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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5:27

(화제의 인물)버려진 간판으로 세상을 바꾸는 고정원 작가

  • 오문영 | 304호 | 2014-11-25 | 조회수 3,526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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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OLD 전시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정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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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나루터에 버려진 오브제를 통해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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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폐간판을 통해 ‘사기꾼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NOW-OLD 전시회 개최-폐간판 교체 프로젝트로 세상과 소통
‘간판’이라는 매개체 통해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나서

버려진 간판(SIGN)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고정원(29)씨. 고정원 작가는 간판업을 하는 부친 밑에서 간판의 길이를 재는 쇠자를 가지고 칼싸움을 하고, 형광등으로 스타워즈를 흉내내던 장난기 어린 소년이었다.
이처럼 어렸을 적부터 간판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지내며 애정을 키웠던 그는 현재 설치예술  작가이자 미술강사로 활동하며, 아버지의 간판 일까지 돕고 있는 열혈 청년이다.
그가 최근 버려진 간판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NOW-OLD 전시’, ‘폐간판 교체해주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NOW-OLD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청주 우민아트센터를 방문해 그와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간판업 천직 삼아온 아버지 따라 ‘간판 아티스트’로 활약
그의 부친은 오랫동안 간판일을 해온 장인이다. 부친은 81년도부터 간판업에 뛰어들었다. 간판사업은 특히 90년대에 네온사인 수요가 크게 늘어 성공가도를 달렸으며 고 작가는 아버지를 따라 간판일을 하고 싶어했다. 어렸을 적부터 진한 쇠 냄새와 아크릴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은 그에게 익숙한 놀이터이기도 했다. 그러나 IMF를 맞으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고 그의 아버지는 기계를 모두 팔았다. 집에는 가압류 스티커까지 붙게 됐고 결국에는 집까지 팔고 조그마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간판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아버지도 간판일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어렸을 적엔 간판일을 함께 하고 싶다고 하면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IMF가 지나고 얼마 후 아버지는 다시 간판업을 시작했고, 그러던 중 저는 회화과에 진학하게 됐다. 간판에 대한 애착으로 간판일과 작가를 병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판과 가깝게 지내니 어쩔 수 없었나보다”라며 “지금은 미술 강사일도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판일을 하면서 네온사인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네온사인이 전기가 많이 들어가고 비효율적인 제품이라는 것엔 동의하지만 네온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빛과 발광소리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네온사인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작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네온은 살아있는 느낌 그 자체이고, 빛이 계속 변화하는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되살려 내거든요. 아버지가 네온사인하실 때 집안 형편이 좋았던 점도 한 몫 하지요. 새로운 LED간판이 설치되면서 바뀌어가는 모습도 좋지만 네온사인이라는 것 자체도 하나의 역사거든요. 이러한 맥락에서 무조건 새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동의 경우처럼 일부러 빈티지한 멋을 내기 위해 옛날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저의 생각을 NOW-OLD 전시와 폐간판 교체해주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파하려고 합니다.”

▲NOW-OLD 전시 통해 옛것의 소중함 일깨워
“NOW-OLD는 ‘현재는 낡았다’는 뜻입니다. 낡은 것이 지금의 현재를 만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죠.”
‘NOW-OLD’는 고 작가가 버려진 간판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이외에도 버려진 간판을 활용한 작품들과 드로잉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있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1년이 채 되기 전에 업종이 변하는 공간과 30년이 지나도 간판을 교체하지 못하는 지역적 특성의 가치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길가에 버려진 간판을 가지고 와서 다듬고 가치있게 만들어 놓으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버려진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한편으론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발전이 됐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제는 옛 것들을 잘 정립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이를 기획하게 됐다”며 “후대에 이러한 간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세대가 변함에 따라 잊혀져가는 모습들의 잔상들을 ‘NOW-OLD’로 표현한 것이다.
고 작가는 알파벳 N, W, d가 없어서 N은 ‘Z’를 옆으로 뉘어서, W는 ‘M’을 뒤집어서 만들었다며 제작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전시를 본 관람객들은 일반적인 평면적 아트가 아닌 실제의 간판을 그대로 들여다 볼수 있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며 “쓸 수 없는 폐간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작가의 숨은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관객들의 반응을 전했다.
작가는 한편 이번 전시가 너무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을까 근심하고 있다. 그는 “제가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간판이라는 특수한 콘텐츠에 가려지게 될 수도 있어 이를 경계하고 있다”며 “작품의 숨은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목을 받기 위해 간판이라는 소재를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간판을 벗삼아 살아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간판과 가깝고 이를 예술로 잘 표현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NOW-OLD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자비 들여 폐간판 교체 프로젝트 ‘사기꾼 아닙니다’ 전개
‘사기꾼 아닙니다’는 고 작가가 직접 오래된 상점의 간판을 무료로 교체해주는 프로젝트이다.
그는 청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간판을 직접 수거하고 이를 작품으로 활용한다. 또 간판을 수거해간 상점에는 무료로 새간판을 달아준다. 그는 이 작업을 1년반 동안 진행해 나가며 청주내의 상점 4곳의 간판을 교체했다. 고 작가는 ‘사기꾼 아닙니다’라는 이름은 무료로 간판을 교체해준다고 접근하면 상점 주인들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어느 한분은 저를 너무나 못미더워했죠. 하지만 주인을 잘 설득시키고 나서 간판을 무료로 교체해주자 너무나 고마워 하셨죠. 처음에는 소금을 뿌리셨는데 지금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라고 대접을 해주십니다. 또 한 노부부가 하는 상점의 간판을 교체해준다고 했는데 ‘어차피 장사도 안하는거 차라리 돈으로 주면 안되겠나’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철거비용이 몇만원대인데 오히려 돈을 드려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인거죠. 저는 웃으며 그렇게 했어요. 그게 제 프로젝트의 의미거든요.” 그는 간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고 작가는 “미학에 있어서 ‘관계’라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며 “미학의 관계란 미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며, 이는 사물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캔버스를 아껴쓰는 등 사비 지출을 줄이면서 진행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된 작업이기도 하다”며 “여건이 되는 한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간판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가고 있는 그는 11월 6일부터 16일까지 ‘발광하는 간판사’를 주제로 청주창작스튜디오에서 또 한번의 전시를 개최한다.
‘간판’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세상을 바뀌게 할지, 간판(SIGN) 아티스트로서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오문영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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