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의 가을은 해산령과 비수구미 계곡에 가장 먼저 찾아든다.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460번 지방도를 타면 해산령 아흔아홉 굽이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단풍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인적도, 오가는 차량도 드문 구절양장의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울긋불긋한 색채의 향연이 현란하다. 화천읍에서 해산령까지는 약 20km 거리다. 한적한 지방도를 따라 평지와 오르막을 30분쯤 달리면 터널이 하나 나타난다. 남한 최북단,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해산터널이다. 길이 1,986m인 해산터널은 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그래서 터널 안에 들어서면 저만치 앞에 바늘구멍처럼 출구가 보인다. 고운 단풍에 취해 구불구불 곡예를 하듯 5분가량 달리면 해산전망대가 보인다. 화천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가 떠오른다는 해산(해발 1,194m)이 한눈에 들어오고, 깊은 골짜기 사이로 새파란 파로호를 내려다볼 수 있다.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033)440-2733
산사에 깃든 단풍과 산상에 물결치는 ‘울산 석남사’
북쪽에서부터 차례로 내려오기 시작한 단풍의 향연은 10월 말경이면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울산 산악의 주봉인 가지산까지 이어진다. 산을 휘감아 흐르는 붉은 물결은 가지산 입구에 자리한 석남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국내 최대의 비구니 수도처로 유명한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때 창건된 사찰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됐다가 1957년 비구니 인홍(仁弘) 주지스님 부임 이후 중수중창을 거치며 지금과 같은 고즈넉한 모습을 갖게 됐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나무 숲 가운데 오롯이 자리한 사찰은 아담하면서 소박한 느낌이다. 석남사 바로 아래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되도록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가기를 권한다. 계곡을 따라 단풍으로 곱게 물든 길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길 끄트머리에서 산사를 잇는 아치형 작은 돌다리도 무척 운치 있다. ●석남사 052)264-8900
주왕산의 단풍길, ‘절골계곡’
절골계곡은 대전사에서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나 물안개가 아름다운 주산지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주왕산의 속살 같은 곳이다. 절골계곡은 오래전 계곡 안에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신술골을 지나면 절터의 흔적이 나타나는데, 절이 폐사된 지 오래여서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다만 절골이라는 지명만이 남아 그 자취를 증거하고 있다. 절골계곡은 탐방지원센터에서 대문다리까지 3.5km 이어지는 계곡 트래킹으로 유명하다. 왕복 7km에 이르는 긴 거리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험난한 길이 없고 완만하게 이어져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절골계곡의 특징은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탐방로다. 폭포나 절벽 등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곳에 나무 데크를 놓은 일부 탐방로를 제외하면 계곡의 암반을 따라 걷거나 물길을 건너기 위해 놓은 징검다리가 전부다. ●주왕산국립공원 054)873-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