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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1 09:47

해설-울산 동구 간판정비사업 입찰의 문제점과 의문점

  • 최병렬 | 303호 | 2014-11-11 | 조회수 4,998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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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간판정비사업 입찰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우선협상대상 1순위 업체의 간판디자인 작품들. 간판에 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불법투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쪽은 주간, 아래쪽은 야간 장면)


외지업체가 설치 불가능한 불법투성이 간판 제안해서 사업권 확보

‘크고, 많고, 화려…’ 정부·지자체 간판정비사업의 근본 취지 무색
계약 안했음에도 ‘계약의 신의성실 차원’ 이유로 실격처리 불가 주장

지자체들의 간판정비사업 과정에서 이런저런 의문과 의혹이 제기되거나 잡음이 일어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울산 동구의 이번 입찰 진행을 둘러싼 과정과 결과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사업권을 확보한 업체의 제안 작품이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불법간판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기본 컨셉이 크고, 많고, 화려함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작고. 적고, 수수함을 지향하는 간판정비사업의 근본 취지를 크게 퇴색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구 간판정비사업 입찰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문제점과 의문점을 짚어본다.

법령·조례에 위배되는 간판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은 간판의 표시방법을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있고 울산시 조례는 빛을 벽면에 투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동구 입찰에서 선정된 Y사 작품은 6층 건물과 3층 건물 모두에 외부 투광기를 설치해 이를 위반하고 있다.
조례는 또한 건물의 3층 이하에만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Y사 작품에는 4층과 5층에도 간판이 4개나 설치돼 이를 위반하고 있다.

입찰 제안서 작성지침에도 위배

동구는 입찰 제안서 작성지침을 공고하면서 가로형간판은 층수에 관계없이 입체형으로만 하고, 1층에는 파사드를 이용하여 설치하며, 가로의 크기는 업소 가로 폭의 8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Y사 작품은 6층 건물 1, 2, 3층 및 3층 건물 1, 3층에 판류형 간판을 설치하고 가로 폭도 80%를 초과해 작성지침을 위반하고 있다.

납득되지 않는 평가점수 48.20점

Y사 작품은 제안서 평가에서 60점 만점에 48.20점을 획득했다. 나머지 6개 업체의 평균 점수는 40.33점으로 월등하게 높은 점수다.
그런데 11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 배점표를 보면 간판의 제작설치 실행가능성에 5점, 디자인 실현가능성에 7점, 조명 실행가능성에 7점 등 19점이 배정돼 있다.
다른 항목들은 몰라도 Y사 작품의 불법성에 비춰 이들 항목은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설치와 동시에 불법 광고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 3개 항목의 배점을 제외하고 획득할 수 있는 최고 점수는 41점인데 48점을 넘게 획득, 이들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공시된 실격 사유에도 계약 강행

동구는 입찰 공고시 작성지침을 따르지 않은 작품은 실격처리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Y사 작품이 작성지침에 위배되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실격처리하지 않았다.
사업비를 지원한 옥외광고센터 자문위원의 실격처리 자문을 외면하고 2순위 업체의 실격처리 요구도 거부했다.
자문위원에게는 실격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미 평가를 했다는 이유를, 그리고 계약의 신의성실 차원에서 실격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고 이의신청인에게는 제안서가 평가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되었다는 이유를 댔다.
동구가 계약의 신의성실 차원을 이유로 제시할 때에는 계약이 이뤄지기 훨씬 전이었고,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업체를 복수로 선정하는 것은 1위 업체가 실격처리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추세에 안맞는 지역제한 배제

동구의 간판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울산지역 간판업체들은 사전에 지역제한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지업체가 사업권을 따갈 경우 지역경제에 보탬이 안되고 외지업체는 어차피 하청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역제한을 많이 두어가는 요즘의 추세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외지업체가, 그것도 불법 투성이인 제안서로 사업권을 따가는 결과가 되자 지역 업체들은 지역제한을 두지 않은 이유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평가위원들의 자질과 무성의 도마 위에

동구의 이번 입찰 결과는 간판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자질부족 및 무성의한 심사태도가 도마위에 오르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전·현직 공무원과 대학 교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간판 심사위원들의 자질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거론돼온 것이 아니다. 간판에 대한 전문적 식견은 물론이고 관련 법규나 산업 현장의 실상을 전혀 모르다보니 발주기관의 의도를 파악하여 뜻에 맞춰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남 모 지자체에서는 담당공무원이 업체로부터 받은 뇌물로 심사위원들을 매수, 평가를 조작해 사업권을 안겨줬다가 들통이 나 무더기로 사법처리를 받는 일까지 있었다.
때문에 이번 동구의 입찰 평가를 맡은 인사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모 제안서의 구속력은 어디까지?

Y사의 간판디자인은 불법임이 명백하고 이를 인정했음인지 동구 관계자는 법령기준의 범위 내에서 수정돼 설치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말이 수정이지 디자인 전체가 불법이다시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선정된 제안서가 폐기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간판이 설치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럴 경우 원래의 디자인보다는 탈락한 업체들의 디자인과 훨씬 많이 닮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는 당연히 제안서의 효력 내지는 구속력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탈락한 업체들이 향후 어떤 대응을 하고 나설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인터뷰- 동구 간판정비사업 담당 황현창 주무관

“판류형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법령기준 맞는지 안맞는지까지 감안해서 평가한 것”


동구 간판정비사업 입찰에서 2순위 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된 울산광고물협동조합측으로부터 제보 및 보도 요청을 받고 10월 16일 울산을 찾았다. 먼저 조합 사무실에 들러 내용을 파악하고 오후에 동구청 4층 도시디자인과 사무실에서 이 사업 담당자인 황현창 주무관(6급)을 만났다. 황 주무관은 처음에는 “거기에 다녀왔으면 이미 다 알고 왔을 것 아니냐. 할 얘기는 그쪽에 문서로 다 해줬고 더 이상 답변하거나 확인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보도 목적으로 확인할 것이 있고 내용이 다르니 편하게 얘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 1순위 업체가 제안한 간판이 판류형인지 여부가 중요한 것같다. 입체형으로 하라고 하지 않았나.
▲ 판류형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뭐가 판류형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 울산광고물조합에서 1층을 판류형으로 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했다던데.
▲ 모든 질의와 회신은 서면으로만 하게 돼있다. 전화로 그렇게 묻고 답변했는지 기억에 없다.

- 울산시 조례상 투광기 조명과 4층 이상에 광고물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 불법이고 심사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것 아닌가.
▲ 맞는지 안맞는지 그런 것까지 다 감안을 해서 평가위원들이 평가를 한 것이다.

- 평가위원들에게 사전에 심사기준을 제시했나.
▲ 제안요청서를 보내줬다.

- 설명도 해줬나.
▲ 설명은 안했다.

- 7개 응찰업체중 Y사처럼 기준을 위배해서 제안한 업체가 있나.
▲ 밝힐 수 없다.

- 평가위원이 7명이라던데 누구누구인가.
▲ 밝힐 수 없다. 소송해서 법원에서 밝히라고 해야 밝힐 수 있다.

-이 사업은 옥외광고센터에서 조성하는 기금 지원받아서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2억 5백만원 지원받았다.

- 그럼 ○○○를 아나. 센터 MP로서 평가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던데.
▲ 모른다. 그런 적 없다.

- 평가위원들이 이제라도 심사기준에 저촉되는 것으로 확인을 하면 입장을 바꿀 수 있나.
▲ 대답할 수 없다.

- 심사기준은 동구가 정한 것 아닌가. 기준이 지켜졌는지 아닌지 구청이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 평가위원들이 평가하고 MP 자문받아서 했다.

- MP는 ○○○를 말하는가. 옥외광고센터의.
▲ 그렇다.

- 아까는 모른다고 하고 문제제기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 자문을 받았다.

- 어떤 자문을 받았나.
▲ 협상과정에서 디자인을 추가적으로 보완할 것이 있는지 자문을 구했는데 원하는 자문내용이 없었다.

- 자문을 통해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지 않았나.
▲ 그것은 그분한테 물어봐라.

- 계약은 했나.
▲ 15일에 했다.

- 이의신청인에게 계약분쟁조정위원회 재심신청을 안내하지 않았나. 그 기간까지는 계약이 보류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데 계약을 했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
▲ 문제가 되면 그런 것까지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

- 제안요청서에 보면 실격 조항이 있다. 작성지침에 위배되면 실격처리하도록.
▲ 작성지침은 제안요청서 전체가 아니라 그중 작성지침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평가 기준으로 제시된 것 전체를 지침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 그건 판사가 판단할 일이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다 해서 처리했다.
- 질의나 유권해석을 받아본 사실이 있나.
▲ 없다.

- 옥외광고 담당업무를 얼마나 했나.
▲ 2년쯤 했다.

- 이의신청 처리는 과장 전결사항인가.
▲ 무슨 뜻인가.

- 답변서 보니까 과장까지만 이름이 나와있던데.
▲ 내가 기안해서 과장이 결재한 것이다.

- 이의신청을 검토하기 위하여 회의를 하거나 다루는 기구가 없나.
▲ 없다.

- 제안된 내용대로 간판이 설치되나.
▲ 아니다. 말 그대로 제안은 제안일 뿐이다. 실제로는 법령기준 범위내에서 수정돼서 설치될 것이다.

- 이미 언론매체에 제안서 내용대로 개선사업이 이뤄질 것처럼 보도가 됐던데. 그렇게 설치될 것이라고 홍보한 것 아닌가.
▲ 나는 모르는 일이다.

- 설치가 불가능한 제안서로 낙찰을 받게 한뒤 폐기하고 탈락업체가 제시한 제안서처럼 수정해서 설치하면 이게 공정한 입찰인가.
▲ 이게 분쟁사항이 되고 있어서 내가 답변에 제한이 있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고 하지 않겠다.


최병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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