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사의 경영 안정화는 곧 매체사업 성공의 관건 한국 매체사업 발전 위해 매체주-사업자 상생의 묘수 찾아야할 때
세계 10~15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약진함에 따라 그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계열 대행사들(in-house agencies)’은 모기업을 따라 해외에 동반진출(joint expansion)해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 현지에서도 광고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삼성 계열의 제일기획은 1980년대 말 해외 사무소를 개설한 이래 오늘날 전세계 주요 시장에 자체 법인 및 지점 네트워크를 운영함으로써 세계 20대 대행사 중의 하나로 우뚝 서게 됐다.
▲옥외광고는 지속성장세… 한국, 세계 9위권 광고시장으로 자리매김 또한, 한국은 이미 자체적으로 세계 9위권의 광고시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표1 참조>. 한국 내에서도 한국계 및 외국계 다국적 광고주들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니즈의 해결을 위해 많은 광고대행사, 홍보대행사, 마케팅대행사, 판촉대행사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 Optimedia)와 그룹M(GroupM)이 각각 2014년 6월 및 7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광고비는 2016년까지 지속적인 신장세(약 전년대비 5%)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옥외광고의 신장세는 전체 광고비 대비 약간 낮지만 전체 광고비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할 것으로 예측된다<표2 참조>. 또한 전세계적으로 볼 때 옥외매체에 지출되는 광고비는 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표3 참조>. 이렇듯 한국의 광고 분야도 전반적으로 국제화, 선진화가 많이 이뤄져가고 있는데, 유독 옥외광고 산업, 특히 그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옥외광고 매체사업은 최근 들어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사례가 많다. 어느 산업이고 그 산업이 발전하려면 산업 종사 기업들이 ‘잘 나가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개별 기업들의 현황 또는 향후 예측되는 모습이 대체적으로 암울하다면 해당 산업의 전망도 불투명한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하겠다.
▲한국의 옥외광고 매체사업, 구조적 후진성으로 어려움 더해 2014년 10월 현재의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모든 산업에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옥외광고 매체사업은 이러한 거시적인 경제 여건 이외에도 구조적으로도 ‘후진적인’ 이유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여진다. 매체주(media owner)는 매체사업의 발주처이다. 매체주와 매체사(media operator 또는 media vendor)는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소위 매체사업이란 매체를 통한 광고수입이 100% 수익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매체주들은 입찰을 통해 선정된 매체사들이 적자를 보든 흑자를 보든 입찰 계약에 정해진 매체 사용료를 매체사들로부터 징수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매체주만을 탓할 수는 없다. 즉, 기본적으로 매체주들은 매체사의 경영에 간섭할 수 없고 경영실적에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출혈낙찰, 매출부진 등으로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일부 매체사들의 신음소리이다. 또한, 최근의 모바일 선풍은 전통적 옥외광고 매체에 또다른 경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분야, 즉 옥외광고 매체산업을 육성, 진흥한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3~5년의 사업기간으로는 손익분기점 도달 어려워 프랑스 국철 매체주는 일찍이 다국적 매체사인 클리어채널(Clear Channel)을 매체사로 지정하면서 30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클리어채널은 이 사업 부문을 담당할 자회사의 명칭을 아예 ‘프랑스 레일(France Rail)’로 바꿨다. 중국의 상하이 공항도 수년전 JC데코 (JCDecaux)를 매체사로 지정하면서 15년간 계약했다. 장기 계약은 매체사의 경영을 안정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따라서 매체사는 매체사업에 적극적인 재정적, 인적 투자를 하게 된다. 거듭 말하지만, 광고매체 사업의 매출 100%가 광고매체 판매를 통해서 이뤄지는 사업이라는 단순한 이치를 이해하면 매체사들의 경영 안정화가 매체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은 자명한 결론이다. 한국의 경우, 서울 버스쉘터와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을 제외하면 아직도 대부분 3~5년의 계약기간이 대부분이다. 이래 가지고는 지정된 매체사들이 이 계약기간 중 손익분기에 도달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면 그들이 매체사업에 투자할 가능성 역시 줄게 된다. 최고가 입찰을 통해서 취득한 매체에 대해 매체사는 그 매체를 광고주에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광고주는 외면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되고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유럽 선진국은 장기계약 대부분… 경영안정화·재투자 기반 조성 한편, 최근 유럽에서는 대형 옥외광고 매체사업에 대한 입찰이 진행 중이다. 9월초 JC데코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가로시설물 매체사업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스톡홀름 시정부가 JC데코를 선정한 이 계약의 사업기간은 10년이다. 이 사업권의 취득으로 JC데코는 300개의 도시정보 패널, 50개의 기둥 매체, 55개의 자동공중화장실 및 70개의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대상으로 가로시설물 운영 및 광고매체 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또한 이 회사는 본 계약의 옵션으로 50개의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또한 파리 시내 건설 현장 가림막 광고매체 사업권을 시당국으로부터 13년간 취득해서 2015년 1월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한편, 이 회사는 최근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가로시설물 매체사업을 30년간 수행하기로 시 당국과 계약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9월초 런던교통국(Transport for London)이 총 5억 파운드(약 8,600억 원; 환율 1,720원/파운드 적용)에 달하는 광역 런던 지역의 가로시설물 광고매체 사업권을 입찰에 부친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가로시설물 사업권은 클리어채널이 보유하고 있는데 버스쉘터 3만개를 운영하면서 5천개의 광고매체를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있다. 런던 일부와 맨체스터, 글라스고우 등에서 가로시설물 사업을 운영중인 JC데코도 위 런던교통국의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 부쳐지는 매체사업의 계약기간은 최초 5년 확정에 추가 옵션 3년으로 최장 8년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번 가로시설물 사업에 대한 입찰이 종료되면 런던교통국은 현재 익스테리온 미디어 (Exterion Media; 구 CBS미디어)가 운영중인 런던지하철에 대하여 경쟁입찰 공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입찰 규모는 10년에 10억 파운드(약 1조7,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체사업 계약기간의 장기화 및 대형화(그룹화) 필요 한국의 상위 5대 옥외광고 매체사의 합산 매출은 전체 옥외매출의 약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즉 70% 정도는 수많은 소규모 회사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즉, 전체적 규모는 크지만 굉장히 세분화된(highly segmented) 시장이다. 따라서, 소위 개별적으로 ‘미디어 파워(media power)’를 보유한 옥외매체사가 드문 편이다. 반면 선진국은 세계 일류급 다국적 매체사 또는 현지 대형 매체사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각각의 매체사가 10%에서 많게는 30% 가까이의 시장을 점유하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디어파워를 발휘한다. 이러한 현상이 시장의 과점이라는 단점도 가지고는 있지만, 옥외광고에 대한 연구개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체 운영, 그에 따라 광고단가의 안정으로 결국 오늘날 선진국의 옥외광고 매체는 광고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련 당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해 장단점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옥외광고 매체사업을, 결국은 옥외광고 산업을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시켜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으로서 옥외광고 매체사업 계약기간의 장기화 및 대형화 (그룹화)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바람직한 계약기간은 개별 매체사업 수익분석을 통해 최소한 손익분기점 도달 추정 시점으로부터 2배 이상의 기간으로 정하는 게 좋겠다. 참고로, 선진국의 가로시설물 광고매체 사업 계약기간은 통상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의 3~4배 기간이다. 또한, 대형화(그룹화)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하나의 매체 환경(media universe)에 한 개의 매체사 또는 (독과점이 우려된다면) 컨소시엄이 지정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즉, 광고주가 어떠한 매체에 광고집행을 원할 때 가급적이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단일한 영업 즉, 고객 서비스 루트를 갖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중국의 디지털 스크린 매체 사업을 운영하던 포커스 미디어(Focus Meida)는 2012년 매출 기준 세계 5위의 매체사로 등극했다. 또한 JC데코가 집계한 바에 의하면<표4 참조> 세계 18대 옥외광고 매체사 중에 중국회사가 3개씩이나 올라와 있다. 한국의 옥외광고 매체사는 언제 이런 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까? 옥외광고 산업의 개선은 단순히 매체 사업자 외에도 매체주, 광고주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혜택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관계 당사자들이 이해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보길 기대한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옥외광고 산업이 탄력을 받아 발전함으로써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아니라면 아시아 지역에서 최상위급 옥외광고 매체사가 탄생할 날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