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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8 14:32

지하철 9호선 광고입찰 노골적인 특정업체 밀어주기로 ‘파문’

  • 이정은 | 295호 | 2014-07-08 | 조회수 5,458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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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50억원 이상’으로 응찰 자격 제한해 옥외광고대행업계 원천 배제
업계 항의 잇따르자 ‘자본금 5억원 또는 매출 100억원 이상’으로 수정 공고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 주식회사 가 9호선 1단계 구간 전동차 및 역구내 광고대행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자본금 50억원 이상인 법인’이라는 전례없는 입찰참가 자격조건을 내걸어 광고업계에 일대 파문이 일었다.
이 조건으로 단 한 업체조차 응찰을 할 수 없게 된 옥외광고 업계가 강력히 항의하고 이에 서울메트로9호선이 입찰 조건을 수정해서 재공고함으로써 일단 파문은 가라앉는 모양새지만 서울메트로9호선의 불공정 입찰에 대한 업계의 불신과 의혹은 여전한 분위기다.
서울메트로9호선(이하 메트로9)은 오는 7월 말로 기존 사업자인 동아일보사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9호선 1단계 구간 전동차·역구내 광고대행권을 6월 3일 입찰에 부쳤다.
메트로9는 9호선 25개 역의 전동차 광고 3,600매, 역구내 광고 807면, 행선안내게시기 171기 등 총 4,578개 물량을 사업기간 5년으로 최고가 입찰에 부치면서, 입찰참가 자격을 ‘자본금 50억원 이상으로 사업자등록증 또는 법인등기부등본에 광고업 또는 광고대행업으로 등록된 법인’으로 제한했다.
현재 옥외광고 대행업계에서 자본금 50억원 이상인 법인은 단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옥외광고 입찰에 옥외광고 업계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 따라서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옥외광고 대행업계에서 매출액이 수십억~수백억원인 회사는 여럿 있지만,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인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매출액 1~2위 업체들조차도 자본금은 5~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메이저 매체사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 업에 몸을 담아왔는데 자본금 50억원으로 입찰참여를 제한한 적은 철도, 지하철, 버스, 공항을 통틀어서 전례가 없었다”면서 “문제는 현재 옥외광고 매체사 가운데 자본금이 50억원이 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인데, 옥외광고 사업에 옥외광고 회사를 원천배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메이저 회사의 관계자도 “이 입찰공고에 조건이 부합하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과 대형 언론사밖에 없다”면서 “보통의 입찰은 최근 3년간의 매출액을 본다든가 하는데 자본금을 이렇게 잡은 것은 노골적으로 특정업체를 밀어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 메트로9의 관계자는 “특정업체를 밀어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기존 옥외광고 매체사 가운데 자본금 50억원이 넘는 회사가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지하철 운영기관들이 광고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찰계약을 많이 진행하는데, 초기 과당경쟁으로 계약금액을 높게 쓰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것들을 제한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갈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고자 했다”면서 “그리고 광고물 시설투자비가 30억~4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산출돼 그 정도(50억원) 자본금은 있어야 시설투자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외광고 대행업계의 대표적인 사업자단체인 옥외광고미디어협회 등을 비롯한 업계는 메트로9의 9호선 광고대행 입찰공고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옥외광고미디어협회는 전화로 강력하게 항의한데 이어 입찰공고를 보완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협회는 공문에서 입찰참가 자격의 자본금 부분에 대해서는 타 발주기관들의 유사 입찰공고를 참고해 현실에 맞도록 삭제해 주고, 입찰참가자격 기준도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옥외광고업을 등록한 자 등이 명시되도록 보완해 공정한 입찰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옥외광고 대행업체의 매출액은 수십억 내지 수백억원이 넘는 회사는 많지만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인 업체는 하나도 없으며, 또한 광고업 또는 광고대행업으로 등록된 법인은 옥외광고물등관리법상 옥외광고업 등록을 하지 않아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기 때문에 현행법 제11조를 위반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메트로9 측은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이같은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입찰참가신청서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둔 6월 16일 입찰참가 자격을 수정해 재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참가 자격을 ‘자본금 50억원으로 사업자등록증 또는 법인등기부등본에 광고업 또는 광고대행업으로 등록된 법인’에서 ‘자본금 5억원 이상 또는 최근 1년 매출 100억원 이상, 사업자 등록증 또는 법인등기부등본에 광고업 또는 광고대행업으로 등록된 법인’으로 수정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 매체사 관계자는 “개선된 입찰참가 자격 역시 첫 번째 사업자 공고의 연장선으로 일정 규모 이상 자격을 갖춘 업체들만 들어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다 떠나서 문제는 과연 9호선 광고사업이 사업성이 있느냐 하는 대목”이라면서 “개통 당시 예상했던 만큼 역세권 조성이 잘 되지 않았고 현재 판매율도 매우 저조한 상황인데, 시설투자비에 적지 않은 사용료를 내가면서 이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트로9에서는 자본금 50억원이 되는 옥외광고 매체사가 없다는 걸 몰랐다고 하는데, 그만큼 발주처들의 생각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지금과 같은 최악의 광고경기 속에 매년 3% 정률 인상분을 반영한 임대보증금을 내라고 한 조건도 그렇고, 지하철은 특성상 로컬광고의 비중이 적지 않고 턴키 장기계약에서 개별 단기계약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연한데도 역구내별 전동차 편성별 1개의 광고주를 대상으로 일괄 판매하라는 것도 광고시장의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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