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 ‘텅텅’ 비었는데 매체가격은 여전히 천정부지 여기저기서 유찰사태 속출… 후진적 입찰구조 개선 노력 절실
옥외광고 대행업계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최악의 불황터널을 지나고 있다. 여기저기서 백판 광고판이 넘쳐나고, 소위 옥외광고업계의 인기매체로 불렸던 매체들조차 줄줄이 큰 폭의 광고게첨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돈을 벌고 있는 매체사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재 옥외광고 대행업계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 옥외광고시장의 위기는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광고비 감축,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 다매체 시대의 매체간 경쟁격화 등 여러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후진적인 입찰구조에서 빚어진 악순환으로 그 어려움이 가중된 측면이 크다. 국내 옥외광고시장의 입찰 시스템은 단기 사업기간, 최고가 입찰에 의한 사업자 선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그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을 수도 없이 겪어왔다. 업계는 ‘고가낙찰→매체사용료 상승→광고비 상승→광고주 이탈→매체 경쟁력 저하→사업권 반납 및 유찰’로 이어지는 악순환과 부작용을 반복해 왔고, 이는 업계의 자생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작금의 현실을 타개하고 옥외광고시장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체주인 발주처들의 전향적인 스탠스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주문한다. 발주처(매체주)와 매체사는 상호공생의 관계임에도, 발주처는 무한 고가경쟁방식을 통해 입찰가를 높이고 매체사들이야 적자를 보든 흑자를 보든 매체 사용료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입장만을 고수해 왔다. 매체사들은 출혈 낙찰과 매출 부진에 따른 경영악화에 시달리면서도 100% 광고수입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매체확보라는 명분으로 또 다시 고가낙찰 경쟁에 뛰어두는 악수를 둬왔다. 그런데 이것도 경기가 좋고 광고영업이 잘 될 때의 이야기지,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여러 번의 입찰공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수차례 유찰이 되는 사례, 그리고 예가미만으로 유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의 대표 인기매체였던 서울시내버스 외부광고사업의 경우, 기존 사업자가 큰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을 한 후 3차례에 걸친 입찰이 모두 예가미만으로 유찰되는 사태를 맞았다. 지하철9호선 광고사업자 선정 입찰은 2차 유찰 및 지명입찰 실패 이후 여전히 표류하고 있고, 잠실광장 상업광고 사용권 입찰은 4차 입찰 모두 무응찰로 유찰되는 굴욕을 겪었다. 지방지하철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재입찰에 이은 4~5차 입찰에서도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다가는 옥외광고 매체시장 전체가 블랙홀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업계는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는 옥외광고시장의 회생을 위해서는 발주처들이 상생의 카드를 꺼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합리적인 매체 사용료 책정, 매체사의 경영 안정화 기반을 위한 계약기간의 장기화, 그리고 유연하고 발빠른 인·허가 조치와 같은 매체사들의 광고영업 활동 지원을 위한 노력 등 매체시장 회생을 위한 발주처들의 다각적인 지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일련의 입찰을 보면 발주처들이 옥외광고시장의 체감경기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신들 매체의 매체력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광고판은 텅텅 비어있는데 매체주는 여전히 호시절일때에 맞춘 높은 매체료를 책정해 지속적인 유찰사태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시장과의 갭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2차, 3차 입찰공고만을 반복하는 사이 매체공백기는 더 길어지고, 시장은 점점 더 망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발주처들이 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매체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사업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줘야 할때”라면서 “온라인, 모바일, 케이블TV 등 경쟁매체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한 사용료 책정과 그에 따른 경쟁력있는 광고단가 확보를 통해 옥외매체에 대한 광고주의 시선과 선호도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외광고 대행업계가 회생불능 상태에 빠기지 전에 발주처와 사업자가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기를 희망해 본다. <관련기고 14·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