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센덴사와 오카야전기가 인텔과 손잡고 개발한 투명 디스플레이 자판기. 65인치 풀HD 투명 디스플레이가 전면에 장착됐다. 이용자가 터치를 하면 제품을 고를 수도 있고 그 제품에 대한 칼로리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키오스크코리아가 출시한 투명 디스플레이 냉장고 ‘아이스 4K Cooler A’. 냉장고의 전면에 55인치 투명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LCD기반의 투명 디스플레이와 OLED 투명 디스프레이의 차이. 투명 LCD(왼쪽 사진)의 경우, 사진처럼 후면에 백라이트 역할을 해줄 공간이 필요하지만, OLED(오른쪽)는 그 자체로 영상을 내뿜기 때문에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길 잃은 투명 디스플레이, 갈 곳은 어디?
관련업계, 상업용 냉장고 시장으로 마케팅 총력 미디어 쇼윈도 등 혁신 아이디어 실현 위해선 제도개선도 시급
투명 디스플레이를 써먹기 위한 옥외광고업계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기술의 가능성은 눈에 보이는데, 마땅한 활용처가 손에 잡히지 않고 않는 까닭이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는 지금, 투명 디스플레이의 허와 실을 진단해 본다.
▲구조·기술적 한계 넘어서는 아이디어는 아직 최근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을 달군 화두 중 하나는 투명 디스플레이다. 디지털사이니지 제작업체들은 일제히 투명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으며, 광고대행사 및 매체사들은 이 기술의 현실화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투명 디스플레이 광고판은 아직 활성화는 커녕, 쓸만한 성공 사례조차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광고대행사가 이를 매체화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유는 기술·구조적인 한계에 의한 것이 크다. 투명 LCD는 이름 그대로 디스플레이 자체가 일정 정도의 투과도를 가지고 있어서 화면의 뒷배경이 그대로 비춰지는 제품이다. 투명한 영상매체라는 점이 기존 영상디스플레이와 변별점이며 장점이지만, 그로 인한 단점도 크다. 가장 지적되는 문제는 시인성이다. LCD 기반 투명 디스플레이(이하 투명 LCD)의 경우, 시청자가 약 6~7m만 떨어져 있어도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가독력이 떨어진다. 뒤가 비치는 화면에 상이 맺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결과이지만, 한순간에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매체로서는 치명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단점은 투명화를 위해 백라이트유닛(BLU)을 떼어낸 만큼, 이를 대체할 라이팅박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LCD는 후면에서 조사되는 빛이 없으면 영상이 맺히지 않는다). 이로 인해 모든 투명 디스플레이 제품이 박스형 쇼케이스 타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업체들은 이 형태가 실제 제품과 영상을 한꺼번에 보여줌으로써 광고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의 형태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한 말이지만, 사실 투명 LCD가 가진 기술적 한계에 대해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실내용 POP 외에 적용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 디자인 개발의 난점으로 인해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제일기획 최상혁 프로는 “광고매체로서 투명 디스플레이는 아직까지 무궁한 가능성과 동시에 치명적 단점도 지닌 기술”이라며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이 지닌 한계를 덮을 만한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답은 냉장고… 상업 냉장고 활용 매체 개발 분주 이 가운데, 최근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점포의 진열 냉장고다. 편의점·마트의 진열 냉장고의 유리문을 투명 LCD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체들은 이 전략이 썩 주효할 것으로 전망한다. 진열 냉장고의 구조 자체가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에 아주 적합한 까닭이다. 냉장고의 경우 유리문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대체하고, 내부에 조명을 설치하면, 특별한 구조변경(라이팅박스 설치) 없이도 효과적인 광고매체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음료를 고르기 위해서 아주 가깝게 다가와 머무르게 되는 만큼, 가독성 문제에서도 다소 자유롭다. 사실 이런 형태의 광고매체는 지난 2009년 투명 디스플레이가 대중에게 첫선을 보일 무렵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해 왔는데, 작년 여름께부터 실제 현장에서의 설치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작년 지에스넷비젼이 GS편의점 일부 매장 냉장고 투명 디스플레이 ‘씨스루’를 설치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브이가 일본 최대 유통 업체 ‘이온몰(Aeon mall)’에 자사의 투명 디스플레이 광고매체 트랜스룩(냉장고형)을 공급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바현 이온몰에 설치된 트랜스룩은 일본 최대 제과 업체 모리나가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팜’을 홍보한다. 감각적인 영상과 다양한 인터랙티브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더브이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드웨어 제조기업들도 저마다 투명 디스플레이 냉장고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를 비롯해, 키오스크코리아 등의 중소기업까지 해당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땅한 판로가 없는 상황에서 상업 냉장고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명 OLED… 진정한 혁신의 시작 이처럼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광고는 아직 해결돼야 할 숙제가 많지만, 멀리 봤을 때 관련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사실은 이 관측은 투명 OLED기술의 상용화를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 후면의 라이트박스 없이 디스플레이 자체가 발광하는 OLED의 경우, 활용영역이 LCD기반의 투명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넓다. 라이트박스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디자인 개발이 용이한데다, 플렉서블한 디스플레이의 구현도 가능한 까닭이다. 즉, 현재의 투명 LCD기술이 기존 영상매체의 화면을 일부 투명화시키는데 그쳤다면, 투명 OLED는 거꾸로 투명한 유리들을 영상매체로 교체할 수 있다. 매장의 쇼윈도, 건물의 유리벽이 광고판으로 변하고, 유리 테이블이 브로슈어가 되는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는 것. 정부가 대화면 투명 플렉시블 OLED 제품 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전격적인 투자를 거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간 디자인업체 이노보의 김명광 실장은 “투명 OLED의 경우, 아직 공정효율이 좋지 못하고 대화면 개발이 지극히 어려워 현실적인 문제점이 많지만, 이것이 상용화되면 공간디자인은 물론, 옥외광고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 상용화 위해선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투명 디스플레이가 만들어갈 옥외광고시장의 미래는 자못 환상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모습이 실제 현실에서는 모두 불법광고물이 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에서는 천·종이·비닐 등에 문자나 도형 등을 표시해 부착하거나, 목재·아크릴·금속재 등의 판이나 입체형으로 제작한 광고물만을 창문이용광고물로 정의하고 있다. 또 빛의 점멸이나 동영상의 변화가 있는 광고물은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미디어 쇼윈도가 개발된다 해도, 사실상 법이 규정한 표시방법에 어긋난 불법 광고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디지털사이니지가 옥외광고시장에 등장한 이후 숱하게 거론되고 있는 부분인데, 기술의 발전 수준을 제도가 다 담아내지 못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다. 따라서 투명 디스플레이가 혁신적인 광고매체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제도적 변화도 조속히 촉구해야 될 시점이다.
투명 OLED 기술이 상용화되면 공간디자인, 옥외광고 등의 산업에서 위의 사진과 같은 혁신적 변화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은 코닝사의 ‘유리가 만드는 미래’ 동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