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식점 앞에 입간판이 설치돼 있는 모습. 디자인이 주변환경과 잘 어우러져 깔끔한 인상을 준다.
“안전·도시미관 고려한 입간판 제작 고민해야할 때”
저가 일변도 시장구조 탈피해야… 업계 스스로의 가이드라인 필요 품질 및 디자인 경쟁력 확보로 시민 거부감 줄여가야
국민안전이나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국내에서도 입간판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12월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너 등 입간판을 건물 부지 내에 한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되, 구체적인 표시방법은 도시미관과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 시·도 조례로 규정하게 했다. 그동안 입간판은 도시미관,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금지됐었다. 지지형 광고물이 아닌 보통 점포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동형 입간판이나 에어라이트 등을 인도나 보도, 공유지에 설치하는 건 불법이었다. 이런 법적 제제에도 불구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의 음식점, 휴대폰 대리점, 대형마트, 자동차 매장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은 배너와 같은 입간판을 홍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업소들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배너광고를 포기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간 입간판은 불법 광고물로 단속의 대상이 되다보니 점포주들은 입간판이 철거될 것을 우려해 무조건 가격이 싼 천편일륜적인 입간판을 설치했고, 단속을 하더라도 과태료를 물고 다시 설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입간판을 설치한 곳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무조건적 금지는 오히려 탈법과 편법을 유발하는 만큼, 시장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입간판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업계 지적에 따라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법 개정과 관련 본지는 업계의 반응을 담는 것과 함께 시장의 현황과 향후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천편일륜적인 저가 입간판 문화 탈피 절실 국내의 배너 등 입간판 시장은 중국산 제품이 난립하고 있다. 단속과 규제의 대상이 되다보니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싼 제품만 찾다 보니 나온 결과다. 시장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순수하게 입간판을 제작하는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법의 규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단속을 시행해왔다고 하더라고 일단 야간에는 단속할 수 없고, 단속인력의 태부족으로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도 않아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입간판 허용이라는 정부의 조치는 입간판 업계와 점포주의 숨통을 풀어준 셈이 됐다. 이와 관련, 귀복물산의 장진호 대표는 “불법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입간판을 안전과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됐다는 것은 업계와 점포주 모두에게 좋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이로 인해 입간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이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다만 법을 완화해 준 만큼 법을 준수하고 건전한 시장풍토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시 스스로 규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품질을 높이고, 안전을 고려한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 마진없이 1+1 개념의 상품으로 전락한 저품질의 입간판을 내몰고 제대로 된 입간판을 제작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 입간판 설치사례 벤치마킹 필요 입간판 업계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 부분은 바로 유럽과 일본 등의 선진국의 설치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옥외광고정책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유럽은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입간판은 거의 없다”면서 “일단 입간판 대부분 조명이 들어가 있지 않아 전기안전사고가 발생할 염려도 없고, 넘어져도 사람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경량화돼 있다”고 들려줬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 입간판을 설치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경쟁이 치열한 상가밀집지역의 경우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자기 점포를 더 알리고 점포로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배너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 이렇다 보니 입간판 하면 길을 걷는 시민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업계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설치대가 휘어지는 형태의 입간판을 제작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상업지역에 선을 긋고 선 안쪽에만 있으면 입간판을 단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입간판으로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처벌의 강도가 높아 점주가 안전에 대한 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해 입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때문에 허용범위 내 입간판은 대부분 안전하고, 규격화돼 있다. 청산피오피아의 전영성 대표는 “일본 입간판 허용범위는 관공서와 점주, 입간판 업계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우리나라도 예를 들어 상가건물의 몇 ㎝까지만 허용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법을 지키게 한다면 점주들도 아울러 우리업계도 ‘윈윈’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전성·디자인 중심의 입간판 문화 조성해야 법이 개정된 만큼 입간판 업계가 퇴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안전성’과 ‘디자인력’이 강화된 입간판을 제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가격에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단가싸움만 할 게 아니라, 가격이 조금은 비싸더라도 품질과 디자인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단순한 X,Y 물통배너 수준에서 벗어나 더욱 안정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입간판 시장으로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다. 입간판제작업체인 세이프케어의 김종필 이사는 “점주들의 의식개선도 중요한데,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닌 ‘이 제품은 안전한가요?’ 이런 질문이 먼저 오가야 된다”면서 “클라이언트가 먼저 이렇게 물어보면, 일단 제작자 입장에서는 ‘안전’을 염두해 두고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안전을 먼저 묻는 고객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그래서 저희 제품은 사람의 허리정도까지 오는 높이에 철판 등으로 제작해 웬만한 바람에는 쓰러지지 않도록 제작했고, 모서리의 뾰족함이나 거친 면을 처리해 더욱 안전하게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입간판 업계와 점포주 모두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안전한 입간판을 제작하고 채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장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