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커들, 발빠른 대응력·고품질 구현하는 장비개발에 중점 수입 공급사들,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경쟁력에 초점
CNC라우터 및 레이저가공기 공급사들은 요즘 품질 및 사후관리가 보증되지 않는 저가형 중국산 장비의 대거 유입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들은 물론이고 성능과 품질 및 사후관리를 보증하며 중국산 장비를 판매하는 업체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품질보증이 되지 않는 싼 장비를 샀다가 잔고장이 많거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낭패를 보고 있다. 심지어 폐업을 신고하고 잠적해버리는 업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어느 정도 시장의 질서가 잡히면서 성능이 보증되지 않는 초저가형 중국산 장비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피해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수요의 포화상태 및 저가형 장비 난립에 따른 이중고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 공급업계 관계자는 “저가형 중국산 장비는 시장의 질서를 망가뜨리는데, 특히 가격이 터무니없이 싼 장비 때문에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해 제작하고 있는 우리도 가격을 낮춰가면서 공급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무분별한 장비 선택은 시간과 돈을 날리는 지름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히 A/S를 두고 공급사와 소비자간 실랑이가 자주 벌어지는데, 공급사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A/S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공급사들에게 연락해 많은 돈을 주고 장비를 고치거나, 폐기처분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여기에 드는 돈도 상당하다”며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나름대로 입지를 탄탄히 구축한 공급업체들은 입체 간판, 실내 인테리어 및 디스플레이 등을 겨냥해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국산 메이커나 수입공급사 구분없이 모두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 맞춤제작형 장비를 통해 시장 다각화에 매진하는 모습이어서 시장의 활기가 얼마나 살아날지 주목된다. 국산 CNC라우터 제조업체들의 경우 그동안 주로 사인분야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을 제조했다면, 최근에는 인테리어물이나 악기, 조형물 등 제법 덩치가 큰 제품들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들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IT, 조선, 금속 등 산업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CNC라우터로 시장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엘피케이를 꼽을 수 있다. 엘피케이는 산업용 로봇 전문 생산업체여서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NC사업부를 구성하고 있는 직원들이 오랫동안 입체사인 가공분야에서 종사해왔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기술력이 탄탄하며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CNC라우터 응용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SC-1325A’ 모델에 헤드를 두 개 장착시켜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내놨다. 엘피케이 민경일 과장은 “회사가 자체적인 생산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기존 모델에 두 개의 헤드를 달아 하나의 장비로 두 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율적이면서도 공간 활용도가 크게 높아져 사용자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또 한 곳이 CNC장비를 아주 다양하게 라인업하고 있는 동부라이텍. 동부라이텍은 핸드폰 부품 분야, 아크릴가공 분야, 목금형, 유리연마, 합성수지 등에 최적화된 장비들을 제조하고 있다. 동부라이텍 원유영 대리는 “3년 전만 해도 사인 및 아크릴 가공이 주력 시장이었는데,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사인분야 파트와 IT분야 파트로 나누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IT분야 시장의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올 상반기 사인분야 파트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르게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면서 “이는 최근의 트렌드를 겨냥해 장비를 업그레이드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아크릴 채널사인이 대세가 되면서 통아크릴도 한 번에 제작이 가능하도록 기존 장비에서 Z축을 높인 CNC라우터를 출시한 것. 원 대리는 “CNC라우터가 워낙 고가라 장비 구입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 만큼 품질을 보장하고, A/S도 확실하게 이뤄진다”면서 “한번 써본 소비자들은 추가로 구매하기도 하고, 제작업체에 믿을만한 장비라고 소개도 해준다”고 밝혔다. 신우NC테크(이하 신우)도 사인분야 외에 조선 및 산업분야에 특화된 장비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회사측은 고성능 CNC라우터의 경우 같은 기능을 갖춘 외산 장비보다 가격은 내리고, 성능은 올려 시장반응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채널 제작에 특화된 ‘SKY 시리즈’부터 대형 CNC가공기인 ‘KAISER 시리즈’, 복합패널 전문가공기 ‘패널 워커(PANEL WORKER)’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신우NC테크 홍성필 대표는 “회사의 목표는 매년 신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채널사인 뿐아니라 시장규모가 큰 산업분야를 타깃으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산업용 장비를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독일, 일본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 고사양·고성능 CNC라우터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가격은 더 싸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추가한 장비를 제작,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CNC라우터를 제작하기 시작한 태화시스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올 상반기부터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태화시스템 김효준 대표는 “국산 CNC라우터 제작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라면서 “장비 라인업을 통해 시장을 다방면으로 개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에 외산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수입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갖추고 중국산 장비를 공급하는 몇몇 업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된 장비를 국내에 출시하고 있기 때문. 특히 아크릴, MDF, 나무 등의 소재를 커팅할 수 있는 중국산 레이저가공기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며 진화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레이저픽스코리아의 150W급 레이저가공기인 ‘X-CUT1390’ 모델은 200W 정도의 출력률을 보이고 있어 관련업계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레이저픽스코리아 고영종 대표는 “장비를 구성하고 있는 것 가운데 구조물의 바디를 그 어떤 제품보다 무겁고 튼튼하게 제작했기 때문에 고출력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진동이 거의 없어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추가해 장비를 업그레이드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이치알티는 200W 출력량을 갖춘 레이저가공기 ‘200SC’를 출시, 판매하고 있다. 보통 200W 사양은 철판과 스테인리스를 가공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돼 왔는데, 에이치알티는 철판과 스테인리스 가공을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에이치알티 권혁용 부장은 “낮은 출력 사양으로도 두께 2㎜인 철판 및 스테인리스를 가공 할 수 있고,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시장의 반응이 매우 좋다”면서 “가격 또한 합리적으로 책정돼 경제성이 우수한 장비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속과 비금속을 모두 커팅할 수 있는 일종의 복합기를 요구하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이에 수입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한 트렌드다. 나눔테크놀로지의 경우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150W 출력률로 비금속과 철판을 가공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철판은 최대 1.1㎜까지 가공이 가능하다. 입체간판,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소형부품에서 대형부품, 산업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CNC라우터와 레이저가공기 공급업체들의 러시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