비 영수증을 도끼눈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 와이프를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시간의 비행(경유포함), 닭장속의 닭들과 같은 동병상련의 고통을 감내하며 도착한 플로리다는 넓고, 하늘이 맑았다. 이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마지막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그제서야 야자수며, 드넓은 잔디밭이며, 워터파크며 하는 모든 것들이 보였다. 역시 아무리 좋은 곳도 일하러 가면 재미가 없나보다. 전시회 첫날. 숙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장 크기는 강남의 코엑스 전시장의 두 배 정도로 돼보였다. 전날 미리 부스 설치를 끝낸 상황이기 때문에, 이날은 바이어들만 기다리면 됐다. 오전에 전시장을 대충 둘러봤다. 미국전시회이기 때문에 미국업체가 많을거란 생각은 일단 틀렸다. 멕시코, 중국,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지도를 옮겨놓은 것처럼 각국에서 참가한 업체가 많았다. 역시 주류는 ‘프린팅’ 분야와 ‘디지털 사이니지’다. 먼저 LED업체들을 둘러봤다. 국산 모듈에 비해 일단 사이즈가 크다. 납땜방식이 대부분이라 안정성에서는 좋을 듯 보였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보면 국산 모듈에 비할 수 없다. LED? 대한민국 제품이 최고다. 그 다음 프린팅분야를 둘러봤다. 일단 이 부분에서 양해를 구한다. 필자는 채널제작업만 16년이라 사실 프린팅에 대한 이해는 전문가에 비할 바 못된다. 익히 보아왔던 메이커들의 대형 프린팅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신제품 조사차원이 아니라면, 굳이 미국까지 가서 구경할 정도는 아닌 듯 보인다. 그 다음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채널사인 분야. 그런데··· ‘애걔? 이건 뭐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1980년대나 흥행 했을법한 ‘프랜치 방식’, ‘압점방식’, ‘갤브에 제미니 트림’. 조금은 실망이었다. 뭐 선진국이라 기가 막힌 채널사인들이 나올 줄 알았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덕분에 우리가 준비해 간 에폭시채널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반대효과는 얻을 수 있었던 듯하다. 일단 소재적 측면에서 알루미늄 프로파일이 전무했다. 물론 필자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는 사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시회장 내에서만큼은 그랬다는 뜻이다. 채널사인? 역시 대한민국이 최고다. 채널 제작 장비 및 방식을 뒤져봤다. 일단 입체바에 V커팅을 적용한 방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코너각들이 죄다 뭉뚱하다. 한쪽에서 국내 자동화 장비 업체의 부스가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다. 미국사람들 눈에 신기했나 보다. 속으로 피식 웃었다. ‘미국촌분들···’ 구경을 마치고 필자의 부스로 일하러 돌아왔다. 벌써 바이어들로 북적북적하다. 미국 바이어들이 70%정도, 기타국가 바이어들이 30% 정도 돼보인다. 그런데 바이어들의 성향이 재밌다. 아주 친절하다. 항상 웃고 있다. 인사성도 밝다. 그 안에서 필자는 보았다. 비즈니스 적인 대화를 할 때 달라지는 그들의 눈빛을··· 그 웃는 얼굴 속에 감춰진 깐깐함이 엿보인다. 관람자체도 상당히 실용적인 부분이 보인다. 바이어들의 손에는 팸플릿이 많이 없다. 그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들. 꼭 필요한 정보만 몇 장씩 들고 있을 뿐이다. 중국 상하이 전시회 때 양손에 한 뭉치씩 머리에까지 팸플릿을 이고 다니던 중국 바이어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시차적응 실패로 몽롱한 상태에서 다음날 전시회를 끝내고, 마지막날인 토요일. 이날은 오전 1-2시간만 잠깐 바쁘고 다들 파장 분위기다. 역시 미국사람들도 주5일 근무는 칼같이 지키나보다. 전시회를 총평하자면 일단 부스참가 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틀하고도 반나절 동안 열린 전시에 비해 부대비용이 과하게 보인다. 원형테이블 3일 빌려주고 50만원이라니··· 확실한 아이템, 검증된 아이템이 아니라면 참가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관람객 차원의 접근에서 보면, 전시회 구경만으로 1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다. 대신 일정을 하루 이틀 정도 길게 잡아 근처에 관광과 곁들어 간다면 멋진 아이템이 될 것 같다. 플로리다가 볼 것은 아주 많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전시장과 숙소만 보고 왔다.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친한 업체 사장님 한분이 전화를 주셨다. “어이~ 정사장 전시회 잘 마치고 왔나? 미국도 진출하고 출세했네” 조용히 듣다 말씀드렸다. “사장님. 저희 미국에 진출한 게 아니고, 국내의 과도한 단가 경쟁과 업체의 난립으로 인해 미국으로 쫓겨난 것입니다(웃음)” 마지막에 씁쓸해지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